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

– 밥상 위의 온도

by 빡작가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

– 밥상 위의 온도

밥은 누구나 먹지만,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 그 맛도, 소화도 달라진다.

어머니의 권유로 나간 선보는 자리에서 한 끼 밥을 먹는 일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식당에는 따뜻한 국물이 있었지만 내 마음엔 냉기가 돌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언제 밥숟가락을 들어야 할지, 오로지 ‘형식’을 위한 밥상이었다.

음식이 아무리 정갈하고 맛있어도 사람 사이의 온기가 없으면 그건 그냥, 차가운 밥이다.

반찬도, 대화도 씹히지 않았다. 마음이 불편하며, 밥도 고역이다.

반면, 손주들이 어렸을 때 함께 먹던 밥상은 정신없는 전쟁터였다. 숟가락이 바닥에 나뒹굴고, 밥풀은 옷에 붙고, 물은 엎질러졌다. 콧물을 닦다 보면 내 밥은 이미 식어 있었고 도대체 입으로 밥을 먹는 건지, 코로 삼키는 건지 분간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그 밥상은 웃음이 남아 있다.

정돈되지 않아도 따뜻했고, 조용하지 않아도 정겨웠다. 함께 있는 시간이 밥맛이 되었고, 서툰 말들조차 반찬처럼 느껴졌다.

반면, 좋아하는 사람과 먹는 밥은 두부처럼 부드럽고, 국처럼 편안했다. 말이 많지 않아도, 같이 있는 시간이 천천히 씹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좋은 사람과 먹는 밥은 ‘함께’라는 양념이 들어 있다.

밥이라는 건 배를 채우는 일인 줄 알았는데, 살다 보니 마음을 채우는 일이기도 했다. 때로는 좋은 사람과 먹는 밥 한 끼가 모든 위로가 되기도 한다. 말이 없어도 부담이 없는 식사, 눈빛 하나만으로 웃게 되는 밥상. 그럴 때는 정말, 소화가 잘 되는 게 아니라 내가 잘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이 밥상의 온도는 어디서 오는 걸까. 밥은 뜨겁게 지어도 사람 사이가 식으면, 그건 결국 찬밥이 된다.

밥상 위의 온도는 음식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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