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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마드 Jul 27. 2020

끓어오르는 분노 길들이기

슬기로운 퇴사준비 A to Z


육상 선수 '우사인 볼트'를 기억하시나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100미터 경기를 TV에 켜 놓고, 출발 총성이 울릴 때까지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봤었던 그날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총성과 함께 선수들은 튀어나갔고, 동시에 제 눈에도 뭐가 튀어들어왔었지요. 


눈에 뭐가 들어간 걸 빼내기 위해서 손으로 엄청 비벼대던 그 찰나에, 경기는 끝났고 세계신기록이 세워졌습니다.

정말 눈 깜빡할 사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저는 괜히 억울해서 분노의 비명을 질렀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우사인 볼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저를 관통하는 녀석을 가끔 만납니다. 


저는 그걸 '우사인 분노'라고 이름을 붙여보았습니다. 

저의 이성 보다 훨씬 더 빨리 튀어 나오는 감정이어서 아무리 애를 써도 붙잡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분노를 터뜨린 후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모든 상황이 엉망이 되어버린걸 한때 많이 경험했었어요. 화를 낸 것이 화가 나고, 화난 후의 갑. 분. 싸를 수습하려는 제 모습에도 화가 나고, 자기 전에 후회하며 이불킥을 차고 있는 제 모습에도 화가 났었습니다. 제정신일 때 다시 돌이켜 보면 어차피 후회할 짓을 왜 그리 미련하게 매번 반복을 하는 건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였어요.


체로키 인디언의 '두 늑대 이야기'를 아시나요?


어느 날 추장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내면속에서 살고 있는 늑대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이야기했습니다. "내 안에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단다. 이것은 두 늑대 사이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싸움이지. 검은 늑대는 악이란다. 그놈은 분노, 질투, 슬픔, 후회, 탐욕, 오만, 자기 연민, 죄책감, 억울함, 열등감, 거짓말, 그릇된 자부심, 우월감, 자기 불신, 그리고 자존심이지.


흰 늑대는 선이란다. 그놈은 기쁨, 평화, 사랑, 희망, 평온, 겸손, 친절, 자비, 공감, 관대, 진실, 연민, 그리고 믿음이지. 그 두 놈의 싸움이 네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단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지."


그 말을 들은 손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할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늑대가 이기나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그거야 네가 먹이를 주는 놈이 이기지."

여기까지는 들어보신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그다음 스토리가 압권입니다.


추장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다시 이야기를 이어서 합니다.


흰 늑대에게만 먹이를 준다면, 
우리가 약해지거나 방심할 때마다 검은 늑대가 우리를 따라다닐 거야. 
언제 우리를 공격할지 모르지. 
밤보다 더 어두운 검은 늑대를 적으로 둬서는 안 된단다.



믿기 어렵겠지만, 검은 늑대는 사실 결정, 끈기, 용기, 전략적 사고와 같은 많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흰 늑대에게는 부족한 덕목이지요.

결국 둘 다 적절하게 먹이를 준다면 두 마리 늑대의 장점을 모두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두 마리 다 최고의 늑대로 성장시킬 수 있는 길이지요. 두 늑대의 습성을 잘 파악하고 분석해서 싸우지 않고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훈련하고 돌보는 역할을 한다면 세상 두려울 게 없을 겁니다.


분노가 일어난다는 것은 상대의 말이나 행동에 반응을 한다는 것입니다.


'리액션'이라고 하면 개그를 빼놓을 수 없지요. 재밌는 이야기를 들으면 보통은 웃음으로 리액션을 합니다. 그러면 상대는 더 신나서 더 재밌게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해요. 만약에 재밌다고 늘어놓는 이야기가 재미없어서 리액션을 하지 않는다면? 상대가 눈치가 있다면, '지금 이런 얘기 할 분위기가 아니구나' 하고 하던 얘길 접습니다. 


분노도 마찬가지입니다. 리액션이 없으면 꼬리를 내리기 마련입니다.


마냥 무시하거나 참는다고 해서 분노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참는 게 아니고 진심으로 '리액션을 해야 할 요소'를 없애버리는 겁니다.


분노는 두려움의 다른 이름 일수 있습니다. 상대의 공격에 의해 자신이 다칠 수 있으니,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서 이빨을 드러내고 상대보다 더한 위협으로 공격하게끔 분노가 당신을 조정하기 때문이지요.


이쯤에서 저만의 '즐거운 우사인 분노 길들이기'를 공유해 볼까 합니다.

(옛 경험을 바탕으로 각색된 내용들이어서 다소 민감할 수 있으니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A는 숨만 겨우 쉴 정도로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팀장이 A를 급하게 부르더니 법인카드를 주면서 '나는 아메리카노!'를 외칩니다. 안 그래도 짜증 나 죽겠는데, 저보다 어리지만 연차가 1년 빠른 대리가 한술 더 떠서 '나는 라떼!'를 외쳐댑니다. 그때 A의 마음속에는 우사인 분노가 튀어나옵니다. 


흰 늑대가 알아차리기 전에 검은 늑대의 공격이 시작된 것입니다.


A는 차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몹쓸 말들을 내뱉기 시작합니다.


"저 인간들은 팔이 없어 다리가 없어? 입만 둥둥 살아가지고 커피만 들이부울줄만 알지, 바쁜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어. 내가 이런 거 하려고 힘들게 입사한 줄 알아? 머리에 돌멩이만 가득 차서 제 역할도 못하는 주제에. 아 짜증 나."


희한하게 불만을 터뜨리면 터뜨릴수록 속이 시원해지지 않고 지난번 불만까지 기억 소환이 되어버립니다.


또 화가 치밀어 오르는 A입니다.

