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이 되었는데도 기다리던 가을은 어디쯤 온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가을이 오는지 더 잘 보기 위해 높은 곳에 위치한 숲을 방문했다.
온통 초록초록한 나뭇잎들을 보니 가을은 아직 출발도 안한 것 같았다.
갑자기 날이 매섭게 추워졌다. 최저기온이 0도란다. 가을은 어디로 가고 겨울이 오고 있는 것일까.
아직 잎사귀들이 초록한 것으로 보아 겨울이 릴레이 순서를 착각한게 아닌가 싶었다.
추위에 코트를 꺼내입고 옷깃을 여미며 회사와 집을 왔다갔다 했다.
추위가 싫어서 오로지 목적지 도달에만 집중하며 오갔다.
며칠 후 겨울이 오다가 되돌아 갔는지, 출근 길에 높이 솟은 파란 하늘과 내리쬐는 햇볕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 새 나뭇잎들이 무지개 색으로 옷 갈아 입고 있었다.
다음날 같은 곳을 다시 오니 더 많은 나뭇잎들이 노을 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가을이 마치 늦었다며 내달리기라도 하는 마냥.
공원엘 가니 그 많던 떼창하던 매미들은 다 어디로 가고, 공원을 통째로 빌려 파티라도 열었는지 쉴새 없이 재잘 거리는 새소리가 들렸다.
새소리, 내리쬐는 햇빛, 투명한 하늘, 찬란한 오색의 나뭇잎들로 둘러쌓인 길을 산책하니 충만한 만족이 느껴졌다.
늘 고단한 하루이지만, 가을을 잠시나마 깊이 만날 수 있었던 그 산책 시간이 하루 중 있었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라고 기억하며 오늘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