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J Mar 22. 2020

출산 후 다이어트 이야기

  당신과 나의 공통분모, 그것은 다이어트

임신을 하고 몸무게의 앞자리가 무려 두 번이나 바뀌었다. 그때는 출산하고 좀 관리하면 당연히 원래대로 돌아오는 줄 알았다. 스트레스는 임산부에겐 쥐약이니까 밤낮을 가리지 않고 먹고 싶은 대로 먹었던 것 같다.    


실제로 출산을 하고 힘든 육아를 하며 밥도 잘 못 챙겨 먹는 날이 많다 보니 저절로 살이 쭉쭉 빠졌다. 그러다 아이가 6개월이 되자 임신 전 몸무게에서 한 5kg 정도가 남은 상태에서 정체기가 왔다. 아이가 그때쯤 잠을 길게 자기 시작하면서 나도 컨디션이 돌아오니 식욕이 생겨 더 이상 저절로 살이 빠지진 않은 것이다.


아직 임신 전에 입던 바지도 맞지 않을뿐더러 볼록 나온 배에 푹 꺼진 엉덩이까지 총체적 난국인 내 몸을 보고 있노라면 그나마 남아있던 자존감도 저 멀리 달아나버리는 것 같았다. 거기에 날이 갈수록 체력이 달려서 건강해지기 위해서라도 체력을 증진시켜야 했다.       

  

그날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헬스장에 등록했다. 퇴근한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주 3회라도 나가서 운동을 할 셈이었다. 처음 한 달 정도는 잘 나갔나 보다. 그런데 남편이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쉬고 싶은 마음이 커져 안 나가게 되고, 나중에는 아예 발길을 끊어버렸다. 핑계가 아니라 저녁 9시 이후에는 체력이 방전되어서 헬스장까지 갈 여력이 없었다.      


아이를 정해진 시간에 온전히 맡기고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운동은 무리인 것 같았다. 그리고 출산 후 6개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지 여기저기 아픈 곳도 많아 헬스는 무리였던 것이다. TV를 보면 출산 후 몇 달 만에 몸매도 완벽하게 돌아오고, 일터로 나가 멋지게 일하는 연예인도 많던데 현실은 적어도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었다.    

  

나는 당장 할 수 있는 식단 조절부터 시작했다. 밥이라도 차려서 먹을라 하면 아이가 보채고 울어서 제대로 된 식사도 못하고 대충 라면이나 빵으로 식사를 때우던 때였다. 그래서 한 그릇 식사를 준비해서 큰 그릇에 밥, 나물, 달걀프라이를 한데 모아 소파에 앉아 아이를 보며 밥을 먹었다. 그렇게 하니 아이도 울지 않고 나도 그전보다는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지금 보니 식단 조절이 아니라 ‘제때 밥 먹기’ 정도가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아이가 돌이 지났다. 시간이 흐른 만큼 컨디션도 좋아지고 본격적으로 관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쯤 우연히 지역 맘 카페에서 다이어트 카톡 모임 모집 글을 보았다. SNS상에 모여서 음식, 몸무게, 운동 등을 올려 서로 의지하며 다이어트하자는 내용이었는데 함께 하면 시너지 효과도 생기고 재미있을 것 같아 얼른 댓글을 달았다. 그런데 이미 모집이 마감된 뒤였고 아쉬운 마음에 직접 모집 글을 올려 그렇게 나포함 세 명이 시작을 하게 되었다.


서로를 의지하고 또 의식하게 되니 확실하게 식단도 건강하게 먹게 되고 간식도 줄여나갔다. 처음 시작한 몸무게가 57kg인데 최종적으로 3kg이 빠져 54kg이 되었다. 두 달이 지나고 세 달째가 됐을 때 한 명이 둘째 임신소식을 전하면서 자연스럽게 끝이 났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다이어트 카톡 모임 덕분에 좋은 습관이 생겨 지금까지도 하루 두 끼는 건강식으로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하루에 정해진 운동도 꼭 지키고 있다. 덕분에 지금은 체력도 많이 향상되었고 임신 전에 입었던 옷도 무난히 소화할 정도가 되었다. 또 무엇보다 좋은 점은 작은 성공을 통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점이다.


대략 1년 하고도 6개월이 걸린 것 같다. 출산 후에 체력도 좋아지고 몸도 어느 정도까지 돌아오는데 말이다. 이 기간 동안 나약한 내 모습에 좌절하고 자신감 잃은 나날을 수없이 보냈었다. 긴 터널 같은 시간을 버티며 보낸 덕분에 지금은 몸도 마음도 좀 더 단단해진 나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오늘만큼은 나 자신에게 격려해주고 싶다. 지금까지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피아노가 나에게 주는 의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