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없다> 쇼펜하우어
밍기적거리기 좋은 일요일 아침 침대에 누워서 어젯밤에 읽다 만 쇼펜하우어 사랑은 없다를 다시 펴서 읽기 시작했다. 사랑에 관해 너무나도 명료하게 이야기한다. 지난날 내가 사랑했던 남자들과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눈을 감고 생각한다.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그냥 본능이었는지도 모르겠군'. 특히나 나와 성격적으로 환경적으로 극도로 다른 사람에게 매력을 느껴온 것, 자신의 분야에서 덕후라고 할 정도로 전문성을 갖고 삶과 감정의 기복 없이 살아가는 남자를 사랑한 모든 것들이 결국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안정감'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는 걸 또다시 알게 된다.
쇼펜하우어는 가장 먼저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아무리 미화되어도 결국 성욕이 우선이다." 남자와 여자는 종족 유지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 의해 사랑을 한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가지지 못한 부분을 원한다. 키 작은 남자는 키 큰 여자를 선호하고, 피부가 하얀 여자는 피부가 까만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다. “이성은 누구나 자기와 반대되는, 혹은 자기에게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을 상대방이 갖고 있기를 바란다. 따라서 이성에 대한 구애의 열의는 자기가 가진 성격의 상태에 비례한다”.
남자의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여성이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매력적인 젊은 여자다. 책에서는 더 구체적으로 18살에서 28살까지의 여자를 이야기한다. 남자가 여자의 가슴에 집착하는 것 또한 생식 임무와 관련이 깊다고 설명한다. “젖가슴은 유아에게 충분한 영양을 제공하는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자들은 더욱 깊은 애착을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들은 여자의 지적 능력에 매료된다. 아무리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좋은 여자도 지적이지 않으면, 남자는 연애의 대상으로만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녀의 형태는 여성 쪽의 유전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는 어떨까, “여자가 남자에게 바라는 조건은 남자의 성격이나 심리적 특성이다. 자녀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는 유전적 요소, 특히 굳센 의지력 두려움을 모르는 용기 정직하고 선량한 마음씨 등이다”. 남자는 1년에 100명이 넘는 자녀는 만들 수 있지만, 여자는 단 한 번의 임신이 가능하다. “남자는 끝없이 다른 여자를 탐내는데 여자는 한 남자에게 충실하고 의지하려고 하는 것은 자연의 본능적인 결과일 뿐이다.”
쇼펜하우어는 글의 말미에서 이렇게 결론짓는다. “우리가 왜 사랑하는가 좀 더 깊이 생각해보고 그 본질을 깨닫게 되면 사랑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결국 사랑은 없고 우리는 신의 의지에 의한 본능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