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동 산책
절두산의 원래 이름은 잠두봉이었다. 누에의 머리를 닮았던 작은 봉우리는 조선말 천주교 신자 수 천 명의 목을 자르고 시신을 한강에 던져넣으면서 절두산이라는 험한 이름을 갖게 됐다. 천주교 교단은 백 년이 지나서야 이 땅을 매입할 수 있었고, 이곳에 순교를 기리는 성당과 박물관을 세웠다. 절두산은 사적으로 지정되며 잠두봉이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그리고 지금은 합정동에서 한강공원으로 나가는 주요한 길목이 되었다.
어스름이 지면 여러 사람들이 절두산을 지나 한강공원으로 걸어 내려간다. 요즘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은데, 성당에서는 그들을 배려해 계단에 자전거용 경사로를 설치해주었다. 종교가 권력이었던 시대는 군대가 권력인 시대를 거쳐 자본이 권력인 시대로 바뀌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람과 권력이고, 권력은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나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