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는데, 물놀이도 싫어하는데 굳이 커플들 틈에 끼어서 파란지붕 하얀집 배경으로 사진 찍자고 갈 필요는 없었기에.
단, 버스타고 편도 4~5시간 거리를 당일치기로 들락날락 해야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출퇴근 시간대아테네를 빠져나가고 들어올때 교통체증이 심했다.
공항에 내리면 시트러스의 달달한 향이 희미하게 느껴진다.
아테네 있는 내내 그런 향이 나는데 가로수에 큰 오렌지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그래서 그런건가.
근데 그거 오렌지 아니고 매연마시며 자란애들이라 먹지말라더라. 여튼 아테네의 첫인상은 향기가 좋은 도시.
유튜브나 떠돌아 다니는 글에 소매치기나 우범지대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내가 아는 대도시 밀라노, 바르셀로나, 뉴욕에 비하면 훨~씬 안전하게 느껴졌다. 소매치기 무리들이나 강매 목적으로 다가오는 사람 한번도 본적없는..여튼 혼자 자유여행하기 꽤 안전하다고 생각된다.
아테네는 시끌벅적한 시골 장터와 홍대 불금의 분위기가 공존하는 도시다. 홍대불금 분위기라 좋은건 밤에 나돌아다니기 으슥하지 않은 장점이 제일 크게 다가온다.
땅만파면 유물이라 지하주차장이나 상수도 시설을 만들기 쉽지 않아 여느 유럽국가보다 도시개발이 더 힘들어보인다. 좁은 골목엔 세차를 포기한 자동차들이 저마다 옆구리가 긁힌채로 먼지를 뒤집어쓴채 세워져있다.
유물이라고 불리우는 돌덩이들이 곳곳의 넓다란 유적지 부지에 널부러져있다. 너무 많아서 그냥 구석에 쌓아놓은 것들도 있다. 무거워서 훔쳐가지도 못할것 같다. 왠만한 유물은 기원전(B.C)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가이드가 18세기에 지어진 마을을 뉴타운이라고 하더라.
토요일부터 여행시작이었는데 늦은투어를 끝내고 밤 11시, 12시에 숙소가는 길에도 길거리는 식당 야외석에 앉은 사람들의 수다로 시끌벅적했다. 주말이라 그런가 했는데 그냥 계속 불금인 상태더라. 왠만한 식당들은 낮12시에 오픈하고 밤12시~1시에 닫는다. 자꾸 저녁을 밤10시에 먹게 되었다.
하루에 6시간 넘게 계속 걷다보니 발바닥이 아파서 한번 숙소에 들어오면 나가기 싫었다. 덕분에 매일 꿀잠자긴 했다.
다음엔 휴양지나 패키지로 가보자는 생각을 해본다.
마지막 날은 아침엔 떠나는게 아쉬웠는데 또 6시간 걷고나니 빨리 비행기에 들어가고 싶어졌다.
아테네는 충분히 느끼고 경험한듯하다. 아테네가 지루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루하지 않은 여행이 되도록 능동적으로 여행을 디자인한 사람에겐 멋진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래 사진들이 증명하듯이.
-그 외-
여행을 다녀온 나에게 좋은 만남이 없었냐고 물어보는 이들이 있었다. 글쎄..다들 영화나 청춘 드라마에 너무 익숙한지 의도하지 않아도 8일의 짧은 기간안에 그런 일이 우연히 일어날 확률이 꽤 있다고 생각하는듯 하다. 난 사람과 어울리는 기대감으로 여행을 하는 부류가 아니다. 새로운 세상을 눈으로 관찰하고 새로운 풍경속에 잠깐 살다가는 경험을 즐기고 싶어하는 마음이다. 그렇기에 나만의 속도에 맞춰 즉흥적으로 바뀌는 길을 따라 혼자 돌아다니는 여행을 선호한다. 짧게 동행하게된 여행자들과나눈 잠깐의 대화로도 충분히 즐겁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동선이 같을때까지고 그후로는 전혀 만날일 없는 사람들이기에 유대감을 더 만들것 까진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나도 20대 여행할땐 이런마인드가 아니었지만 30대 후반이 되니 낯선사람들과 여행친구되는건 좀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써야하는 피곤한 일이 되어버린것 같다.
그래서 여행 자체에 대해 설레는 마음은 좀 잃어버린 부분도 있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아직 보고 싶은 새로운 세상은 많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