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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이 된 그녀, 상사를 이해하다

내가 상사가 되면 욕을 안 먹을까?

상사 뒷담화와 직장인의 상관관계


동료에게 보내야 할 메시지를 상사에게 잘못 보낸 적이 있는가? 이전에 동료가 해준 이야기다. 상사에게 업무 지시를 받은 직후 다른 사람에게 ‘지겨워’라고 보냈는데 알고 보니 상사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 동료는 다른 사람에게 보낼 내용을 잘못 보냈다고 해명했지만 상사와 대화한 직후 보낸 메시지라 찝찝한 기분으로 마무리했다.


직장인과 상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직장인이 두 명 이상 모이면 남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이때 주된 안주가 상사 뒷담화다. 코로나 확진자가 300명에 육박한 사실부터 시작해서 어제 본 드라마, 회사에서 맘에 안 들었던 일들을 다 풀고 나면 ‘상사’가 남기 때문.


역량과 관계없이 상사는 늘 욕받이의 대상이 된다. 사실 여부는 중요치 않다. 여기서 서로 뜻이 맞는 동료들은 뒷담화로 결속력을 다진다. 뒷담화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대충 맞장구를 쳐주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진 않는다.


리더는 고독한 사람


나는 후자다. 회사 이야기는 누구 귀에 들어갈지 모르기 때문. 상사 욕을 듣다 보면 ‘나도 부족한데’란 생각이 동시에 들어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동료가 상사 까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런 생각도 든다. 지금 회사에서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10명 중 1명 혹은 20명 중 한 명이라면 진급할수록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는 걸까.


직급 높은 상사는 일에 대한 책임감을 남들보다 무겁게 가지며 팀원들을 이끄는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팀장이 맨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보고 있다면 팀원들은 대개 본인의 일만 본다. 때문에 상사가 새로운 일을 추진하거나 피드백 주는 일이 본인의 뜻과 어긋나는 일이 많다.


상사를 욕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인격적인 문제, 업무적인 부족함 등. 서로의 의견 차이도 불화의 씨앗이 된다. 상사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지금까지 관련 업무를 해보지 않은 팀원을 새로운 사업 담당자로 넣었다. 팀원은 항의했으나 상사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면 어쩔 수 없는 방침이라고 말한다. 이럴 경우, 팀원은 불만을 안고 시키는 일을 하지만 원하던 일은 아니므로 업무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나열한 일들은 모두 옆에서 지켜본 사례들이다. 회사 동료들은 상사가 무능력하다고 말한다. 동료들이 말한 부분이 부족하긴 하지만 곁에서 지켜본 상사는 새로운 제안을 하거나 사업 기획 등의 업무를 잘한다. 동료들의 눈에는 그런 점은 보이지 않고 오직 부족한 부분만 보이는 것이다.


욕먹던 전 직장 상사는 자기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경향이 있었다. 내게도 상사가 자잘한 업무를 넘겼지만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았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 다른 업무는 어떨지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 밖에도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심각하지 않았다.


내가 스트레스받는 케이스는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적으로 대하는 상사다. 주로 여자 상사들이 그랬는데 늘 기분을 살펴야 하는 케이스들이 제일 힘들었다. 남에게 무관심한 편인데 상전을 모시면서 신경 쓰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상사와도 궁합이 있다. 남들이 욕한다고 내게도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러면서 나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10년이 지나 혹시 팀장이 되거나 다른 여러 명의 팀원과 일하는 상사가 된다면 나도 욕을 먹지 않을까. 모든 이를 만족시키긴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팀장이 된 그녀, 상사를 이해하다


이전에 같이 일하던 친구가 퇴사 후 작은 기업의 팀장으로 갔다. 나이는 내 또래지만 스타트업 대표가 친구의 역량을 높이 샀는지 그녀를 팀장 자리에 앉혔다. 전에는 팀원의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상사의 입장이 된 것이다. 상사를 욕하던 그녀가 이제는 상사의 마음을 이해하겠다며 하소연을 한다.


“팀장 되보니 알겠어요. 팀원들 통솔하면서 일하는 거 만만한 일이 아니더라구요.”


상사와의 불화로 퇴사한 친구는 자기가 그 자리에 앉아보니 상사를 이해할 것 같다고 말한다. 친구는 팀원들이 자신을 따르지 않고 심지어 자신을 뒷담화 하는 현장을 목격했다고 한다. 일 욕심이 많았던 친구라 그녀가 팀원들을 이끌고 나가기 위해 애썼을 모습이 눈 앞에 선했다. 기대치가 높은 만큼 팀원들에게 여러 요구를 했고 그 모습이 팀원들의 눈에는 재수 없었을 것이다. '나이도 어린 게 뭘 안다고 팀장 노릇이야’ 은근한 적대심을 가졌을 테다.


자신의 허물은 스스로 보지 못한다. 인격적으로 덜 된 인간도 분명 있지만 내가 욕하는 상사의 모습이 미래의 내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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