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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원 Apr 01. 2023

다시 봄

내가 살고 있는 나주는 봄이 가장 아름답다. 원래는 4월이 가장 아름다운 달인데, 올해는 봄이 빨리 왔는지 3월 말부터 꽃천지가 되었다. 나주가 고향인 분이 하시는 말씀이 봄에 영산강변에 가면 3층으로 된 꽃밭이 보인다고 한다. 제일 위에 하얀 벚꽃이 피고 벚꽃 나무 밑에 노란 개나리가 피고, 제일 밑 강변에 샛노란 유채꽃밭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나주 영산강변

나는 화려한 벚꽃도 좋지만 연초록 새순이 올라오는 나무들과 노란 유채꽃이 같이 있는 풍경도 참 좋다.

나주 영산포 유채꽃밭


봄에 볼 수 있는 꽃은 벚꽃이 대표적이지만, 벚꽃과 다른 꽃들이 어우러져도 아름답다. 어릴 때는 동백꽃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별로 안 했다. 꽃치고는 너무 단순해서 약간 모형꽃 같이 보여서 섬세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초록 나뭇잎 사이에 핀 빨간 동백꽃이 하얀 벚꽃나무 사이에 그 존재감을 드러내니까, 색감의 대비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나주 영산강 동백꽃과 벚꽃


3월 이른 봄추위에도 제일 먼저 꽃망울을 터트렸던 목련이 어느새 지려고 하고 있다. 하얀 백목련과 보라색 자목련은 잎이 없어도 큰 꽃만으로 봄이 오는 존재감을 드러내 주었는데, 완연한 봄날에는 다른 꽃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 주려고 한다. 같이 꽃구경 갔던 지인이 영산나루 2층 테라스에서 따사로운 봄날의 햇살 속에서 아름다운 목련꽃을 다정하게 보고 있다.


나주 영산나루의 백목련과 자목련


봄의 가장 대표 주자인 벚꽃이 도처에 만발했고, 조금 있으면 나주 명물인 배꽃이 흐드러지게 필 것 같다. 벚꽃과 배꽃은 서로 비슷해 보이는데, 벚꽃이 조금 더 핑크색에 가깝고 배꽃은 좀 더 하얗다.


벚꽃과 배꽃


휴대폰에 꽃사진이 많아지면 나이가 드는 거라고 하는데, 어느새 내 휴대폰에도 꽃사진으로 채워지고 있다. 사실 눈에 담아 마음에 보관해야 하는데, 인간의 기억력이 형편없다 보니 사진 찍어 아름다운 봄날을 영원히 기억해 두려고 한다. 모든 아름다운 것은 영원히 지속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봄날이 너무 아름다워서 더 찰나처럼 짧게 느껴지는 것 같다.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봄꽃을 찾아 나주로 아름다운 여행을 떠나 보자^^



글 : 이계원(공유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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