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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e by Nov 15. 2024

터보프롭 비행기의 은근한 매력

(1)  포틀랜드 PDX에서 밴쿠버로




사랑했던 곳을 떠나는 방법은 뒤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아, 돌아보지 않고 떠나려 했는데 게이트 가는 길에 틸라묵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었다. 캐논 비치에서 아이스크림에 눈뜬 관광객은 발길을 멈출 수 밖에. 사랑스러운 직원은 오늘이 마침 내셔널 아이스크림데이라며 무려 아이스크림 3 스쿱을 얹어 주었다. 끝까지 사랑스러웠던 포틀랜드...


포틀랜드 PDX 공항에서 캐나다 밴쿠버 비행기 게이트를 향해 걸었다. 포틀랜드와 밴쿠버는 북서쪽 방향으로 비행기 1시간 거리다. 소형 비행기, 경비행기와 수상 비행기가 운항하는 짧은 항로여서 특별한 비행기 경험을 할 수 있다. 고도가 낮아 주변 자연경관을 더 가까이 감상할 수 있으니 나 같은 여행자에게는 특별한 경험이다.




포틀랜드와 밴쿠버 사이를 운항하는 소형 비행기는 보통 터보프롭(turboprop) 엔진을 사용하는 19~50인승의 중소형 항공기다. 대형 제트기보다는 느리지만, 소규모 공항이나 도심 근처의 수상비행장에도 착륙할 수 있다. 고도가 낮아 주변 풍경을 더욱 가까이서 볼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큰 창문을 가진 Bambardier dash 8, 20명 남짓 타는 beechcraft 1900D, De Havilland DHC-6 Twin Otter, 열명 남짓 타는 수상 비행 버전을 제공하는 Cessna Caravan 등이 있다.


이런 소형 비행기는 비행 소음이 좀 더 들릴 수 있지만, 비행기 엔진 소리에 적응하고 나면 산맥과 바다, 숲을 눈앞에 볼 수 있다. 몇 명 안 타는 비행기니 상상 속의 개인 전용 비행기를 탄 듯한 착각이 든다.


이제껏 장거리 비행을 위해 내가 탔던 비행기는 제트 엔진 비행기다. 빠르게 공기를 흡입해 압축하고, 연료와 혼합해서 폭발적인 배기가스를 방출하며 추진력을 발생시키는데 이 방출된 가스가 뒤로 나가면서 반작용으로 항공기를 전진시키는 방식이다. 높은 고도와 빠른 속도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에 장거리, 고속 운항에 적합하다.


최신 제트 엔진은 터보프롭보다 소음이 적고, 당연히 장거리 승객의 비행 경험이 더 편안하다. 800~900km/h로 비행하니 장거리 노선에서 시간 단축에도 유리하다. Boeing 737, Airbus A320 등 대형 여객기가 대표적이다.


오늘 타게 되는 터보트롭 엔진은 제트 엔진의 일종이지만, 큰 프로펠러가 항공기 앞에 달려 있다. 제트 엔진이 압축, 연소, 배출의 과정 거쳐 프로펠러를 돌리며 추진력을 제공하는 비행기다.


특히 저속 비행에서 효율적인 이 엔진은 낮은 고도와 속도에서 효율적이고 연비가 좋아 단거리 노선이나 중단거리 비행에 적합하다. 대형 제트기보다 이륙과 착륙에 필요한 거리가 짧아 소형 공항이나 지역 공항에 착륙하기도 좋다. 400~500km/h의 속도여서 대형 제트기보다는 물론 속도가 느리다.




마국 오레곤주 포틀랜드와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주의 밴쿠버 사이의 거리는 500km다. 비행기로 한 시간, 자동차로도 다섯 시간 정도면 간다. 포틀랜드가 윌래밋 강과 컬럼비아 강의 합류 지점에 있고, 밴쿠버도 컬럼비아 강과 프레이저 강을 포함한 주요 강과 산맥, 숲을 따라 연결된다. 저고도로 비행하는 비행기를 타서일까? 태평양 연안의 산맥과 협곡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포틀랜드를 떠나자마자 컬럼비아 강을 따라 북쪽으로 협곡, 멀트노마 폭포, 울창한 삼림이 장관을 이룬다. 부드러운 산맥과 숲과 기억이 눈앞에 누워있다. 아름다웠던 포틀랜드를 유리창 위로 만져본다...


북서쪽으로 올라가며 여전히 눈 덮인 산맥과 숲의 풍경이 펼쳐진다.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지형 주위로 마운트 후드(Mount Hood)가 보인다. 활화산과 용암 지형이 산재해 있다.


이어서 워싱턴주의 초록 숲 오리건-워싱턴 경계를 지나면 울창한 숲이 나타난다. 태평양 북서부  온대우림의 침엽수림, 소나무, 전나무, 삼나무 숲이 빼곡하다.

워싱턴 주 시애틀 인근을 통과할 때면 푸조 사운드의 잔잔한 해안선과 섬들을 볼 수 있다. 산맥과 태평양 연안과 가까운 지역의 숲과 바다가 교차하는 풍경이 이어진다. 작은 만과 항구가 사랑스럽다.


눈 덮인 마운트 레이니어(Mount Rainier)도 보인다. 산과 강 북쪽으로 갈수록 학교에서 지리시간에 배운 폭포 형태의 캐스케이드 산맥(Cascade Range)의 영향을 받는 지형이 분명하게 보인다. 워싱턴주의 화산인 마운트 세인트 헬렌스(Mount St. Helens), 캐나다 국경 인근의 또 다른 웅장한 화산인 마운트 베이커(Mount Baker).


이어서 올림픽 국립공원의 깊은 숲과 퍼시픽 노스웨스트(Pacific Northwest)의 삼림이 이어지더니  어느덧 바다다.



포틀랜드에서 밴쿠버로 가는 경로는 북미 태평양 연안 특유의 지형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여행이다. 두 도시를 잇는 비행기 구간은 태평양 북서부의 특징적인 자연 지형을 지나고, 다양한 풍경과 생태계를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경로로 유명하다. 소형 비행기의 혜택이다.


밴쿠버에 가까워지면서 태평양 해안선과 조화를 이루는 광활한 해안 지형이 나타나고, 작은 섬들과 도시들, 항구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밴쿠버 시내가 가까워지면, 해안선의 웅장한 산들과 시티 스카이라인이 어우러지며 밴쿠버 다운타운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노스쇼어 마운틴(North Shore Mountains)의 모습이 도시의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어 그림 같이 아름답다.


프레이저 강 삼각주(Fraser River Delta) 캐나다 국경을 지나 밴쿠버로 들어서면, 프레이저 강이 태평양으로 흘러가는 넓은 삼각주 지역이 보인다. 컬럼비아 강과 프레이저 강은 각각 미국과 캐나다의 주요 수자원이다.


주변에는 농지와 소규모 마을이 이어지고, 물 위에 떠 있는 목재 뗏목과 수상 가옥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밴쿠버 하버 주변의 잔잔한 바다를 지나며 물 위에 띄워진 많은 목재 뗏목은 캐나다의 목재 수출 산업의 상징이다. 뗏목들은 원목을 효율적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조성된 것으로, 수면 위에 나란히 떠 있는 모습이 그 자체로 장관이다.


"캐나다, 밴쿠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영어와 프랑스어, 2개 국어의 도시, 캐나다에 도착했다.


20240721

Portland-Vancouver


#포틀랜드

#밴쿠버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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