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2의 도시이자 바다가 있는 해양도시인 부산은 수도 서울과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기존의 산업기반과 도시구조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스마트한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부산의 도시개발 역사와 부산에서 스마트시티로 개발되고 있는 에코델타시티 그리고 앞으로 부산이 미래도시로 나아갈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부산은 100년 전만 해도 작은 항구도시였다. 신라시대부터 동래라는 명칭으로 알려졌다가, 1910년대에 동래가 부산부로 나누어지면서 부산이라는 행정명칭이 공식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부산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항구를 중심으로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부산이 갑자기 커지게 된 계기는 6.25 전쟁이었다. 갑작스러운 전쟁의 시작으로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수도 서울이 함락되고 수많은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피난 오면서 갑자기 도시가 커지게 되었다. 제대로 된 도시계획도 없이 산비탈에 오두막집들이 무허가로 들어서게 되었다. 최근의 부산은 도시계획도 없이 어지럽던 난개발이 많이 잡히기는 했지만, 부산 구도심에는 여전히 산비탈에 집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부산은 주택뿐만 아니라 도로도 상당히 불규칙적이다. 해운대와 같은 계획신도시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도로가 체계적이지 않다.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만들어져 도로폭도 좁고 모양도 직선도 아니고 곡선도 아니고 특이하다. 최근 몇 년간 강의나 현장 조사 등으로 부산에 출장을 갈 일이 거의 매년 있었는데 갈 때마다 부산의 도로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같이 갔던 사람들이 운전을 상당히 잘하는 베테랑임에도 불구하고 한순간에 직선 경로에서 벗어나 다른 도로에 들어서거나, 심지어 어어 하는 사이에 바다 위의 광안대교를 달리고 있었다. 덕분에 아름다운 바닷길을 실컷 보기는 했지만, 첨단 도시계획을 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점이 많이 보였다.
스마트시티의 경우 처음 도시를 설계할 때부터 하면 제대로 된 도시 인프라를 갖춘 첨단 도시를 만들 수 있지만, 서울이나 부산과 같은 기존 도시에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상하수도 같은 경우에 신도시의 경우에는 도시계획 단계부터 센스나 밸브 등을 일정간격으로 배치하도록 설계가 되어, 도시가 완공된 후 누수가 발생하게 되면 어느 지점에서 누수가 발생했는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고 원격으로 밸브를 잠구는 자동제어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서울이나 부산과 같은 오래된 구도심 지역의 경우 상하수도관이 오래되어 낡고 부식되어 누수가 발생하게 되면 제대로 된 지하시설물 도면도 없어 누수지점을 정확하게 찾기도 어렵고 주변 땅들을 다 파헤쳐야 해서 공사도 커지고 사고위험도 높아지게 된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부산시에서는 새로운 신도시인 에코델타시티를 스마트시티로 개발하게 되었다.
에코델타시티는 부산광역시 강서구 일원에 약 11.77k㎡(약 360만 평) 규모의 신도시로 계획인구 76,000명(3만 세대)으로 주거, 상업, R&D, 물류 등이 포함된 복합도시로 설계되었다. 이중 약 2.8k㎡(약 84만 평)는 계획인구 8,500명(3,380세대)의 스마트시티 국가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업시행기간은 2012년부터 2028년까지이고,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부산광역시, 부산도시공사 등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하고 있다.
2025년 7월에 부산에서 열린 2025 월드스마트시티엑스포에 참가하면서 부산에코델타시티도 가 보았다. 부산 중심부에서 한참 떨어진 외곽으로 나아가서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인 택지개발지구가 보였다. 허허벌판 한가운데 부산에코델타시티전망대가 보였다.
에코델타시티의 비전은 자연, 사람, 기술이 만나는 미래생활도시이다. 주요 전략요소는 다음과 같다.
- 스마트시티 3대 플랫폼 : 디지털도시플랫폼, 증강도시플랫폼, 로봇도시플랫폼
- 10대 혁신 서비스 : 로봇 활용 생활혁신, 배움-일-놀이(LWP) 융합사회, 도시행정·도시관리 지능화, 스마트 워터, 제로에너지 도시, 스마트 교육&리빙, 스마트 헬스케어, 스마트 교통, 스마트 안전, 스마트 공원
- 수변생태, 친수문화 : 세 갈래 하천을 중심으로 생태환경과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이 어우러진 도시
수자원공사가 개발의 메인 주체이다 보니 주변 수변공간을 활용한 친환경 물의 도시 이미지가 강했는데, 여기에 첨단 스마트시티 개념도 같이 도입되고 있었다. 아직은 개발 단계이다 보니 구체적인 운영 사례는 없었지만, 잘 개발되면 부산을 대표하는 스마트한 첨단 도시지역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산은 상당히 매력적인 도시이다. 아름다운 바다라는 지형적인 이점뿐만 아니라, 항구도시로서 세계를 향해 나아갈 기반을 갖춘 도시이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인구가 매년 줄어들고 있어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인천광역시에 추월당할 위험도 있다.
