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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jaya Jun 23. 2015

나의 황금빛 방글라데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방글라데시도 그렇다.

나의 황금빛 방글라데시.

타고르가 쓴 방글라데시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시의 첫 구절이자, 방글라데시 국가의 첫 소절이다.

브런치로부터 작가 승인(?)을 받으니 몰*킨 다이어리를 선물받은 것처럼, 고급스러운 새 수첩 하나를 받은 느낌이다.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설렘과 빈 곳을 어떻게 채워나갈 지에 대한 약간의 긴장감. 이 새 수첩에 내가 써 나갈 이야기는 당연히 방글라데시에 관한 이야기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살고 있으니까.


7년 전 11개월을 봉사단원으로 지내다가, 다시 와서 생활한 지 7개월 정도 되었다. NGO 활동가로 의식주 해결이 가능하며 릭샤(인력거)로 출퇴근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에 다시 온 뒤로 방글라데시는 내게 밀(밀어내고), 당(당기고) 중 계속 "당"을 하고 있다. 나는 계속 방글라데시에 끌리고 있다. 덥고 습하고 하루에 몇 번씩 비가 쏟아지는 요즘의 날씨도 내게는 잘 맞는 것 같고, 릭샤 타고 다니는 출퇴근길이 진흙탕에 울퉁불퉁 돌들로 험난하지만 골목길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볼 수 있어 좋다. 자기가 마음에 드는 곳이면 아무데서나 몸을 누이고 낮잠 자는 개들도 귀엽고, 절대적으로 봐도 상대적으로 봐도 특별히 아름다운 이곳 노을도. 콩깍지가 씌어진 걸까.


개들의 천국(?) 방글라데시. 낮엔 자고 밤에 활동하는 녀석들.



봉사단원 시절에는 저 노래가 이해가 잘 안 됐었다. 황금빛 방글라데시라니. 도시의 지저분한 거리와 낡은 옷을 입고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 극심한 교통 체증 같은 것만 생각났다.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의 개발 국가를 자주 다니는 한 지인도 여기 출장 와서는 "차라리 아프리카 쪽이 낫지, 방글라데시는 도저히 못  살겠다"며 고개를 저었었지. 내가 방글라에 오기 전, 나와 같은 직무로 각각 다른 나라로 떠나는 사람들과 함께 교육을 받았었다. 베트남, 몽골, 필리핀 그리고 방글라데시. 아무리 비교해봐도 네 나라 중에 방글라데시가 제일 살기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방글라데시에 들어오던 날, 늦은 밤 비행기 안에서 다카 시내를 내려다볼 때부터 난 다시 방글라데시와 사랑에 빠졌다. 그냥 좋아 보이고 예뻐 보이고. 안 좋은 일이 생겨도 금세 잊히고. 성인 남자 두 손가락 합친 것만큼 큰 바퀴벌레를 자주 봐도 그  순간뿐이고. 서울 생활보다 이곳 생활이 훨씬 좋고. 하루 하루가 여행 같다. 타고난 방랑벽일까. 돌아다니는 건 아니니까, 해외생활벽(?)이라고 해야 하나.


자세히 보면 예쁘고, 오래 보면 사랑스러운 방글라데시. 내가 느낀 이곳의 매력들을 하나하나 녹여 나의 이곳 생활을 담아내려고 한다. 비행기 값 치르고 여행 오기엔 너무 돈 아까운, 볼 것도 없고 관광지도 없는데 물가는 또 엄청 비싼 이곳이지만. 여행자가 아닌 생활인으로서만 열어볼 수 있는 이곳의 진짜 얼굴. 정말 황금빛 방글라데시가 맞는지. 내 글들도 금빛으로 빛날지. 직접 읽어보고 확인해보시길.   


나의 시선이 아닐까. 꽃 너머 아직 어슴프레 보이는 방글라데시.


두 번째 글.

여행 같은 출근길 in 방글라데시

https://brunch.co.kr/@okjaya/2


세 번째 글.

맨발로 길을 걸어가던 소

https://brunch.co.kr/@okjaya/3


네 번째 글.

방글라데시에서 장발장처럼 살고 싶다.

https://brunch.co.kr/@okjay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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