어떠신가요? 글로만 읽어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시나요?


그 신호가 바로 지금 당신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대체 무슨 헛소리냐고요?


검은 늑대를 재미있게 훈련시키는 저만의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분노가 치밀지만 잠시 '생각하는 지성인' 모드가 되어서, 분노를 표출했던 말들을 A 스스로 분석해 봅니다.


우선 진짜 팔다리가 없는 사람들이라 생각해 봅니다. 신체의 고통을 받으며 불편을 겪고 계신 분들을 만나면 당연히 도와드려야 합니다. 심지어 그 상사들은 사지가 불편한 뿐만 아니라 생각과 판단이 어려울 정도로 머릿속에 뇌 말고 다른 고체가 들어있다 가정해 봅니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요? 아직 창창할 나이고 딸린 식구도 많은데, 벌써 저렇게 몸과 마음이 뒤틀려서 힘들게 살아가고 계신 분들입니다. 꼬장꼬장한 성격이 유일하게 그들이 내세울 만한 작은 무기 이지요.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없듯이, 그 상사들도 알고 보면 아픔이 많거나 사랑을 못 받고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이 회사에서 사지 멀쩡하고 가장 이성적인 A에게 의지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 상사들이 언젠가는 정상인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희망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서 음료를 건네 보세요.


이처럼 상황별로 즐겁게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다른 예를 들어볼게요. 


오늘도 꼰대 상사는 그렇게 비난하던 B의 아이디어를 가로채더니 교묘히 바꿔서 자신의 프로젝트에 써먹고 있습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시나요? 하지만, 달리 생각해 봅시다. 그 사람도 언젠가는 저세상으로 갈 거예요. B보다 더 빨리 갈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저렇게 술 담배에 운동도 안 하는 걸로 보아 노후에 병 때문에 힘들게 연명할 확률도 높아요. 그전에 회사에서 명예퇴직 당할 수도 있고요.꼰대짓도 한철이니깐요. 세상 가여워집니다. 아이디어 없이 저 자리를 버티려면 어쩔 수 없구나, 넘쳐나는 나의 아이디어 중 하나 정도는 기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B는 이해하고 포용합니다.


뒷담화 하며 다니는 직장 동료때문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 자꾸 꾸중만 들어서 자존감이 낮아질때 올라오는 분노 등등... 회사생활 하면서 겪게 되는 각종 우사인 분노를 길들이는 저만의 노하우를 정리해보면 책 한 권은 나올 정도입니다. (기회 되면 '우사인 분노 길들이기' 책 출간 고려해 볼게요 ㅎㅎ)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분노조절과 퇴사가 대체 무슨 관계일까요?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대체 왜 때문에 '회사 밖이 지옥' 이라는 건지 궁금했고 나름 분석해 보았습니다. 


생각보다 뜻대로 되지 않기도 하고, 지금의 노력보다 몇십 배는 더 많이 노력을 해야 사람들이 알아줄까 말까 하는 정도인 것, 그중 최고봉은 거절당하거나 무시당하는 일이 회사보다 훨씬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글로 표현해보니 그렇게 지옥까지는 아닌 것 같네요. 


이런 이유라면 약간의 노력과 훈련으로 충분히 유리하게 바꿀 수 있습니다.


어딜 가든 사람 상대가 가장 진이 빠지고 힘이 듭니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 미리 연습해 두면 좋습니다.


회사는 하나의 작은 사회입니다.


돌+i 질량보존의 법칙처럼 직원 수가 500명이든 5명이든 꼭 27% 정도씩 돌+i는 있기 마련입니다.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이 23% , 관심 밖인 사람이 40%, 꼰대+철천지원수 9.5%, 그나마 이야기가 통하는 동료 0.5%의 비율로 구성이 됩니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당신의 회사가 꼰대도 없고 주위에 좋은 사람들만 있다면, 당신이 돌+i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농담입니다. 사실 %는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그들을 상대로 분조 조절이나 처세술 연습을 해 보세요. 꾸준히 연습해 보세요. 언젠가는 반드시 마음의 평화가 오는 날이 있습니다. 시간 복리 효과를 이용해 보면 그 평화의 시간이 점점 빨리 다가옵니다.


누구든 간에 당신에게 감히 분노를 유발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지 마세요.


대신 보기 싫은 동료가 미래의 나의 고객이 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앞으로 진행될 나의 사업에 VIP가 될 수도 있는 사람입니다. 가장 싫은 사람의 주머니에서 가장 많은 돈이 나와서 나에게 유입되면 그것만큼 짜릿한 승리가 없습니다. 당신이 그들을 컨트롤하세요. 이것이 알고 보면 마케팅의 가장 필요한 기초일수 있습니다. 


돈 공부만큼이나 마음 공부, 감정 공부도 중요합니다. 그렇게 당신의 안팎이 튼튼하면 그 어떤 일이 벌어져도 당신은 의연하게 잘 살아낼 것입니다.


지금껏 이야기한 분노 대처법을 다시 정리 해 보겠습니다.


1. 분노에 반응 하지 마세요.


2. 자신만의 '분노 길들이기' 방법을 모색해 보세요.


3. 분노가 당신을 잠식하기 전에 당신이 분노를 컨트롤 하세요.


우사인 분노를 길들이고 두 마리 늑대를 당신의 보디가드처럼 만들려면, 스스로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컨트롤하는 연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당신의 에너지와 감정은 소중하니깐요. 함부로 소모하지 마세요.

(사회생활에 문제가 없는 일반인들에 해당되는 이야기 이며, 실제로 분노조절 장애가 있으신 분들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격한 분노는
하루의 수명을 갖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하루 동안 파괴한 것은
백년이 지나야 회복될 수 있다.

-로망 롤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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