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Friendly의 정도에 대하여
사실 평가를 할 정도로 다양한 항공사를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앞으로의 항공권 예매를 앞둔 여러 시점에서 고민의 시간을 줄여보고자 기록을 해 두기로 했다. (이코노미 및 프리미엄 이코노미 기준)
보통 항공사에 대한 평가나 후기는 기내식과 서비스가 가장 큰 기준이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두 가지는 크리티컬 한 기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기내식은 요즘 거의다 중간 이상은 하는 것 같고, 입맛에 안 맞는 부분은 음식이 정말 맛없다기보다는 항공사 국적의 음식과 안 맞는 것 같다. 서비스의 경우, 당연 모두가 인정하듯 우리나라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따라올 항공사는 없다. 기본적으로 친절이 배어 있고, 물어보지 않은 부분까지도 케어해주는 세심함과 미소가 있다. 그러나 이 두 항공사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고객' 대우를 해주며 기내식 서빙할 때만큼은 다들 엔간하면 친절하다. 그 외에 정시성, 안전성, 라운지 시설, 어메니티 등 많은 기준이 있지만 나의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준은 Tech-friendly 한지이다. 이 부분도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항공사 앱 및 웹
2) 기내 와이파이
3) 기내 디스플레이 및 콘텐츠
1) 항공사 앱 및 웹
- 우수: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 미흡: 알이탈리아
먼저, 웹은 둘째치고 앱의 경우, 많은 항공사들의 앱은 대체로 부실하기 짝이 없다. 일단 느리고, 촌스럽다. 심지어 구성도 복잡해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앱에서 찾기 어려웠던 상황이 많았다. 셀프체크인 정도만 가능할 정도로 만들어놓은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앱이 굉장히 훌륭하다고 든 항공사가 있는데 바로 루프트한자이다. 루프트한자의 경우, 체크인이 쉬운 것은 물론, 수하물의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내에서 독일 공항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데 경유시간이 부족할 때 미리미리 위치와 동선을 파악하기에 도움이 되었다. 에어프랑스도 직접 이용은 안 하고 예매만 대신해준 적이 있어 웹사이트를 이용해 본 적이 있는데 필요한 정보를 기준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앱도 루프트한자와 거의 비슷한 기능을 제공한다고 한다.
국내 항공사의 경우, 기본 기능은 충실하지만 UI 가 조금 깔끔해진다면 좋을 것 같다. 터키항공의 경우, UI는 굉장히 그럴듯했으나 공지사항 업데이트 정보가 느려 사실상 기능이 뛰어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최악은 알이탈리아 항공이다. 체크인이나 사전 좌석지정도 어렵고 심지어 웹 상에서도 원하는 정보를 찾기 어렵다. 무조건 콜센터에 전화해서 해결을 해야 하는 상황이 부지기수. 이번 출장에서도 애를 먹어서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의외로 셀프체크인이 활성화되어 있는 저가항공이 앱이나 웹이 잘 마련되어 있는데, 유럽에서 노르웨지안 항공이 명확하고 심플하여 이미지가 좋았던 기억이 난다.
2) 기내 와이파이
-이용해봤던 항공사: 루프트한자, 알이탈리아
기내 와이파이는 최근 여러 항공사에서 도입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출장 때, 루프트한자의 tmobile 와이파이를 이용했는데 원활하게 잘되진 않았지만 카톡 정도는 가능하여 긴 비행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알이탈리아도 와이파이가 있다. 여기도 카톡 정도는 가능하다. 의외로 국내 항공사가 와이파이를 활성화시키지 않은 것이 의문이다. 분명히 통신사와 협의하여 다른 항공사보다 빠르고 다양한 기종에 도입할 것 같은데 지금까지 아시아나 1 기종에만 도입을 한 걸 보면 남모를 문제가 있나라고 생각될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IT 선진국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도입된다면 정말 플러스 요인이 될 것 같다.
3) 기내 디스플레이 및 콘텐츠
- 엄청나게 많은 영화: 터키항공
- 귀여운 기내 안전 영상: 타이항공, KLM
기내 디스플레이는 항공사의 비행기 종마다 다르지만, 비행의 만족감을 가장 크게 좌지우지하는 것 중 하나다. 요즘 대부분의 항공사가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터치감도 좋고, 속도도 훨씬 빨라졌다. 특히 유럽 항공사들이 많이 운영하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의 디스플레이는 확실히 널찍해서 영화 볼 맛이 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여기서 볼 수 있는 콘텐츠들의 종류이다. 사실 이 부분은 엄밀히 말하면 Tech-friendly의 기준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디스플레이를 말하는 김에 언급해보고자 한다. 터키항공의 영화 보유량은 따라갈 수가 없다. 해리포터도 시리즈별로 있을 정도..! 예전에는 이 콘텐츠 구성이 항공사 재량인 줄 알았는데, 요즘 타보면 시기별로 많이 겹치는 걸로 보아 이것도 저작권이나 배포 업체 등 배후에 뭔가 있는 것 같긴 하다. 터키항공은 그와 별개로 압승이다.
또 콘텐츠와 관련하여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 기내 안전영상이다. 승객들을 집중시키게 만들면서도 항공기 국적의 특징을 잘 살린 케이스들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타이항공이다. 태국 분위기가 조화롭게 이뤄지면서 정말 귀여우면서도 세련되게 잘 만들었다.
그 외 KLM도 네덜란드의 분위기를 살려서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관심을 가지며 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터키항공은 안전방송이 종류가 많은 것 같음. 의외로 아시아나나 대한항공이 상당히 촌스러운 편이다. 너무 원칙적으로 스튜어디스나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은 일반인이 동영상에서 시연하고 설명하는데 융통성이 없는 한국의 00년대 대기업을 대변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비행기는 좁고 대부분 오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쉽게 예민해진다. 그래서 작은 것 하나로도 만족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고, 나는 내가 제시한 기준들이 그 작은 것들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큰 비용이 드는 투자의 관점에서 봐야 하는 기준일 수 있겠지만, 나처럼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지는 승객들이 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