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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원 May 07. 2021

공유자전거의 즐거움

누군가 내게 "살면서 즐거운 일이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강길에서 자전거 타기라고 말할 것이다. 세상에 즐거운 일이 무수히 많겠지만, 내게는 자전거 타기가 으뜸이다. 자전거길 옆으로 봄에는 햇빛에 반짝이는 노란 유채꽃이 보이고, 가을에는 억새가 바람에 물결치는 것이 보인다. 공유자전거를 타고 강길을 달리고 있으면 행복하다는 느낌이 절로 온다. 자전거 타는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자전거 타기의 즐거움


자전거 타기가 왜 즐거울까?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일단 걷는 것보다는 속도감이 있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 편하긴 한데, 내가 운동하는 느낌도 없고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는 느낌도 없다. 자전거는 적당한 속도감과 바람을 느끼는 기분, 주변의 경관을 보는 즐거움이 같이 있는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4대강 자전거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다. 일반도로에서 자전거 타는 것과 4대강 자전거 전용길에서 자전거 타는 것은 질적인 차이가 있다. 일반도로에서는 다른 승용차나 오토바이 등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많아 마음 편하게 자전거를 타기가 어렵다. 자전거 전용도로에서는 자전거만 있기 때문에 위험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주변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생긴다. 봄바람을 맞으며 봄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기도 하고, 여름날에는 싱그러운 초목을 보고, 늦가을에는 억새가 바람에 물결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동차 매연이 없는 4대강 자전거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으면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영산강 자전거길


2. 자전거 타기의 어려움


자전거가 운동에도 좋고,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인데도 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타기를 어려워할까? 자전거 타는 법을 몰라서 일수도 있고, 개인 자전거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자전거 전용도로까지 접근이 쉽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춥고 비 오고 날씨가 좋지 않아서 일수도 있다. 아마 그 이유는 복합적일 것이다.


목포에서 나주까지 자전거로 60km를 달려 본 적이 있었다. 아침에 내가 사는 나주 혁신도시에 있는 간이 버스정류장에서 목포까지 가는 버스에 내 자전거를 짐칸에 싣고 갔다. 목포 버스터미널에 내려서 근처에 있는 영산강 하구둑(영산강 자전거길의 종점이다)에서 출발하여 나주까지 60km를 자전거를 타고 올라왔다. 중간에 가까운 기차역까지 가서 기차 타고 나주로 돌아 올 계획이었지만, 기차 시간을 노치는 바람에 그냥 계속해서 자전거를 타고 왔다. 내 자전거는 전기 자전거여서, 한번 충전하면 20~30km 정도 전기의 힘으로 갈 수 있다. 60km를 다 내 힘으로 페달 굴려 갔으면 엄청 지쳤겠지만, 중간중간 전기의 힘으로 언덕길을 오를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래도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탔더니 저녁때쯤 되니까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낮에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강의 물결을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저녁이 되니까 이대로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가로등도 없이 공포영화 장르로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게 전화했더니 회의 중이라고 해서, 길 근처에 있던 택시에 자전거를 접다시피 구겨 넣고 천신만고 끝에 집에 돌아왔다.


내가 만약 목포에서 담양댐까지 영산강 자전거길 133km를 종주한다고 하면, 내 자전거를 차나 버스, 기차에 싣고 목포까지 가서 1박 2일 정도 자전거를 타고 올라올 것이다. 종점인 담양댐까지 도착해도 내가 사는 나주까지 60km가 넘는 길을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거나, 아니면 누군가 내 자전거를 실어 주기 위해 차를 몰고 와야 할 것이다.


