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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리 Dec 26. 2021

부자는 나쁘고 빈자는 착하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어릴 때 만화영화에서 보았던 스쿠루지 이야기를 뉴욕에 와서 연극으로 만났다. 연극이 열린 곳은 뉴욕 맨해튼에 있는 이스트 빌리지. 17세기부터 18세기까지 농작물을 키우던 밭과 작물을 거래하던 상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지금은 작은 뮤지엄으로 운영되고 있는 머천트 하우스는 1800년대 중반까지 중간 계습 아이리시 상인이 살았던 곳이다. 스쿠루지와 같은 상인이 살던 곳이니 연극을 하기엔 완벽한 장소이다. 


착하게 베풀며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 정도로만 이해했던 이 소설은 사실 19세기 영국의 저임금 노동, 아동 노동, 장애인 등의 의료복지의 폐해를 비판하기 위해 쓰인 소설이다. 작가 찰스 디킨스는 그가 생각하던 중요한 사회 문제를 널리 대중에게 퍼뜨리기 위해 크리스마스라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배경을 선택했다. 그중에서도 세상이 가장 공감하는 주제 "부자는 나쁘고 빈자는 착하다"라는 컨셉으로서 말이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찰스 디킨스가 그린 세상처럼, 과연 세상의 부자들은 다들 그렇게 편협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세상에 내놓지 않을까?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선입견, 부자는 나쁘고 빈자는 착하다는 범주화와 편견은 사실 종교로부터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태복음*에는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는 문구가 나온다. 세상에 성경만큼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이 있을까? 이러한 생각의 틀은 오랜 시간 많은 작가의 생각속에 깊게 박혀, 널리 널리 대중에게 퍼트려져 왔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처럼 말이다. 크리스마스 캐럴에는 매우 유명한 문구가 있다. '그들의 가난은 내가 상관할 바 가 아니야! (It's not my business, It's enough for a man to understand his own business, and not to interfere with other people's!)'에서도 볼 수 있듯 시대의 가난과 사회 문제들은 부자에게 중요한 비즈니스가 아니다는 편견은 실제로 그러하던 그렇지 않던 우리의 생각 속에 오랫동안 자리 잡아왔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전체 소득 상위 1%를 부자라고 해보자. 미국의 경우 가구당 연소득 $50만 불 (한화 약 6억 원) 이상일 경우 소득 상위 1%에 해당한다. 미국 전체 인구가 3억 2천만 정도 되니 부자는 어림잡아 320만 명 정도로 계산해 볼 수 있다. 


베품을 목적으로 하는 곳들을 살펴보자. 미국에서 '재단'이라는 곳은 100% 자선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미국의 모든 재단은 매년 총 자산**의 5%를 반드시 기부하게끔 법으로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재단에 기부된 모든 돈은 더 이상 기부자의 것이 아닌 사회의 것이 된다. 그런 미국의 재단 수는 2021년 기준 10만 개가 넘는다. 그중에서 커뮤니티나 기업의 재단을 제외한 개인 혹은 가족 재단의 수만 하더라도 8만 7천 개나 된다. 


미국 상위 1%가 320만 명인데 그중 고작 10만 개면 너무 적은 게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재단'은 엄연히 법적 단체를 만들어 나의 자산을 사회에 공식적으로 환원하는 기능을 띄는 매우 정식적인 활동 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베품에 엄청난 의지가 있지 않은이상 일반 사람들이 쉽게 하긴 어려운 일이다. 미국에는 재단 이외에도 Donor Advised Fund가 있다. 이는 법적 단체를 세우지 않고도 은행이나 커뮤니티 재단을 통해 부유한 개인이나 법인이 자신의 자산 중 일부를 오직 '기부'를 위한 목적으로 만드는 개인 펀드이다. 2021년 미국의 전체 기부 펀드의 개수는 무려 87만 개가 넘는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기부'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단체나 기부펀드의 개수만 하더라도 97만 개, 거의 100만 개가 된다는 말이다. 비공식적인 것까지 집계한다면 이보다 훨씬 큰 숫자일 거라는 것은 대충 짐작만 하더라도 알 수 있다. 


물론 반드시 미국 소득 상위 1% 가 이런 기부자들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그게 소득 상위든 재산 상위 1%든 간에 중요한 것은 꽤나 많은 부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을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하고 있다는 말이다. 개인재단이나 기부를 목적으로 하는 개인 펀드를 만드는 이들은 대부분 고소득자, 자산가, 상속자들이니 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모든 부자가 크리스마스 캐럴의 스크루지 같다고,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천국에 가기 어렵다고 할 수 있을까? 


스크루지는 사실 부자들 세상에 존재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소득의 어느 계층에 있던 얼마나 많은 자산을 만들던 상속받았든 간에 우리 중에는 베풀고자 하는 이는 늘 베풀고, 그렇지 않고자 하는 이들은 가진 것을 주변과 나누려 하지 않는다. 스크루지가 말한 것처럼 "그건 나의 비즈니스가 아니야" 라면서 말이다. 




* “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가 어려우니라 다시 너희에게 말하노니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느님(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마태복음 19:23~24)

** 총자산은 이자 수익을 낼 수 있는 용도로 사용되는 현금, 주식과 같은 현금성 자산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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