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

상처 주지 않기

by 소율


언젠가 이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한 번 하고 싶었다.
유방암을 겪은 지 만 7년이 지났고 그동안, 아니 지금까지도 종종 사람들에게 약간은 불편한 말들을 듣기 때문이다. 사실 암환자라고 해도 각각 상황들이 다르고 마음도 달라서 내가 드는 예들이 백 프로 모두에게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누구는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심각한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저런 말들에 대해서 대부분의 암환자는 불쾌함, 분노, 외로움을 느낀다.


중앙암등록본부에 의하면 우리가 기대수명까지 살아간다고 할 때 남자 5명 중 2명, 여자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린다고 한다. 즉 누구라도 살면서 자신이 암환자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또한 국내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이 70%를 넘었다고 한다. 살아가면서 암환자 한 두 명쯤은 쉽게 만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시대이니 적절한 대화법에 대해 생각해 보자구요.

보통은 내가 겪는 상황이 아니기에 잘 몰라서 하는 실수가 대부분이지만, 꼭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 건 아니다. 똥과 된장을 반드시 맛을 봐야만 알겠다면 매우 어리석다고 할 밖에. 상식이라 생각하고 읽어보신다면 좋겠다.

"착한 암(갑상선암, 유방암)이라서,
0기(또는 1기)라서, 다행이다."

세상에 착한 암, 쉬운 암은 없다.
암에 왜 암이라는 이름이 붙었겠는가.
저런 말은 그 정도 암쯤이야 별 거 아니라는 뜻으로 들린다.
어떤 암이건 굉장히 실례가 되고 상처를 주는 말이다.
그들이 착하다고 쉽다고 하는 암으로도 죽거나 고통받는 환자가 부지기수다.
유방암의 경우, 0기나 1기임에도 수술 시 전절제를 하는 예가 많고 죽는 경우도 있다.
입장 바꿔 만약 이야기하는 당사자가 암환자라면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을 터.
남의 이야기라고 쉽게 말하지 마시라.

"나도 요즘 허리도 아프고 여기저기 쑤시고 성한 데가 없어!"

암환자 앞에서 자기 아픈 거 하소연하는 사람, 꼭 있다.
이들은
"너만 아픈 건 아니야! 나도 아파!"
라고 말하고 싶은 게다.
아무리 내 손의 가시가 남 다리 부러진 것보다 중하다지만 이건 아니지.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위태롭게 서있는 사람 앞에서 할 소리인가?
그럼 그거랑 내 암이랑 바꿀래?

"건강한 사람 몸에도 암세포가 있다더라.
누구나 암세포를 가지고 있는데 발병하지 않았을 뿐이래."

그래서, 건강한 사람 몸에 잠재하는 암세포랑 이미 발병해서 생명을 위협하는 암세포랑 같단 말인가?
따지고 보면 나도 잠재적인 암환자이니 너 혼자 너무 괴로워하지 마라, 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겠지.

만 절대 그거와 이거가 같지 않다, 전혀 다르다.

위로한다고 하는 말이지만 듣는 암환자는 속이 터진다.
그게 같으면 왜 사람들이 암을 두려워할까?
이미 발병했으니 문제가 되는 거 아닌가.
그런 말은 1도 위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음식, 술, 담배, 스트레스, 기타 등등 때문에 발병했을 거야"

암의 원인은 여러 가지이고 의사조차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생 담배를 피워도 폐암에 안 걸리고 건강하게 사는 사람도 있고
평생 운동하고 건강식을 먹었어도 암환자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경우가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무엇 때문에 암에 걸렸다고 밝히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설령 어떤 원인이 짐작되어도 환자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마치 비난하는 투로 들릴 수 있다.
니 병은 니가 자초한 거야, 라는 식으로 말이다.
환자 스스로가 무엇이 원인인 것 같다고 인정하면 몰라도 타인이 그런 추측을 하는 건 쓸데없는 오지랖일 뿐.

"하나님을 안 믿어서 그런 병에 걸린 거야.
이제부터 꼭 교회 다녀야 한다."

진짜 '오 마이 갓!'을 외치고 싶다.
직접적으로 이리도 무례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고 간접적으로도 이리 말하는 사람이 있다.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저게 웬 헛소리인가 싶지만 일부 기독교인들은 아주 태연하게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한창 항암 중일 때, 버스에서 내 옆에 서있던 처음 보는 여자가 비슷한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럼 암환자 중에 기독교인은 한 명도 없나?
목사님들은 한 명도 암에 안 걸리나?
지금이 중세시대도 아니고 자신의 무식을 대놓고 자랑하지 맙시다.
안 그래도 힘든 환자에게 말도 안 되는 언어폭력은 하지 맙시다, 제발!

"이제 다 나은 거야? 5년이 지났으니 완치되었겠네?"

이 말도 참 많이 들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뭐라 대답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네~ 난감하네~~
완치라고?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도 모른다. 심지어 의사도 모른다.
특히 유방암은 5년 생존율은 높지만 재발률과 전이율도 높다.
사람들이 착각하는데 5년 생존율이 완치율은 아니다.

5년 생존율을 완치율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된다.
말 그대로 그냥 '5년 동안 살아있다'는 뜻일 뿐.

5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몸 상태는 이전으로 돌아가지지 않는다.
체력이 회복이 안 되니 일상이 힘든 건 마찬가지다.

