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과 실패

나를 조율하는 시간

by 빡작가

(몰입과 실패, 그리고 나를 조율하는 시간)

생각해 보면, 인생은 음악과 참 많이 닮았다. 모자라면 채우고, 넘치면 비우는 조율이 필요하니까. 그런데 나는 조율이 서툴다. 무엇인가에 빠지면 정신없이 몰입하고, 그 일이 마음에 찰 때까지 밤을 새우기도 한다. 쉬는 법을 모른다. 멈추는 순간을 두려워한다.

이번 자가출판도 그랬다. 책 표지를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처음엔 무료표지를 사용했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흔했고, 나만의 이야기를 담기엔 무표정했다. 그래서 두 번째 책은 '날개 있는 표지'를 제작하려 했다. 하지만 첫 번째는 선이 넘어갔다며 반려, 두 번째는 글씨가 일렬로 정렬되어 있지 않다며 또 반려. 하루에도 몇 번씩 포기하고 싶었다.

“그냥 무료 표지로 할까?” 속에서 수없이 되뇌었지만,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첫 번째 책이 엉성했던 것도 책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었지만, 그때는 같이 여행 다녀온 이들이 응원처럼 책을 사 주었기에 위로가 되었다. 이번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책을 만들고 싶었다. 반려되고 속상하고,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다시 도전했고 결국 해냈다.

‘나도 이제는 잘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마음 한켠에 자리 잡았다.

사실 이런 집요함은 이번만이 아니다. 오카리나를 배울 때도 익숙지 않은 손가락 근육을 쓰느라 침을 맞으며 견뎌야 했고, 수영을 배울 때는 비염 때문에 약을 먹어가며 버텼다. 물은 좋았다. 하지만 깊은 곳에서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따라왔다. 잠깐 물을 먹었을 때 숨이 가빠지고, 바다 깊은 곳에서 허우적대는 듯한 느낌이 몰려왔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나는 '멈춤'을 두려워했던 게 아니라, ‘제대로 멈추는 법’을 몰랐던 것 같다.

쉼표 하나조차도 음악이고, 비워내는 시간도 삶의 일부라는 걸 이제야 조금씩 배워간다. 조율은 어려워도, 이제는 나의 리듬을 믿고, 조금은 여유를 갖고 연주해보고 싶다.

오늘도 나는 인생이라는 악보 위에 조용히 쉼표 하나를 그려 넣는다. 그리고 다시 나만의 속도로 연주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