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못 먹는 마음
마음의 식탁
언젠가 다시 먹게 될지도 몰라
– 지금은 못 먹는 마음
카레는 먹지 않는다. 추어탕도, 닭도, 오리도 안 먹는다. 누군가는 그걸 입맛이라 하겠지만,
나에게는 기억의 문제다.
카레는 동생과의 쓰라린 이별에서 시작되었다. 그날의 냄새, 그날의 색, 그날의 감정이 지금도 그 향기를 따라 불쑥 되살아난다. 음식보다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 순간이다.
추어탕은 미꾸라지가 떠올라서가 아니다. 살아서 꿈틀대던 생명, 그것이 내 눈엔 너무 생생하게 남아 있어 그 국물 속에서 아직도 살아 움직이는 듯 느껴진다. 맛은 입이 거부하는 게 아니라, 감정이 삼키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은 얼굴도 보기 싫은 사람이 있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사람이다. 말도 섞기 싫고, 마주 앉아 숨을 나누는 일조차 버겁다. 내가 너무 마음을 주었는데, 돌아온 건 서운함과 외면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과는 밥을 먹을 수 없다. 밥은 배를 채우는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열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 번 마음을 주면 너무 많이 준다. 그래서 상처도 깊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전혀 없던 사람이 되진 않는다. 여전히 내 기억 어딘가에는 그 사람과 함께 웃었던 순간도 있다. 지금은 싸하고 낯선 감정뿐이지만, 아주 먼 훗날 ‘그땐 왜 그렇게 아팠을까’ 하고 돌아볼 날이 오게 될까. 그 사람과도, 그 음식과도 지금은 밥을 못 먹는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먹게 될지도 모른다. 다시 그 음식이 그저 하나의 맛으로만 느껴지는 날. 다시 그 사람이 멀찍이 스쳐도 마음이 무겁지 않은 날이 오면 그 기억도 언젠가는 ‘지나간 맛’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그 마음을 삼키지 못했다. 하지만 입 안의 여운처럼, 조금씩 삭혀가는 중이다.
언젠가, 다시 먹게 될지도 몰라. 그 마음도, 그 밥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