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사는 어른들 '오느른(onulun)'
#잔잔한 재미와 여유로 마음속 울림을 주는 콘텐츠
‘힐링'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살아가는 일이 힘에 부치고 지칠 일이 많다는 이야기겠죠. 삶에 쉼표 하나를 찍고 싶거나 위로받고 싶은 순간에 ‘힐링’은 가뭄의 단비처럼 촉촉한 단어입니다.
그냥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오느른’입니다. '오늘을 사는 어른들’이라는 뜻이며 동시에 ‘오늘은’의 소리 나는 발음 그대로 영상을 마무리할 때 사용하는 클로징 멘트이기도 합니다. 채널명도 참 공감가게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튜브 채널 ‘오느른’ 은 작정하고 전라북도 김제로 내려가 시골살이를 시작한 MBC 최별 PD의 이야기입니다. ‘작정했다'는 의미는 본인의 시골살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시작한 일이라는 점입니다. 원래는 TV 프로그램으로 편성을 받아 여러 셀럽을 데리고 찍으려던 것이 코로나를 만나 좌초되었고 이 기획을 본인이 직접 해보자는 생각으로 살려냈다고 합니다.
‘작정했다'의 또 다른 의미는 기대 이상으로 그 속에 우여곡절이 많아 여러 경험 자체가 공감을 끌어낸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히 시골로 내려간 한 방송국 PD의 좌충우돌 스토리가 아니라 폐가를 4,500만 원에 자비로 구입하고, 서서히 쓸만한 집으로 만들고, 그 과정 속에 지역커뮤니티의 일원이 되어가는 판타지 같은 이야기가 잔잔한 재미와 여유로 마음속 울림을 준다는 것입니다.
#리틀포레스트의 실사판 다큐멘터리 같지만 뭔가 다른 ‘오느른’
다큐는 젊은 세대에게 더 이상 먹히는 콘텐츠가 아니라는 주변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오느른’ 은 다큐도 젊은 세대의 문법과 주제라면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첫 한 두 편은 영화 ‘리틀포레스트'의 실사판 다큐 같아 보였습니다. 다 쓰러져가는 폐가를 구입하고 자신이 원하는 집으로 리모델링하고 작은 텃밭을 가꾸고 여섯 가구밖에 안 되는 이웃을 사귀는 과정 하나하나가 결말을 궁금하게 만듭니다.
머릿속에 꿈꿀지언정 쉽사리 행동에 옮기지 못한 일을 나 대신 누군가 해주는 느낌이 색다르게 다가옵니다. 영화 리틀포레스트와 결이 다른 점은 모든 것이 완벽한 설정과 연출에 의해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번 실수투성이에다가 걱정이 앞서고 후회도 있지만 그래도 한걸음 나아가는 당찬 모습이 묘한 위로가 된다는 점입니다.
유튜브에 흔하디 흔한 브이로그 콘텐츠지만 최별 PD의 압축된 고민과 걱정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큰 거부감 없이 바라보게 됩니다. 영상에 출연하는 누구 하나 얼굴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에피소드에 필요한 건 인물이 아니라 스토리라는 걸 잘 보여줍니다.
올 연말까지 MBC로부터 일로 인정을 받아 진행하는 이 콘텐츠가 많은 구독자로부터 힘을 주고받은 채널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그녀의 색다르면서도 당찬, 그래서 더욱 더 응원하고 싶은 '김제 라이프'인 '오느른'이 제이스의 발견 7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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