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소신 있게 버티기, 그리고 휘둘리지 않기.
수능이 20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여기저기서 수시 1차 발표가 나고 있고, 실기전형은 거의 다 끝나가며, 2차 면접 준비를 하거나 논술을 보러 다니고, 또 최종발표를 기다리는 학생도 있다. 정시준비하는 아이들은 그야말로 두문불출하며 오직 시험에만 매진하고 있다. 아이들은 그야말로 각자의 입시전형에 맞게 마지막준비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 아이 학교에서도 중간고사가 끝난 이후부터는 '수능집중학습기간'이라고 해서 학교에서도 무언가 하고 있는 것 같고, 학원들도 파이널에 파이널을 외치며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예전에 아이들 초등학교 때 고등학교 다니는 자녀를 키우는 동네언니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 때 돈 많이 들어가니까 아껴둬. 그때는 돈인지 휴지인지 모르고 쓸 거야. 그런데 고등학교 때 갑자기 예뻐지거나 차를 바꾸거나 새 가방 사들고 오는 엄마들 있지? 그 사람은 애가 잘해서 더 할 게 없거나 포기한 거야. 그럼 갑자기 지갑이 여유로워진다니까. 호호호."
그때는 그런 얘기를 하는 그 언니가 참 별로였고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고3이 되니까 확실히 학원비도 비싸지고 해야 할 것도 많다.
그런데 또 아이에 따라 학원을 가는 녀석도 있고 인강이 잘 맞아서 학원을 가지 않고 스카에서 자기주도학습을 잘하는 아이도 있다. 또 내신이 좋아서 수시로 끝까지 내신을 마무리하는 아이들은 내신과목을 챙겨야 해서 부족한 과목을 과외나 학원에서 계속 점검을 받아야 하기도 하니 수능전문학원과 함께 이중으로 학원비가 드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데 또 어떤 아이는(진짜 내 친구아들) 학교에서 배운 걸 스스로 잘 찾아서 공부해서 대치동 주말특강 외에는 학원비를 거의 안 쓰고 그 어렵다는 의대를 한 방에 들어갔다.
또 누구는 수시 컨설팅비용에 수십수백을 썼다고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엄마가 설명회 수십 군데 돌아다니고 유튜브로 공부해서 컨설팅비용을 쓰지 않고 직접 수시 6장을 다 합격시켰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결국, 이렇다 하는 답은 없다는 거다.
내 주변도 벌써부터 수시 컨설팅, 정시 컨설팅업체에 예약해야 한다고 난리들인데, 나만 천하태평이다.
설명회도 들을 만큼 들었고, 작년에 컨설팅 비싸게 해서 보낸 친구, 컨설팅을 했지만 실패한 친구 다 물어 얘기 들어보면 어쨌든 내 아이가 잘해야 한다는 거 말고는 답이 없다.
우리 집 고사미의 성적이 들쭉날쭉 널을 뛰니 상하한선이 어마어마하여 감을 못 잡겠다. 수시는 담임선생님과 상의 후 아이의 의견과 조율하여 썼는데 정시는 어차피 무조건 성적순이니 무리하게 컨설팅업체를 잡을게 아니라 시험 보고 준비해 보자고 했다.
사교육비가 어마어마하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남일 같지도 않고, 언제쯤 애들 교육비가 줄어들까 손을 꼽아보기도 한다. 대개 살림을 한다 하면 형편 것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교육비 만큼은 아끼지 못하고 무리하는 사람도 많이 보았다. 나역시 아니라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될놈될'이랬다. '누구의 말'만 듣고 무조건 앞사람 쫓아가는 방법은 결국 아이나 학부모나 지쳐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 아이의 사정과 형편을 잘 보고 부모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메타인지'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이해하는 것인데 이것이 학습법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부모가 인지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건이지 싶다.
우리 아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잘할 수 있게 이끌어야 하는데 너도나도 한길만 바라보고 있으니 대한민국에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이 많은 요인도 어쩌면 부모님들의 메타인지 부조화가 아닐까. 부모 스스로가 객관적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집 고사미도 팔랑귀에 삐그덕거리는 엄마와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다. 지금 우리 아이에게 행복하냐고 물었을 때, "네!"라고 바로 답해줄지 모르겠다. 아니, 자신은 없다.
아이에게 학원을 줄이자고 했을 때, 필요이상의 학원이나 과외수업을 시켜 주시 않았을 때, 아이가 그랬다.
"엄마. 나 포기하는 거예요? 나한테 더 이상 아무것도 안 시켜줄 거예요?"
"포기가 아니야. 네가 못해서도 아니고, 너한테 맞지 않는 방법인 것 같아. 너한테 맞는 방법을 찾아보자. 너는 스스로 하는 힘을 더 길러야 되겠어. 해보자. 해보고 안되면 그때 다시 방법을 찾아보자."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아이의 성향과 성적과 체력에 잘 맞는 방법을 찾아 유지 중이다.
언젠가 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내 엄마가 ㅇㅇ형아 엄마였다면, 엄마 나 과학고 갔을지도 몰라. 그지?"
그냥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사실 속으론 철렁했다.
'내가 더 잡아주지 않아서, 내가 ㅇㅇ형아 엄마처럼 더 많이 시켜주지 않아서 더 잡아주길 바랐다는 건가?'
나는 곧 대답했다.
"아니. 그렇지 않아. 너는 ㅇㅇ형아 엄마가 네 엄마였어도 결과는 같을 거야. 너한테 맞지 않은 길이었어. 오히려 엄마는 네가 지금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재미있게 잘 지냈다고 생각하는데 안 그래?"
이제 아이의 초중고 학교생활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잘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부모가 흔들리지 않고 아이를 끝까지 지켜봐 줄 수 있고, 아이는 남들보다 많이 느리거나 돌아갈지라도 제 갈길을 스스로 찾아 주기만 하면 된다. 나는 아이가 선택한 그 길이 행복한 길이 되어주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