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청바지를 몇 벌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십 벌의 청바지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체형이 변했거나 유행이 지났거나 등의 이유로 못 입거나 안 입는 청바지도 많을 것이다. 내 방 옷장 속에도 그러한 이유로 안 입는 청바지가 몇 벌 있었는데, 올해 업사이클링 교육을 하면서 바느질 공방 선생님께 부탁하여 안 입는 청바지로 가방을 만들었다. 사실 청바지는 천이 튼튼하고 색상이 예뻐서 가방뿐만 아니라 다용도로 업사이클링하기 좋은 소재이다. 청바지 업사이클링 사례와 왜 청바지 업사이클링이 필요한지를 환경적 측면에서 살펴보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청바지로 가장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업사이클링 사례는 가방이다. 청바지는 튼튼하기 때문에 다른 천소재보다 가방으로 만들기가 적합하다. 색상도 다양하여 시원한 파란색이 어울리는 여름뿐만 아니라, 사계절 용도로 만들 수 있다. 또 청바지에 딸린 뒷주머니 포켓 같은 것도 가방에 휴대폰 등을 넣는 외부 포켓으로 활용하기도 용이하다.
올해 업사이클링 교육을 진행하면서 나주 빛가람동에 있는 안다미로 바느질 공방의 김은숙 대표를 알게 되었다. 이분이 내가 안 입는 청바지로 업사이클링 가방을 만들어 주셨을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청바지를 활용해 다양한 디자인의 업사이클링 가방을 만드셨다. 색깔이 다른 청바지들을 활용하여 색상의 변화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가죽 자투리로 만든 꽃 코사지등을 가방에 달아 소재와 디자인에 변화를 주기도 하였다.
인터넷에 보면 청바지를 보내 주면 가방을 만들어준다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그중에 하나로 기시히라는 개인이 하는 브랜드가 있다. 청바지로 가방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컵홀더 등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디자인프레스의 기시히에 대한 네이버 블로그 소개글을 참고 바란다.
https://m.blog.naver.com/designpress2016/222299242334
파란색의 산뜻하고 튼튼한 청바지는 우리 눈에 상당히 좋아 보이지만, 사실 청바지는 의류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환경오염을 많이 발생시키는 제품이다.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청바지 한 벌 만드는데, 약 7000L의 물이 소요되고, 약 32.5 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는 4인 가족 기준으로 한 가족이 약 5~6일 정도 사용하는 물의 양이고, 어린 소나무 11.7 그루를 심어야 상쇄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라고 한다. 특히 청바지의 푸른색을 만드는 워싱 과정에서 몸에 안 좋은 대량의 폐수가 발생하여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한다.
이런 청바지 제조과정에서의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 리바이스와 같은 유명 청바지 제조업체에서는 '리바이스 세컨핸드'라는 청바지 재활용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안 입는 청바지를 가져오면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으로 교환해 주고, 수거한 청바지는 세척과 수선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재판매한다고 한다. 이렇게 청바지를 재활용하게 되면 약 80%의 탄소 발자국과 700g의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새로운 청바지를 많이 만들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청바지를 다용도로 활용하게 만드는 것은 환경오염을 줄이는데 생각보다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1) 다양한 소재의 결합
올해 업사이클링 관련 교육이랑 체험 등을 진행하면서 생각보다 다양한 소재의 결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천이나 가죽, 나무, 금속 등이 다 별개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나의 소재보다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미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더 업그레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가방을 만들 때도 100% 천만 사용하는 것보다, 손잡이 부분이나 가방 입구 부분 등을 가죽을 같이 사용하게 되면 더 고급스럽게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내구성도 높일 수 있다. 청바지도 마찬가지로 업사이클링 가방을 만들 때, 청바지 원단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가죽이나 금속 등을 같이 병행해서 사용하게 되면 더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고, 기능도 향상할 수 있다. 겨울에는 털을 장식용으로 사용하게 되면 겨울 느낌이 나는 가방으로 변신할 수도 있다.
(2) 기능적인 보강
기성품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조금씩 불편한 점들이 있었다. 어떤 가방은 너무 크고, 어떤 가방은 너무 작았다. 어떤 가방들은 지퍼가 달려 있지 않아서 가방 안에 소지품이 다 보이거나 쏟아질 위험이 있었다. 지퍼가 달린 가방들은 휴대폰 같은 소지품을 빨리 찾아서 꺼내는 게 불편할 때가 있었다.
천가방들은 가볍기는 했지만, 형체 감이 잘 잡히지 않아 후줄근한 느낌이 있었다. 가죽 가방들은 형태는 잘 잡혔지만, 일단 무거웠고 신축성이 없어 그 형태 이상의 물건을 넣기가 어려웠다. 내 경우에는 가방을 어깨에 메는 편이어서 가방끈이 조금 긴 것이 좋은데, 어떤 가방들은 가방끈이 짧아서 들고 다니기 불편했다.
이렇게 쓰고 보니까 내가 원하는 기능을 모두 가진 가방은 세상에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공장에서 이미 만들어진 기성품 가방이 아니라 업사이클링하는 가방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넣고 형태를 보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청바지로 만드는 천가방이라도 손잡이 부분은 길게 가죽으로 만들고, 밑바닥은 보강하여 형태감을 살리고, 입구에는 지퍼를 달아 내용물이 안전하게 보관이 되고, 가방 표면에는 청바지 뒷주머니 포켓을 달아 휴대폰 같은 것을 쉽게 꺼낼 수 있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3)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가방 만들기
내가 입는 내 옷에는 나만의 역사가 있다. 아마 오래 애정 하여 입었던 청바지에는 더 많은 나만의 추억이 있을지도 모른다. 대학교 입학했던 20살의 추억이 있을 수도 있고, 첫사랑이나 첫 데이트의 추억이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청바지를 입고 여행했던 날들의 추억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유행이 지났거나 체형이 변했다는 이유만으로 버리기에는 아름다웠던 날들에 대한 기억이 같이 버려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남을 수도 있다.
내 청바지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가방으로 만들어 그 추억들을 오래오래 간직해 보자. 사실 청바지는 유명 브랜드 제품이라고 해도 모양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특별히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어 수천 수만장이 똑같이 만들어지는 획일화된 기성품이다. 청바지 업사이클링을 통하여 나만의 디자인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개성있는 작품을 만들어 환경오염도 줄이면서 오래오래 사용해 보자.
글 : 이계원(공유경제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