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출근
이 이야기는 사실을 바탕으로 각색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같지만 사실 같지 않고 가짜 같지만 가짜 같지 않습니다.
한 5개월 쯤 쉬었을까.
아내의 잔소리가 심해진다. 대학원 공부를 핑계삼아 쉬고 있는데 아내는 그 꼴이 아니꼽나보다.
지방대 로스쿨 출신으로 연차가 꽉 찬 변호사에게 남은 것은 개업밖에 없다.
나가면 정글이요, 개업하면 망한다고 하니 나 같은 소심쟁이에게는 저축을 못해도 소비를 안하는 것이 최고의 절약이다.
그러던 중 미끼에 걸린 놈이 있다.
성의없는 자소서를 덥석 물었다.
개업을 미루는 방편으로 서초동에 위치한 속칭 구멍가게에 합격했다.
아내의 잔소리가 듣기 싫었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첫 출근길에 올랐다.
그 때는 정말 몰랐다.
그게 내 삶을 이렇게 바꿔 놓을 줄 말이다.
5살 난 우리 딸은 출근하는 아빠의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본다.
미안하다. 아가야 아빠가 너무 많이 놀았다.
아내는 다려놓은 정장을 나에게 맡긴다.
사실 국가기관 공무원으로 5년간 일했지만 나는 변호사였다.
누구처럼 값비싼 시계는 없지만 정장 속 내 모습을 훔쳐봤다.
흰머리가 가득하지만 그래도 변호사 같이 생겼다.
그렇게 5개월 백수는 5개월만에 서초동으로 첫 출근을 시작했다.
사무실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다만 대표가 동향사람이고 여직원 하나있는 속칭 구멍가게라는 점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사무실에 들어갔다.
난 여직원에게
9시에 긴장한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기 세보이는 여직원이 뒤늦게 등장했다.
여직원은 변호사에게 퉁명스러운 말투로
"새로운 변호사에요" 라고 말한다.
바짝 쫄은 나는
"네. 네" 라고 여러번 대답한다.
가오 빠지는 만남이었다.
여직원과의 고용변호사는 기싸움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완전히 밀렸다.
제길
회사 앞 소파에 대표가 등장한다.
면접 때 한번 봤는데 그 모습이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하얀 와이셔츠가 아닌 파란색 와이셔츠
등산복 같은 펑퍼짐한 바지
볼록 뛰어나온 배
전관이라고 말하는 사람인데
그러한 위풍과 위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표의 첫 한 마디는
" 어 왔어"
였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나를 안내한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