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낮달 Aug 18. 2021

아이는 자란다

엄마도 자랄까

작아서 말그대로 인형같던 아이는 이제 사람같다. 인형같이 예쁜 건 변함없지만.

아이는 매일 자라고 있다. 점점 진해지는 눈썹과 머리카락 색깔, 통통한 허벅지와 같은 생김새 뿐 아니라 어느순간 어-아-소리를 내고 손을 내밀어 잡으려 하고 안아주면 허리를 밟고 서려고 바둥댄다. 제법 눈을 맞추며 바라볼 때는 꼭 먼가 알고 있는 것 같다. 이 순간들을 기억하고 싶어 하루에도 몇번씩 셔터를 눌러댄다.

나는 매일 멍하다. 아이가 자는 틈, 혼자 잠시 노는 틈을 타서 육아 가사노동을 해치우고 눈치를 보며 머슴밥 같은 식사를 한다. 아이가 아침잠을 자는 오전 1시간이 요즘 내게 주어진 온전한 휴식 시간이다. 이 시간만은 나에게 주고 싶어 잠의 유혹을 이겨내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몇장 읽는 동안에도 자꾸 사야되는 아이 장난감, 오늘 안에 해야할 돌잔치 예약 전화 등이 떠올라 떨쳐내려 고개를 저어본다.


좋은 말로 멀티테스커라고 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한번에 여러가지 일을 더 잘 처리한다고 한다. 육아와 가사는 자질구레하고 반복적인 수많은 일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일들의 목적은 모든 것을 원래 그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기저귀함이 비웠으면 채우고 더러워진 손수건을 빨아 제자리에 접어두고 어지러진 거실을 정리하고 젖병을 씻어 말려둔다. 분유와 기저귀, 휴지, 생수와 같은 생필품은 떨어지기 전에 주문해두어야 한다. 현상유지가 되지 않으면 곤란하지만 현상유지가 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이다. 한마디로 밑져야 본전인 이러한 일을 주어진 시간 내에 하기 위해서는 기계와 같은 정확성과 신속함으로 신체와 정신을 제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결과로 멍해진다. 해야할 작은 것들에 대한 생각들이 다른 생각을 못하도록 공격한다. 가까스로 공격을 이겨내도 밀려오는 피로감에 다른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진다.


엄마가 되고 육아를 하며 한 인간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보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타인에 대한 공감도 이전보다 커졌다. 정신적으로 분명히 나는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으로 사회인으로 살아오면서 타인들도 나 자신도 인정해 온 나의 지적 성취와 사고력도 그러한지, 그러할지 몰라 불안하다.



역사와 인생의 모든 것들과 같이 이 또한 지나고 나면 알게 될까.


                                                                                   _ 2017.8.24

매거진의 이전글 결혼과 출산을 생각하는 여자들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