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4 기록
코펜하겐 카드라고 코펜하겐 관광지를 무제한으로 둘러볼 수 있는 카드가 있는데 3월 31일까지가 만기라서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덴마크 시내를 돌아다녀야 했다. 나는 덴마크 왕실에 관심이 있었던 만큼 코펜하겐에 있는 세 개의 궁전에 다 가보기로 마음먹었고 드디어! 코펜하겐 카드를 사용하게 되었다. (사실 더 일찍 쓸 수 있었지만 너무 빨리 쓰면 이 도시가 쉽게 질릴 것 같아서 미뤄왔었음.)
사실 덴마크 왕실과 역사에 대해서는 정말 아는 것이 없었다. 현재 왕세자와 그의 아들 근엄이(애기가 너무 근엄하게 생겨서 생긴 별명) 정도만 알고 있었다. 이전의 여행들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를 절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에 뭐라도 알고 가려했지만 이 와중에 역사책은 도저히 엄두가 안 났고 영화로 대체하기로 했다. 검색 끝에 찾은 영화는 'Royal Affair'.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왕실 불륜을 다룬 영화다. ;;;
유럽에서 계몽사상이 싹트고 프랑스혁명이 터지기 직전의 시점, 덴마크에서는 크리스티안 7세의 통치 아래 있었는데 이 왕은 정신분열증을 겪고 있었다. (당시 덴마크 왕실의 무관심, 폭력 등 부정적 환경의 영향이라고 함) 그래서 웨일스에서 시집온 왕비 캐롤라인 마틸다는 왕의 기괴하고 납득할 수 없는 행동들에 실망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왕실 생활에 지쳐가고 있었다. 왕의 병세가 심해지자 의사 요한 스트루 엔시가 왕의 주치의가 되어 치료하게 되는데 왕의 총애를 많이 받게 되다 보니 자연히 왕을 대신해 덴마크를 통치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왕비인 캐롤라인 마틸다와도 밀애를 즐기게 된다.(심지어 공주까지 낳음)
(로젠 보그 성에서 발견한 캐롤라인 마틸다!)
보고 나서 '그렇군..' 하고 별생각 없이 궁전을 돌아다녔는데 막상 돌아다니다 보니 미리 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스토리가 덴마크에서도 유명한지 궁전 어딜 가나 그 설명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중 한 설명은 스트루 엔시를 '그는 나라뿐만이 아니라 왕비까지 빼앗았다'라고 묘사하고 있었다.
첫 번째로 간 궁전은 로젠 보그 성. 현 왕실이 이용하는 곳은 아니고 예전 왕들이 살았던 궁전이다.
되게 익숙한 왕관인데 덴마크 로열 굿즈의 대표 소재였음.
베르사유보다 규모는 작지만 정말 여기도 어지간히 화려했다. 설명들을 보면 베르사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방이 몇 개 있었는데 다시 한번 베르사유의 파급력을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먼저 다녀오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베르사유 궁과 여기 성의 공통점은 방이 길게 연결되어 있는 형태라는 것. 즉 방 1-방 2-방 3 이렇게 되어 있을 때 방 1에서 방 3으로 가려면 방 1을 꼭 거쳐야 했다. 참 비효율적인 설계다 라고 생각하며 감상했다. 어떠한 이유가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나중에 다른 궁도 이런 식이면 한번 찾아봐야겠다.
두 번째 성은 아말리엔보르 성. 현 왕실이 거주하는 곳이다. 항상 외관만 보고 못 들어가 봤는데 이제야 박물관용으로 개방된 실내를 들어가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왕실이 '진짜' 사는 곳이다 보니 공개된 공간은 매우 적었고 사진들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근위병이 가장 큰 볼거리. 런던에서 근위병 교대식 보려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덴마크에서 봐야지'하고 포기했는데 나중에 5월 되면 자주 한다고 하니 또 보러 와야겠다. 4월에는 여왕 생신이라고 덴마크 사람들이 이 성으로 와서 축하를 하러 온다고 하는데 한번 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덴마크의 현 여왕 마르그레테 2세는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군주라고 한다. 90퍼센트가 넘는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마지막 궁은 크리스티안 보그 성. 현재도 국회의 사당과 여왕의 알현 장소로 이용된다고 한다. 때마침 투어시간이어서 가이드와 함께 둘러볼 수 있었다. 방 하나하나의 역할을 듣다 보니 꽤 재미있었다.
