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읍에 새벽에 도착해 수구레 국밥을 먹는다. 소의 가죽과 살 사이에 있는 특수 부위인 수구레를 푹 고아 만든 이 국밥은, 오랜 역사와 독특한 맛으로 창녕 사람들의 음식이자 방문객들의 호사다.
수구레 국밥의 역사는 6.25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구레 국밥의 탄생은 창녕 우시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창녕읍에는 과거부터 번성했던 우시장이 있었는데, 6.25 전쟁 이후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이 우시장에서 도축하고 남은 부산물을 활용한 음식들이 발달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수구레'.
당시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소고기의 귀한 부위를 먹기 어려웠던 서민들은 버려지다시피 했던 수구레를 이용해 국밥을 끓여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수구레는 소의 가죽과 살 사이에 붙어 있는 아교질의 부위로, 소고기 중에서도 값싼 부위였다. 하지만 그 쫄깃하고 오묘한 식감은 다른 부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소 껍데기 안쪽의 질기지만 쫄깃한 식감과 깊은 맛을 가진 수구레는 저렴하면서도 든든한 한 끼를 책임져 주었고, 그렇게 창녕읍 5일 장터에서 수구레 국밥은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담긴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수구레 국밥은 그저 재료를 끓여내는 간단한 음식이 아니다. 깊고 진한 맛을 내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치는 정성이 깃든 음식이다. 수구레는 손질이 까다로운 재료로,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위해서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창녕의 수구레 국밥집들은 오랜 시간 전해 내려온 그들만의 조리법을 가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바로 수구레 손질이다. 수구레는 소의 가죽에 붙어 있기 때문에 털과 이물질이 남아있을 수 있다. 국밥집에서는 수구레를 깨끗하게 손질하고, 삶는 과정을 반복하여 잡내를 완벽하게 제거한다. 털과 이물질을 깨끗이 제거하고, 끓는 물에 두 번 이상 삶아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만들어낸다. 질긴 부위이기 때문에 푹 삶아내야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살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콜라겐이 녹아 나와 국물에 깊은 맛을 더한다. 오랜 시간 끓여내야 재료들의 맛이 어우러져 깊은 국물 맛이 우러난다. 이 과정에서 냄새가 사라지고 수구레 특유의 담백한 맛이 올라온다. 국물은 소뼈를 푹 고아 낸 육수를 사용한다. 수구레와 잘 어우러지는 깊고 구수한 맛을 내기 위해서다.
고춧가루, 다진 마늘, 된장 등 갖은양념을 넣어 칼칼하면서도 구수한 맛을 낸다. 잘 손질된 수구레와 선지, 콩나물 등을 넣고 푹 끓여낸다. 수구레를 양념에 버무려 하루 정도 숙성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수구레에 양념이 깊숙이 배어들어 더욱 감칠맛 나는 국밥을 만들 수 있다.
창녕 수구레 국밥에는 수구레와 함께 선지, 콩나물이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이는 단순히 맛의 조화를 넘어, 영양학적인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선지는 소의 피를 굳힌 것으로, 철분이 풍부해 빈혈에 좋고 단백질 함량이 높다. 쫄깃한 수구레와 부드러운 선지의 조화로운 식감은 국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여기에 더한 콩나물은 아삭한 식감을 더해 쫄깃한 수구레, 부드러운 선지와 대비를 이룬다. 콩나물의 아스파라긴산 성분은 해장을 돕는다고 알려져 있어, 얼큰한 수구레 국밥과 궁합이 좋다고. 마지막으로 밥을 넣고 뚝배기에 담아 팔팔 끓여내면 뜨끈하고 든든한 수구레 국밥이 완성!
당시 서민들은 이렇게 손질을 해서 수구레를 이용해 든든한 국밥을 끓여 먹었고, 이른 아침 우시장을 오가던 상인들과 주민들에게 수구레 국밥은 소박하지만 따뜻한 한 끼 식사가 되었다. 창녕의 우시장이 활기를 잃어가는 지금도 수구레 국밥은 그 시절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수구레 국밥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독특한 식감이다. 소가죽과 살 사이의 콜라겐 덩어리인 수구레는 씹을수록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맛이다. 마치 도가니나 족발의 껍질 부분과 비슷하지만, 더 쫄깃하고 탱탱하다. 국물은 얼큰하고 칼칼하면서도 깊고 구수한 맛이 난다. 소뼈 육수의 진한 맛에 갖은양념이 더해져 해장국으로도 훌륭하고, 추운 겨울날 몸을 녹여주는 따뜻한 위로다. 함께 들어가는 선지와 콩나물은 국밥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수구레 국밥은 창녕의 활기찬 풍경의 일부다. 국밥집들은 이른 아침부터 문전성시를 이룬다. 끓어오르는 가마솥 연기... 고된 하루를 보낸 상인들과 장 보러 온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국밥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삶의 이야기를 나눈다. 얼큰하고 뜨끈한 국밥에 허기진 배를 따뜻한 정으로 채운다.
웬만큼 독하지 않고서는 발길을 돌리기 어렵다. 진주, 봉화, 대구 현풍시장도 우시장은 발달한 곳이지만 칼바람에 눈물 콧물 나는 칼칼한 수구레 국밥은 창녕 새벽 맛이 제일이다.
2020년 14년 만에 새차 뽑고 간
창녕읍내 겨울 수구레 국밥의 기억
2025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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