또한 젊은 나이에 암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5년 생존율이 그다지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나이 서른에 암에 걸려 치료를 받았는데 5년이 지났다.
그런데 6년째에 재발하거나 전이되어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나이 70에 암에 걸려 74세에 죽은 사람이 있다고 치자.

둘 중 누가 더 운이 좋았다고 할까?

한 젊은이는 5년 생존율을 넘겼지만 그래 봐야 36세까지가 그의 인생이고

또 다른 노인은 5년 생존율을 못 넘겼어도 74세까지는 살았다.
즉 5년 생존율은 그냥 5년 생존했다는 의미일 뿐,

그것이 나머지 인생을 팔십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유방암에는 이런저런 요법이 좋다더라."

불확실한 민간요법이나 대체요법을 권하는 건 매우 신중해야 한다.

물론 누군가에게 어떤 대체요법이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더라,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하지만 그게 누구에게는 효과가 있었을지 몰라도 모두에게 통할 지는 미지수다.

나는 대체요법이라고 해서 모두 거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분명 효과적인 요법도 있을 테지만,

반대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의 심리를 이용한 민간요법 사기도 횡행하고 있다.

또한 쉽게 민간요법을 권하는 사람 치고 그 병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기본적으로 암환자는 자기 병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다.
보통은 환자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본인이 공부를 하게 되어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저런 소문을 물어다 주지 않아도 된다.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본 뒤에 구해다 주는 것은 괜찮다.

"앞으로 예후는 괜찮을 거라니?"

항암이나 방사선 등 한창 치료 중일 때 많이 듣는 소리다.
그건 누구보다 환자 본인이 더 궁금하다.
그러나 알 수가 없다.
의사도 예후를 장담하지 못한다.
당신이 물어본들 누가 알겠나.
그런데 이걸 물어보는 심리의 기저에는 본인의 불안감이 작용한다.
사람들은 암환자를 보면 나에게도 저런 불행이 옮겨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심리가 깔려 있다.
본인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 (사실과 상관없이) 환자가 괜찮을 거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내 지인 누구가 유방암으로 죽었어."

설마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있다.
자기 주변에 있는 암환자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특히 죽은 사람 이야기도 거리낌 없이 하는 경우도 있다.
별생각 없이 하는 말이지만 듣는 사람은 기가 막힌다.
환자가 다른 환자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이 예의다.


"아우, 암 걸릴 것 같아!"
(댓글에 이 예도 많이 나와서 추가했습니다)


요즘 젊은 층에서 종종 쓰이는 말이다.

흔히 고구마를 백 개쯤 먹은 것 같은 상황에서 내뱉는다.

인터넷 상에서도 자주 보았다.

"암에 걸린다"는 말은 그리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나는 절대 암 같은 것에 걸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오히려 저런 말을 아무렇게나 뱉을 수 있게 하는 게 아닐까?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겁이 나서라도 그런 말을 못 한다.

또한 당신 주위의 암환자나 그 가족들에게는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게 된다.


여기까지 읽은 뒤에,

그럼 도대체 암환자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야?

암환자인 게 무슨 벼슬이야?

도대체 언제까지 배려해 줘야 하는데?

라고 짜증을 낼지도 모르겠다.


맞다, 사실 암환자를 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들은 매우 예민해 있고 사소한 말에도 상처 입을 수 있다.

인생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거의 가장 큰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보통 사람들과 같은 심리 상태일 수가 없다.

그래서 우울증이 함께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만약 당신이 그들에게 애정이 있다면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암환자라면 저런 말들을 쉽게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은 환자에게 별 애정도 관심도 없기에 말실수가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하는 편이 낫겠다.
괜히 예의상 관심 있는 척해봐야 금세 들통난다.

오히려 상처주기 십상이다.
그냥 무심한 듯 여상하게 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것을 판별할 수 있는 정확한 방법이 있다.

자, 눈을 감고,

상상을 해 보시라.



당신은 지금 암 수술을 받고 항암 중이다.

머리카락은 다 빠져서 박박 밀었고 구토가 올라와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다.

온몸의 관절이 아파서 걷기도 힘들다.

밤에도 불면증이 심해서 한두 시간 겨우 잠을 이룬다.

얼굴과 손발이 퉁퉁 부어 거울을 보면 내 모습이 도저히 나 같지가 않다.

아, 앞으로의 인생이 어찌 될지 모르겠다.



그 상황에서 저 말들을 다시 읽어 본다면 금방 답이 나올 터.

허나 그런 상상이 도무지 안 된다면 여전히 이해가 안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이 방법은 아주 쉬우면서도 어렵다고 할 수 있겠다.


한편 암환자뿐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가족도 환자만큼 힘든 경우가 적지 않다.

경우마다 상황마다 다를 테니 무조건 환자 입장만 배려하라고 하기도 사실 조심스럽긴 하다.

암환자 돌보다가 간병하는 사람이 암환자 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까.

반대로 전혀 환자를 돌보지 않아 환자가 처절하게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여하튼, 이런저런 경우에도 한 번쯤은 위의 말들에 대해 짚어 보길 권한다.

참 아주 중요한 사실을 빼먹을 뻔했네!
저 위에 있는 대부분의 말들을 해도 괜찮은 부류가 있다.
바로 같은 암환자일 경우가 그렇다.


동병상련.
이심전심.


이 사자성어가 정확하게 들어맞는 상황이거든.
같은 환자끼리는 저런 말들이 위로가 될 수 있다.

(물론 '암 걸릴 것 같다'와 '하나님 블라블라~'는 제외하고)
그 외에는 조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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