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들 속에 파묻힌 나를 꺼내는 연습
비워야 보이는 것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다. 해야 할 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수업 준비, 악기 연습, 글쓰기, 그림 그리기… 한 가지를 끝내면, 또 다른 무언가가 내 머리 안에 불쑥 끼어든다. 악기를 연습하다가 갑자기 글감이 떠오르면 손에 쥐고 있던 칼림바를 내려놓고, 글상자 앞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또, 쓰다가 그림이 떠오르면 글은 그대로 두고 물감을 꺼낸다.
누가 보면 산만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의 몰입은 진짜다. 문제는, 너무 많은 걸 껴안고 있다는 것. 그리고 놓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리를 못하는 건 아니다.
옷장은 언제나 잘 정돈되어 있다. 색깔별, 계절별로 나눠서 딱딱 접혀 있다.
그런데 책상은 다르다. 종이, 악보, 스케치, 메모지, 버려야 할 것들… 뭔가에 꼭 쓰일 것 같아서 버리지 못하고 쌓아둔 물건들로 가득하다. 마치 내 머릿속을 그대로 옮겨놓은 풍경처럼.
비워야 한다는 걸 안다. 정리해야 더 잘 보이고, 덜어내야 길이 생기고, 텅 빈 공간에서 새로운 생각이 싹튼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쉽지 않다.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는 순간, 무언가를 잃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혹은, 나의 ‘쓸모’까지 함께 버리게 될까 봐.
하지만 문득, 생각해 본다. 내가 쌓아둔 것들 속에 갇혀, 정작 나 자신이 보이지 않는 건 아닐까? 요즘은 조금씩 연습 중이다. ‘지금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구분하는 연습. ‘아니어도 괜찮은 것’을 미뤄두는 용기. 한 번은 정리해 본다, 지금 이 물건, 이 생각, 이 약속… “정말 지금 필요한가?”
비우는 건 포기가 아니다. 나를 꺼내기 위한 시작이다. 오늘도 나는 책상 위 종이 한 장을 접어 넣고, 마음속 복잡한 생각 하나를 내려놓는다. 그렇게 조금씩, 나에게 여백이 생긴다.
그리고 그 여백에서, 진짜 나다운 하루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