부산이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3가지의 단계적 도입이 필요할 것 같다.
첫 번째로 도시기반 시설을 스마트하게 바꾸는 것이다. 스마트시티는 도시계획단계부터 하면 완전한 형태로 할 수 있어 이상적이지만, 요즘은 유선이 아니라 무선 기술이 많이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도시에서도 첨단 인프라를 구현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해졌다. 도로, 상하수도, 주차장 등과 같은 도시 인프라에 무선 센서를 부착하고 도시통합운영센터에서 통합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 부산은 오래된 도시라서 모든 것들을 다 새롭게 바꿀 수는 없지만 도시를 운영하는 방식은 스마트하게 첨단으로 바꿀 수 있다.
두 번째로 부산의 주요 문제인 도시교통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부산이 가진 교통문제를 도로나, 지하철을 새로 만들거나 주차장을 새로 짓거나 하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물리적 방식이 아니라, 기존의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공유경제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산이 직면하고 있는 교통문제의 경우 좁은 도로와 주차장에 차가 너무 많은 게 문제인데, 도로나 주차장을 새로 만드는 방식보다는 기존의 차량 이용률을 높이는 공유차량 방식을 적용할 수도 있다. 전 세계에서 도입된 우버와 같은 카헤일링(Car-hailing) 방식의 승차공유서비스는 기존 택시업계의 극심한 반발로 우리나라에서는 도입이 불발에 그쳤지만, 이제는 새롭게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 같다. 타다와 택시업계의 기존 논쟁에서 보았듯이 혁신도 죽고 기존산업도 죽는 둘 다 망하는 길로 갔는데, 새로운 기술과 기존 서비스가 서로 보완하여 상생하는 제3의 방안이 도입될 시점이 되었다. 기존 택시 산업의 보호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자율주행 기술의 발달로 사람이 운행하는 택시 산업은 장기적으로 보면 사라질 위험성이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1865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절 자동차의 등장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마차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일명 붉은 깃발법과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붉은 깃발법에 따르면 한대의 자동차에 운전수, 기관원, 기수 등 3명이 있어야 했고, 자동차의 최고속도는 6.4km/h로 제한됐고, 기수는 낮에는 붉은 깃발, 밤에는 붉은 등을 들고 자동차 앞에서 선도해야 했다. 마차산업과 마부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었지만, 이 붉은 깃발법이 30년간 지속되는 사이에 영국은 자동차를 가장 먼저 만들고도 자동차 산업에서 뒤처진 국가가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IT 산업과 첨단 AI 기술이 발달했음에도 기존의 관습이나 이해관계자의 벽을 넘지 못해 법 개정도 어렵고 아프리카에서도 되는 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 되거나 한정된 지역에서 규제샌드박스 내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택시 산업과 같은 기존 산업과 그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기존의 효율성이 낮은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교통서비스의 도입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첨단산업을 활성화하고,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도시교통문제를 비용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세 번째로 부산의 도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이다. 도시브랜드란 도시의 가치와 호감도, 신뢰도 등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도시의 품격과 이미지 등 소프트 파워를 의미한다. 현재 부산의 슬로건은 "Busan is good"이다. 여기서 Good 이 담고 있는 의미는 Global(세계적), Original(특색 있는), Open(개방적인), Dynamic(역동적인) 등 다양하다.
부산관광브랜드의 슬로건 컨셉을 보면 놀고, 일하고, 살고 싶은 도시(Play. Work.Live)이다. 여행부터 비즈니스까지 모든 경험이 만족스러운 살기 좋은 도시, 온갖 다채로운 것들이 공존하는 곳, 부산에서 당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반전 매력을 느껴 보라고 광고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최근 몇 년간 매년 부산으로 출장 겸 여행을 가면서 느꼈던 것들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는 점이다. 부산이 며칠 여행하기는 좋은 도시인 것은 사실이다. 아름다운 바다가 있고, 해산물이 풍부하고, 우리나라 제2의 도시답게 볼거리가 풍부하다. 그런데 부산에서 일하고 살고 싶냐고 묻는다면 아니요라고 대답할 것 같다. 일단 주거비용도 비싸고, 도로는 상습정체에 엉망이라서 여기보다는 집값도 싸고 도로도 안 막히고 좀 더 여유로운 도시에서 살고 싶다고 할 것 같다. 정말 오랫동안 살고 싶은 도시는 단순히 브랜드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삶의 질이 높은 도시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이 전 세계 누구나 와서 즐겁게 놀면서, 일하고, 살고 싶은 도시로 발전하면 정말 좋겠다.
* 부산 워케이션은 이렇게도 참고하시길 바란다.
https://brunch.co.kr/@kw0762/127
글 : 이계원(공유경제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