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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을까?

포기해야 집을 살 수 있다

내가 서울에서 집을 구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직장이 서울에 있으니까. 인천, 경기도에서 서울 중심부로 출퇴근하는 동료들은 공통적으로 한 시간 이상 버스, 지하철에서 아침을 보낸다. 서울에서 경매로 신혼집을 구하자며 남자친구와 합심하고 집을 보러 다니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코로나 이후 경매 물건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하게 신건이 올라오는 속도는 더디다. 드문드문 새로운 물건이 나오고 있지만 관악구에서 매력적인 경매 물건을 찾는 건 역시나 쉽지 않다.


기준이 너무 높은 걸까? 가진 것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건지 스스로에게 자문할 때가 많다. 하다 못해 점심 메뉴를 선택할 때도 오랜 시간 고민이 필요한데… 적어도 2년 이상(집을 거주 목적이 아닌, 투기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빠르게 사고팔면 세금을 많이 물어야 한다) 살 집을 선택하는데 좋은 점보다 안 좋은 점이 더 많이 보일 수밖에.


지금 사는 곳과 비슷한 환경(주변 인프라, 마트, 잘 정비된 공원 등)에서 직장만 더 가까워졌으면 하는 욕심을 품은 자의 눈에는 모든 집이 성에 차지 않는다. 우선 집 사면서 포기한 것들을 정리해 봤는데 개수는 적지만 심적으로는 상실감이 크다.


* 포기 리스트


1.     장 보는 즐거움

평소 이마트와 홈플러스를 자주 간다. 별 일 없어도 일주일에 2~3번은 방문하는데 이상하게 한 바퀴 돌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잘 정돈된 상품들, 저녁 늦게 가면 30% 할인된 가격으로 득템하는 즐거움. 집 근처에 마트 없으면 어때?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되지.


2.     매장 로테이션이 빠른 백화점

다른 백화점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동네 백화점은 매주 목요일마다 로테이션이 된다. 들어가자마자 입구에 대행사장이 있어 일주일에 한 번씩 바뀌는 매장을 구경할 수 있다. 식품관에 입점하는 매장 로테이션도 빠르다. 무한 경쟁이라 매출이 좋지 않으면 금방 빠지는 구조인 듯하나 다양한 식품관을 구경하는 매력이 있다.


단지 결혼하고 싶을 뿐인데


2019년, 즉 2020 수능 응시자는 약 54만 명이었다. 2020년, 즉 2021 수능은 약 49만 명이 응시할 예정이다. 태어나는 아이들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으며 고령화는 정해진 수순이다. '아이를 낳으라고, 낳으면 혜택 줄게'를 외치며 여러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집값이다. 주거 공간이 없는 현실에 아이를 낳을 수 있는가? 자립적인 비혼주의, 딩크족이 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지만 현시대는 아이를 낳아 기르기에 부적합한 시대라 생각한다. 얼마 전 집 앞에서 아이들이 하는 대화를 들었다.


“우리는 OO아파트 몇 채가 있다?”

“우리 부모님은 강남에 건물 있어”


아이들의 허영심이 아파트 개수를 뻥튀기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대화 내용의 진실 여부가 아니다. 아이들은 너무 어린 나이에 어른들에게 물들어 버린다. 나를 자랑할만한 요소가 무엇인지 이미 어린이들도 알고 있다. 부동산으로 풍족한 아이는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는 어떤 소외감을 느낄까?


얼마 전 동생에게 주식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족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랬더니 동생이 한 마디 한다.


“나 나중에 서울에서 살고 싶어”


우리 가족은 서울에 산다. 4남매가 아닌 2남매였다면 유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나름 부족함 없이 살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님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혼자만의 힘으로 서울에 있는 집을 살 수 없다. 동생의 한 마디에 모두가 입을 굳게 다문다.


지금까지 번 돈, 남자친구가 부모님께 받은 돈+모은 돈을 모두 해서 우리는 완벽하지 않지만 그나마 나은 것을 골라 경매에 참여한다. 남자친구가 부모님께 받은 돈이 없다면 그마저도 빚으로 남았을 테다. 대학생, 취준생, 직장인 모두가 빚더미에 올라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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