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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을 걷다 Mar 16. 2019

제주를 걷다 - 5

제주 올레길 7코스

2018년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제주 올레길을 걸었다. 16개 코스 220km 정도를 걸었는데 완주하지 못한 아쉬움보다는 내가 걷고 싶은 올레길이 아직 많이 남아 있음에 더 행복함을 느낀다. 어느 때고 난 이 길을 걷기 위해 떠날 준비가 되어있다.


1997년 영화 '첨밀밀(甛蜜蜜)'은 내 인생 영화 중 하나이다. 영화 제목 '첨밀밀'은 대만 가수 등려군(鄧麗君, Teresa Teng, Deng Li Jun)의 동명 노래이기도 하다. 노래 첨밀밀(甛蜜蜜),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을 들을 때면, 우연으로 만나 필연의 사랑을 한 주인공 '소군'과 '이요'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노래를 하며 홍콩 거리를 달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난 친구가 직접 불러 주는 '첨밀밀'과 '월량대표아적심' 노래가 너무 좋다. (출처 : 유튜브 첨밀밀 OST)


올레길 걷기 얘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첨밀밀' 영화 얘기인가 싶겠지만, 작년 이맘때 걸었던 봄날의 올레길 7코스를 생각하니 이 영화가 생각났다.


올레길 7코스는 8코스, 10코스 등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손꼽는 아름다운 걷기 코스이다.


7코스 : 서귀포 제주올레 여행자센터 - 월평 아왜낭목, 17.5km (5-6시간 소요)


서귀포 시내 자체는 전형적인 도시의 모습이다. 다행히 7코스는 시내를 금방 벗어난다.


서귀포 시내에는 이중섭 거리가 있고, 이중섭 미술관이 있다


화가 이중섭은 소, 닭, 어린이, 가족 그림을 많이 그렸다.


'게 욘석, 집게로 어딜?' 내가 지은 그림 제목이다. 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이 그림 앞에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중섭은 6.25 당시 원산을 탈출하여 제주까지 내려왔었다고 한다.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것 아름답도다 여기에 맑게 두눈열고 가슴환히 헤치다'


서귀포 올레시장. 돌이켜보면 올레길 코스 걷기에만 치중하다가 들리지 못한 곳이 많다. 올레시장도 그중 한 곳이다.


칠십리시공원은 매화꽃으로 유명하다. 이 공원에서는 천지연 폭포가 보인다.


칠십리시공원을 지나면서 몸이 풀릴 즈음 삼매봉을 오른다. 삼매봉 오르는 길은 제법 경사가 있어서 부족한 체력을 원망했다. 삼매봉에 오르고 나면, 외돌개를 보면서 걷는 아름다운 길이 있다.


외돌개 바위에는 소나무 몇 그루가 자라고 있다.


외돌개 바위에는 두 가지 전설이 있다고 한다. 외돌개를 장군의 형상으로 치장시켜 전투를 했다는 것과 바다로 나간 할아버지가 돌아오지 못하자 바다를 향해 통곡을 하다가 바위가 된 할머니 전설. 실제 는 믿지 않는 전설이지만, 전설이 사실이었다면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바위나 나무가 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면 난 아마도 나무를 선택할 것 같다. 물론 장소가 중요하긴 하다.


외돌개를 끼고 걷다 보면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풍경도 달라진다.


한참 들여다보면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 형상 같기도 하다.


봄의 꽃들이 여기저기 피고 있다.


봄의 꽃인 매화, 유채꽃, 동백꽃, 벚꽃 등이 아니어도 올레길 곳곳에 피어나는 이름을 모르는 그런 꽃들을 보면 발길을 멈춘다.


제주가 아닌 곳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꽃일 것이다. 그동안 나는 무심코 이런 꽃들을 지나쳤었던 것이다.

외돌개 전망대를 지나 돔배낭길을 걷는다. 돔배낭길은 돌배처럼 넓은 잎을 가진 나무들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법환리 포구로 가는 길에는 해변 돌길이 있다. 올레길에서는 종종 이런 돌길도 걸어야 한다.


법환리는 직장 생활 초기, 자유 출퇴근 근무 시절. 오후에 무작정 제주도 비행기를 끊고, 이곳에 와서 하루를 묵고 다음 날 다시 출근을 했던 추억이 있다. 그때도 오늘처럼 비가 내리고 있었다.


멋진 경관의 바다를 보면서 걷는 길에서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풍경을 사진에 담는다.


법환포구에서 먹은 늦은 점심. 올레길을 걷다 보면 식사 시간은 되었는데 근처에 식당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올레길 코스의 경우 더 그렇다.


점심 식사 후 걸었던 9km 길은 올레길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길을 모두 보여준다. 당시 다양한 길을 사진에 다 담고 싶었다.


걷기에는 불편하나 운치 있는 자갈길.


바로 옆 바다와 함께 걷는 길.


자갈길에 조금 힘들 때 즈음, 다시 걷기 편한 길이 나온다. 이 근처에 카페가 하나 있다.


이 아름다운 길을 나 혼자 독차지하고 걷는다. 조금 걷다가 멈추고, 다시 조금 걷다가 멈춘다.


'나 이녕 소못 소랑 햄수다' 제가 당신을 무척 사랑합니다. 내 말이 그렇다. 올레길을 무척 사랑합니다.


제주도 봄의 대표 선수, 유채꽃.


마을 길도 한참을 걷는다. 3월 중순 마을은 한적하고 사람 보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바다를 보고 또 본다. 비가 부슬부슬 오던 살짝 흐린 날씨. 날씨조차 운치를 더한다.


7코스 다양한 길. 차가 다니는 도로 옆길도 걷는다.


왼쪽은 바다, 오른쪽은 밭이 있는 작은 길. 아름답고 행복해지는 길이다.


다양한 형태의 길들을 걷다 보면 어느덧 종착지인 월평마을 아왜낭목에 도착한다. 아왜나무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라고 한다. 행복했던 걷기를 마치고 숙소로 정한 곳은 대평포구에 있는 펜션. 뒤늦게 물집 생긴 발바닥도 아파오고, 배도 고프고, 술 한잔도 그리워졌다.


써니데이제주 펜션. 최고급 호텔 같은 곳이다. 외국에서 오래 사시다가 은퇴 후 이곳에 자리를 잡으신 사장님 부부는 따뜻한 차와 함께 제주도 가볼 만 곳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영화 제목이 왜 첨밀밀인지, 첨밀밀 가사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는지 그동안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첨밀밀(甛蜜蜜)은 '벌꿀처럼 달콤하다'는 뜻이고, 사랑하는 연인의 미소가 그렇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여주인공 장만옥이 남주인공 여명과 힘든 생활이지만 함께 즐거워하고 행복하던 시절 지었던 미소가 '첨밀밀'이라고 고백하는 노래가 '첨밀밀'이다.


'봄바람이 꽃을 피우고,

이 봄바람에 피어나는 꽃처럼 당신의 미소는 아름다워요.'


사랑하는 연인의 미소가 봄바람에 피는 꽃만큼이나 아름답다고 고백하는 노래가 '첨밀밀'이다. 꽃피는 봄 올레길의 아름다운 길들이 너무 아름답고, 좋았었다고 뒤늦게 고백하고 싶다.


이들은 운명처럼 등려군의 노래를 들으며 다시 만난다. (출처 : 유튜브 첨밀밀 OST)


첨밀밀의 미소 하나. (출처 : 유튜브 첨밀밀 OST)


첨밀밀의 미소 둘. (출처 : 유튜브 첨밀밀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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