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일상을 받아들이기
인생을 다양한 경험으로 채워가는 것이라고 믿고, 여러 가지 음식을 배우고 맛보듯 살아가는 것을 인생의 즐거움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고, 새로운 것을 하기엔 제약된 공간과 활동 안에서 올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꿋꿋하게 잘 지내는 사람들도 나도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자 조금씩 우울을 겪었다.
새로운 자극과 모험이 없으니 소금을 넣지 않은 사골국물을 마시듯 밍밍한 일상 보내고 있었다. 삶의 맛을 느낄 수 없는 밍밍한 상태. 그러다 <신경 끄기의 기술>을 만났다.
사는 게 다 고만고만하다는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모두 다 늙어간다는 것, 달에 갈 수 없다는 것. 꿈에 그리는 연예인과 사귈 수 없다는 것. 그래도 괜찮다. 삶은 계속된다. 점점 줄어만 가는 신경을 우리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부분을 위해 남겨 놓는다. 가족, 절친, 취미 생활을 위해. 그리고 놀랍게도, 그걸로 충분하다. 이런 단순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지속적이고 참된 행복을 얻는다.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삶에서 중요한 것을 찾을 수 있는 '단순화의 과정'을 올 한 해동안 시험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삶은 원래 밍밍한 거고, 그 밍밍함 속에서 진정한 담백함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래 사골국은 소금이 아닌 밍밍한 맛이 진짜인 것처럼.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신경이 쓰인다면,
당신 인생에는 신경 쓸 가치가 있는 그럴듯한 일이 없는 거다.
친구에게 돌려받지 못한 몇만 원, 이번 주에 하려다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내고 자책하는 일 등은 모두 사소한 일이다. 우리가 사소한 일에 신경을 쓰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인간의 마음은 문제가 없으면 자동으로 문제를 만들어낼 방법을 찾는다. 내 생각엔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여기는 것은, 사실 그들에게는 그보다 중요한 걱정거리가 없다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부작용일 뿐이다.
삶의 단순화 과정을 통해 정말 중요한 일을 찾고 거기에 집중한다. 저자가 말하는 그 중요한 일은 대체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것이다. 또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걸어 나가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 투쟁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당신이라는 존재를 규정한다.
삶은 시시콜콜하고 이따금 찾아오는 고통과 거절이 가득하다. '나는 무엇을 즐기고 싶은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로 질문을 바꿔야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빌 게이츠는 30대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살다시피 했다. 목표를 이루었을 때 찾아올 즐거움을 보고 향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길에서 찾아올 고통과 치욕을 견딜 수 있는 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새로운 자극보다는 나의 일상을 든든하게 지탱해줄 수 있는 소중함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시금 느꼈다.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라고 받아들이라는 것이었다. 자의에 의한 것이던 타의에 의한 것이던 중요하지 않다. 그저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나의 책임이라고 받아들인다.
올해 다가온 이런 상황 또한 받아들이고, 이 안에서 삶을 단순화하고 나를 지탱해주는 중요한 가치를 찾는 시간을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