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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디 Mar 15. 2021

에필로그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여정

'목표'라는 성이 있다.


조금은 막연하지만 먼저 떠난 선배들이 남긴 지도를 보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목표의 구체적인 모습을 실제로 본 적은 없다. 상상으로 그리며 일단 출발하는 것이다. 지도가 틀리지 않았다, 내가 성실히 걸음을 옮길 수록 목표의 성에 점점 가까워질 것이다. 지도가 맞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 의심한 적도 많다. 걷다가 지쳐서 포기하고픈 적도 많다. 그러나 꿋꿋이 나아갔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그 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동시에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이 성이 내가 찾던 그곳이 맞는지, 이제는 조금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가 그동안 추구해오던 목표의 성은 제한된 숫자의 인원만 수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알고 보니 나 말고도 이 험난한 길을 묵묵히 걸어온 사람들이 있었고 마차를 타고 쉽게 도착한 이들도 있었다. 알고 보니 그들 중에는 나보다 이 성에 더 적합한 사람들이 많았다. 결국, 나는 이 성에 들어갈 기회를 얻지 못했다. 힘들게 성 앞까지 도달했지만 나는 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러면 나는? 내가 들인 노력은? 나는 이대로 실패자가 되고 마는 것인가? 혹시라도 문을 열어주나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또다른 성을 찾아 먼 길을 떠나야 하는 것일까?


하염없이 걷다 느낀 것이 있다면, 목표라는 것이 사실 생각만큼 단순하진 않다는 점이다. 그것은 직업이 될 수도 있고, 금전적인 여유가 될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처음에 목표라고 생각한 것을 바라보며 열심히 달렸던 덕분에,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단지 목표의 성 안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성 안에 있는 비밀 열쇠를 찾는 것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성 문을 열고 들어간다고 비밀 열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열쇠를 찾기 위해 또 다시 새로운 모험의 길을 찾아 걸어야 할 것이며, 열쇠의 주인이 되기 위해 나 스스로가 더 발전해야 한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사실은, 열쇠가 적어도 이 성 어딘 가에는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직면한 문제는 내가 그 성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는 점.


그러던 중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성은 매우 넓었고, 성으로 들어가는 문 또한 여러가지였다. 또 한가지, 열쇠는 바다가 보이는 지역에 머물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마침 선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바닷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덕분에 승선할 기회를 얻었다. 배를 타고 이동하여 꿈에 그리던 성 안에 도착하게 되었다.


목표라는 성을 향해 걷는 것은 분명 힘들었다. 하지만 즐거웠던 것도 사실이다. 살아있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목표라는 성을 향해 걸으며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할 수 있었고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언젠가 열쇠를 찾는 그날까지 나는 계속 나아갈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고 일하는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개인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에게 맞는 직업 또한 제 각각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기까지 각자 나름대로의 스토리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만족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맞는 천직이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대해 타인이 답해주긴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정답이 딱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생 동안 지속적으로 찾아 나가고 맞춰 나가는 여정으로 보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첫 직장을 다니며 유학을 준비하던 시기가 있었다. 새벽 같이 일어나 출근 셔틀버스를 타고 회사에 도착해 커피로 겨우 잠을 달랜 후 업무를 해치웠다. 퇴근 후에는 학교 도서관을 찾아 영어시험 공부에 매진했다. 마을버스 막차를 타러 중앙도서관부터 학교 정문까지 걸어오는 길은 상쾌했다. 분명 몸은 힘든 데 왜 그런지 생각해보니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이었다. 


결과적으로 유학준비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어 새로운 도전을 이어 가게 되었다. 혹시 누군가 나에게 “지금 하는 일이 당신에게 천직인가요?” 라는 질문을 던지면 “그렇습니다” 라고 대답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그 답을 찾는 과정에 있고 이 여정은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충분히 행복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혹시라도 현재 직업에서 불만을 느낀다면 본인의 타고난 능력이나 노력이 부족하다고 자책하기에 앞서 지금 하는 일이 나에게 맞는지 한번 고민해보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에서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직장 생활의 다양한 면을 살펴보았다. 본인에게 맞는 천직을 찾는 데 조금이라도 힌트를 얻길 바라며, 우리 모두의 행복한 직업 생활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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