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에 변화가 필요하다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평생 계속하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묵묵히 본업에 충실하다 보면 더 좋은 기회가 스스로 찾아올 수도 있고, 현재 업무에 권태를 느끼거나 상사나 동료와의 갈등, 맞지 않는 업무 등의 원인으로 불만이 쌓여 돌파구가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혹은, 배우자의 업무지 변경, 육아 등 일신 상의 이유로 업무장소 또는 업무형태의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커리어에 변화가 필요한 이유
- 더 좋은 기회
- 현재 상황에 대한 불만
- 일신 상의 이유
조직변경 등 회사 사정 상 특정 직원을 대상으로 보직변경 명령을 내리는 경우는 예외로 하고, 본인의 커리어를 위해 변화를 도모한다면 우선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기회를 찾아볼 수 있다. 기존 인원의 퇴사 또는 조직의 업무 확장으로 인해 새로운 직원을 채용을 할 경우, 회사에서는 타 부서의 내부 인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2018년, 내가 덴마크 본사로 넘어간 것도 이러한 부서이동 케이스였다. 또한, 회사에서는 동일한 조직 내에서 포지션을 변경하는 케이스가 많은데, 내가 속한 회사에서는 기술담당자(Technical Engineer)가 영업담당자(Sales Manager) 또는 제품담당자(Product Manager)로 보직을 변경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회사 입장에서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에 대한 경험이 있는 직원을 받는 것이 리크루팅, 온보딩 교육 등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무엇보다 해당 직원의 업무역량을 이해하고 있으므로 리스크가 낮다. 개인 입장에서도 사내공고는 장점이 많은데, 특히 (직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에서는 직원의 커리어 개발을 위해 새로운 업무에 도전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다만, 회사 규모가 작다면 새로운 기회가 제한적이고 타이밍이 엇갈리기 쉽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같은 그룹사 내의 다른 법인으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으니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내 채용공고를 꾸준히 지켜보면 좋을 것이다(Stay tuned!).
사내 부서이동 유형
- 동일 업무로 부서 변경
- 동일 조직에서 업무 변경
사내 부서이동 장단점
- 낮은 리스크
- 새로운 근무지/업무에 대한 기회
- 제한적인 기회
재직중인 회사에서 적절한 기회가 포착되지 않는다면, 외부로 눈을 돌리는 것, 이직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단, 더 많은 선택지를 마주하게 될 것이고, 일반적으로 이직 시 급여인상이나 직급변경 등 처우개선이 기대된다. (일신 상의 이유로 이직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현재보다 조건이 좋지 않으면 이직을 포기하면 될 것이다) 이직의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동종업계에서 관련 업무 경험이 있는 경력직을 채용하는 경우다. 업계 및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즉시 업무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이러한 이력을 지닌 지원자를 선호하게 마련이다. 다만, 근로계약서에 동종업계 이직금지 조항이 있을 경우 직접적인 경쟁사로 이직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직무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면 전혀 다른 업계로 이직하는 것 또한 문제되지 않는다. 특히, 디지털 마케터나 UX 디자이너 등 최근 수요가 높은 직무의 경우, 당장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하더라도 업무 스킬이 분명하다면 회사 입장에서 기꺼이 채용하고자 할 것이다. 이 경우, 본인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평소 관심있는 분야로 넘어갈 수 있다. 사내 부서이동 대비 이직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을 수 있다. 새로운 조직에 있는 동료들은 나와 맞을지, 담당해야 하는 업무의 양과 난이도는 어느 정도일지, 직접 일 해보기 전까지는 알기 어려운 부분이라 이직 이후에 후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직 유형
- 동종업계의 관련 직무로 이직
- 동일한 직군의 다른 분야로 이직
-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업무에 도전
이직 장단점
- 다양한 기회
- 처우개선 가능성
- 상대적으로 높은 리스크
종종 우리는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업무에 도전하고 싶은 열망을 느낀다. 실제 경험은 없지만 평소 관심있게 지켜보던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것이다. 동시에 더 나은 타이틀, 더 높은 급여는 포기하기 어렵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관련 업계에 대한 지식도, 관련 업무에 대한 전문성도 없는 상황에서 현재 이상의 처우를 기대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기존 업무경력과의 연관성을 나름대로 포장해보겠지만 채용하는 회사로부터 이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연세대학교 농구팀을 농구대잔치 우승으로 이끈 최희암 전 감독은 전자랜드 농구팀을 이끌다 계약 종료 후 형제기업인 고려용접봉에 입사하였다. 현재는 고려용접봉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새로운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특별 케이스 또한 오너와의 인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간혹, 지금까지의 업무경력을 모두 잊고 신입사원의 자세로 새롭게 시작하는 용기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이도 있고 부양해야 할 가족까지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과감히 도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도전을 원하는데 나를 받아주는 회사가 없지만, 스스로의 확신이 있다면 본인이 직접 창업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새로운 분야에서 창업을 한다는 건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팀장으로서, 팀원이 부서이동을 요청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기적으로 숙련된 팀원이 떠나는 것은 분명 손실이다. 대체인력을 찾을 때까지 공백이 생기게 마련이고 지금 팀원보다 업무역량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 해당 T/O가 그냥 사라지기도 한다. 전 직장 연구개발 조직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새로운 팀에 배정된 경험이 있다. 이 팀에서 내 역할에 대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중에 '신성장동력팀 파견근무'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사내공고를 발견하였다.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하던 시기였기에 부서장 및 팀장에 지원의사를 밝혔는데 팀장이 허락하질 않았다. 이후 몇 개월 동안 특별한 성과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회사에서 연구원 상당수를 사업부로 전환배치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고, 결국 나는 다른 부서로 옮기게 되었다. 당시 팀장은 나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했고, 지키지도 못했다. 시간이 흘러 그 팀장은 중국 회사로 적을 옮겼는데 하루는 나에게 연락을 하더니 같이 일해볼 생각이 없는지 물었고, 당연히 나는 거절했다.
반대로, 팀원의 커리어를 함께 고민해주고 부서이동을 적극 지원해주는 매니저도 경험했다. 지금 회사에서 내가 덴마크 본사로 이동할 때 내 보스는 오히려 본사에게 나를 추천해주며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 이후에도 꾸준히 연락하면서 내 커리어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나는 이분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게 되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덴마크에서 1년 근무한 이후 이분은 나에게 한국 기술팀 매니저 포지션을 제안하였고, 나는 거절할 수 없었다. 물론, 팀원이 엉뚱한 방향으로 부서이동을 고려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결코 그 직원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면, 이에 대해 지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때는 진심으로 같이 고민해주고 팀원이 커리어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최대한 지원해야 할 것이다. 결국, 팀원이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해 나가고 팀장이 이를 도와줄 수 있다면, 그 팀원이 다른 부서로 이동할 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조력자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