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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오이, 지원사업 시스템으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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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지원사업 기업으로 선정되셨습니다."

너무나 기쁜 전화를 끊고 일주일쯤 지나, 메일이 왔다. 선정 기업 워크숍 안내.


설레는 마음으로 지원 기관의 회의실로 갔다. 스크린에는 귀여운 일러스트. 새와 꽃 캐릭터와 파스텔 톤의 따뜻한 배경의 자료가 띄워져 있었지만 책상 위에는 사업 지침 안내, 사업 운영 변경 안내, 사업 정산 및 결과보고 서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의실에는 선정된 기업 대표들이 모였다. 담당자 설명이 시작되자 나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순서대로 부지런히 적었다.

"먼저 교부신청서를 메일로 접수하시고요."

"그다음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이수증을 제출하셔야 해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에듀코카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들으실 수 있어요. 수료증 발급받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보탬e 시스템에 로그인하시고요"

"민간교부결정 결과조회에서 처리상태가 결정에서 승인으로 바뀌면 사업비 집행이 가능합니다."

"보조사업선정, 수행사업계획관리, 사업수행확인서발급 순서로 진행하시면 됩니다."


부지런히 받아 적긴 했지만 용어도 생소하고 이해가 잘 안 됐다. 법인이라는 옆자리 대표가 속삭였다. 나 같은 개인 간이 사업자는 법인이 제일 부럽다.

"처음이세요?"

"네..."

"괜찮아요. 저도 첫해엔 진짜 헤맸어요. 일단 매뉴얼 정독하시고, 모르면 지금 담당자님께 전화하세요. 친절하게 안내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나마 위로가 됐다. 나만 모르는 게 아니구나.


집에 돌아와 담당자 메일을 열었다. 첨부 파일이 여러 개였다.

2025년_콘텐츠기업_홍보마케팅_지원_지침_안내.pdf (점점 파일명의 언더바가 무섭다. 실수하면 안 된다는 대한민국 관공서 아이콘이다)

교부신청_양식.hwp

관리지침.hwp

사업계획_및_예산변경_신청서.hwp

보탬e 매뉴얼


일단 매뉴얼 PDF를 열었다. 총 86페이지. 첫 페이지부터 읽기 시작했다. 보조사업자, 지방자치단체, 공모형 사업선정 흐름도, 수행사업계획 관리, 민간교부신청...한 페이지씩 읽어 내려갔다. 중요한 부분에 형광펜을 그었다. 메모를 했다. 3시간이 지났다. 겨우 30페이지를 읽었는데.

"내일 이어서 읽자..."

다음 날,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들으러 사이트에 접속했다.

로그인. 회원가입. 본인인증. 50분짜리 영상. 중간중간 퀴즈도 풀고, 끝까지 들어야 수료증이 나온다. 참고로 난 퀴즈 백점이다. 별 걸 다 자랑하는 거 안다. 수료증 발급 완료. PDF로 저장했다. 제출용 파일 하나 완성하고 오후가 되었다.


그다음은 보조금 전용통장. 마침 길 건너 농협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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