(덴마크 역사뿐만 아니라 세계의 역사가 수놓아진 카펫들.
시대별로 표현되어있는데 가장 최근의 20세기 카펫에서는 히틀러와 아인슈타인도 표현되어 있다)
(왕실의 서재. 천장에는 덴마크의 유명한 작가들이 표현되어있다는데 저 모서리 부분이 안데르센. 오리도 있다던데 못 찾음).
코펜하겐 왕실 여행을 하면서 또 새삼 느낀 것은 덴마크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다. 파리를 다녀와서 더 비교가 되는 걸 수도 있는데 직원 한 명 한 명이 능숙한 영어와 함께 미소로 응해준다. 거리를 다닐 때도 소매치기가 없으니 편한 마음으로 다닐 수 있었고. 덴마크에 교환 와서 다행인 것 같다. 사실 덴마크는 교환학생 나라로 거의 고려 안 해본 나라이다, 얼떨결에 가게 된 나라였다. 다행히 지내면 지낼수록 만족스러운 나라이다. 유럽 여행 후 휴식을 취하기에는 최적인 듯싶다. 인구밀도가 낮아서 항상 한가로운 분위기인 것도 나랑 맞고.. 무엇보다 여행을 좀 하고 나니 다른 유럽에 비해 선진국임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지하철이나 버스 시설이 유모차나 휠체어도 쉽게 다닐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다. 다른 나라는 에스컬레이터도 없는 경우도 많았는데 덴마크 지하철역에는 무조건 엘리베이터가 있다. 그리고 덴마크에는 오토바이 한 대 없다. 이 사실을 니스에 가서야 깨달았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덴마크에서 오토바이를 본 적이 없네? 이런 식으로... 대신 자전거가 엄청 많다. 어디를 가나 자전거도로가 있다.
이 두 부분 모두 한국이 배워야 하는 점이 아닌가 싶다. 아직도 서울의 지하철역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잘 안되어 있어 다니기 힘든 역이 많다. 심지어 인천공항으로 갈 수 있는 서울역은 캐리어를 쉽게 가지고 다닐 수 있게 마련될 만도 한데 아직 잘 안되어 있다. (4호선에서 갈아탈 때 정말 고생함). 자전거 부분은 산지가 많은 한국에서는 덴마크처럼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는 없을 것 같긴 하다. 그러나 할 수 있는데 까지라도 해보면 그나마 공기가 좀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서울은 미세먼지로 난리던데.... 여하튼 여러 가지로 해외탐방 대외활동 소재로 적격인 나라 같다.
부활절이 지났다는 것은 교환학생 생활이 이제 반이나 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덴마크도 날씨가 좀 나아질 테니 4월은 덴마크 여행을 다니려고 한다. 구석구석. 덴마크를 더 많이 체험하고 느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저께는 마침 jtbc에서 덴마크의 행복과 건강한 삶에 대해 다룬 프로가 방영돼서 찾아보았는데 이 프로를 통해 덴마크 음식에 대해 많이 알 수 있었다. 알고 보니 학식에서 나오는 것이 덴마크식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한 재료였다. 다 맛없어 보여서 안 먹었었는데 한번 시도해봐야겠다. 요구르트도 특별히 맛없고 쓴맛이 나서 한두 번 사 먹고 주스만 먹었었는데 이 부분도 알고 보니 시중의 평범한 요구르트도 다 고급 상품이었다. 유럽 기준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으로 요구르트와 우유를 생산한다고..... 그래서 바로 베라 파인트만 한 요구르트를 사서 먹었는데 역시나 단맛이라곤 1도 없는 건강한 맛이었다. 그래도 먹다 보니 먹을만했고 이틀 만에 다 먹어치웠다. 덴마크 사람들은 요구르트를 아침식사로 먹기도 한다는데.... 먹다 보니 생각보다 정말 배부르다.
이 티브이 프로그램에 의하면 덴마크 사람의 행복은 건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덴마크가 행복도 1위인 이유는 복지가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했는데 이 프로그램의 해석도 일리 있는 듯하다. 덴마크 전통음식들을 찾아보면 건강할 수밖에 없는 식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은 시간 동안 요구르트 많이 먹으며 건강히 지내봐야겠다.
'19년 감상평 :
거 참 부지런히 다녔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