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동 산책
합정동은 한강과 남쪽으로 맞닿아 있다. 한강에 가려면 양화대교에서 계단으로 내려가거나 상수동이나 망원동으로 조금 걸어가 나들목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저녁의 많은 시간을 한강에서 보냈다.
지금의 한강이 만들어지기 전인 1960년대 흑백사진을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이 석양 지는 한강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꼭 해변이나 해수욕장을 보는 것 같았다. 지금은 강물에 발이나 몸을 담그는 사람을 볼 수 없다. 강변이 있던 자리에 강둑이 생기면서 강물이 깊어지고 넓어졌기 때문이다. 파리, 런던, 방콕 같은 대도시도 서울처럼 강을 끼고 있지만, 한강처럼 폭이 넓은 곳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이제 한강은 그저 바라보는 곳이 되었다. 강 너머로 높고 새로운 건물을 생기고 사라지는 동안, 강에는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는다. 언제나 같은 모습인 한강은 흐르고 있으면서 멈추어 있다. 한강에 나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등을 돌리고 앉아 한강을 바라본다. 새로운 일은 등 뒤의 일이거나 강 너머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