영산강 자전거길 안내도


내가 이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공유자전거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말하기 위해서이다. 개인 자전거가 있어도 공유자전거는 필요하다. 접근성의 차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 소유의 자전거를 가지고 있다고 하다라도 집에서 수십 km 떨어진 목적지까지 자전거만 타고 가기는 쉽지 않다. 일단 자전거 전용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지 않고, 요행히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다 하더라도 수십 km를 자전거로만 타고 가는 것도 쉽지 않다. 공유자전거를 아무 곳에서 쉽게 빌려 타고 반납할 수 있으면, 먼 거리는 차나 버스, 기차 등을 이용하고, 자전거 타기 편한 일정 구간만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다른 도시로 여행 가면서 내 자전거를 가지고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여행지에서 공유자전거를 1~2시간이나 하루 빌려서 즐겁게 여행할 수도 있다. 내 자전거가 아니라면 아무 때나 반납하고 택시나 버스, 지하철 등 다른 교통수단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내 자전거를 가져가면 자전거가 이동에 족쇄가 될 수 있다.


만약 4대강에 공유자전거가 활성화되어 중간중간에 공유자전거를 빌려주는 자전거길 안내센터가 있다고 하자.  나라면 나주에서 공유자전거를 빌려 목포까지 갔다가 공유자전거는 목포에서 반납하고, 자유롭게 버스나 KTX 기차를 타고 집에 편안하게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내가 4대강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수질이나 수량 관리도 중요하겠지만, 자전거길 활성화 방안부터 내놓을 것 같다. 지금 4대강 자전거길을 보면 관리가 되지 않아 도로가 군데군데 파인 곳도 많고,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아 우회하다가 길을 잃기 쉬운 곳도 많다.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든 소중한 국가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방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3. 공유자전거 이용방법


자전거로 4대강길을 달리기는 쉽지 않다.  일단 자전거만으로 내가 사는 곳에서 영산강 자전거길까지 가려면 10km 가까이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는 일반도로로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자전거를 차 트렁크에 혼자 싣는 것도 쉽지 않아 차량으로 자전거 운반도 어렵다. 그래서 내가 찾은 방법은 영산강 자전거길안내센터에서 공유자전거를 빌리는 것이다. 봄가을에 날씨 좋은 날에 공유자전거를 빌려서 영산강길을 달려 보았다. 가족 대여도 가능해서 가족끼리 즐겁게 같이 자전거를 타면서 주말을 보내기도 했다. 자전거는 정비가 잘 되어 있었고, 헬멧도 같이 빌려 주기 때문에 안전에도 도움이 되었다. 신분증만 맡기면 4시간 동안 무료로 빌려준다.


자전거 무료 대여 이용방법-영산강 자전거길 안내센터


영산강 길이 아니더라도 지자체마다 무료로 대여해 주는 공유자전거가 제법 많다. 지자체마다 조금씩 상황이 다르긴 한데 대부분 무료나 1천 원 미만의 저렴한 요금을 받고 공공자전거를 빌려 준다. 


최근에는 카카오에서 카카오T 바이크라고 전기자자거를 빌려주는 공유 서비스를 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에서만 하다가 최근 들어 대구와 광주광역시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의 전기자전거는 기본요금 1500원(15분간 이용 가능)에 추가 1분당 100원의 요금을 받고 있다. 카카오의 공유자전거 서비스는 전기자전거를 이용한다는 물리적 차이점도 있지만, 기존의 카카오 택시나 대리 등과도 연동되어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데 큰 특장점이 있다. 카카오 T 바이크의 이용법은 아래의 카카오 모빌리티가 작성한 브런치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runch.co.kr/@kakaomobility/31


4. 공유자전거가 나아갈 방향


공유자전거가 나아갈 방향을 자전거 전용도로 확보, 전기자전거 도입, 통합관리 기관 지정, 통합 모빌리티로 확장 등 네 가지 측면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자전거 전용도로 확보이다. 자전거를 보행자가 다니는 인도나, 차들이 다니는 차도로 함께 다니라고 하는 것은 사람과 차 양쪽에 다 위험요소가 된다. 기존 차도나 인도도 비좁은데 무슨 수로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드느냐고 말하겠지만, 기존 자가용 위주로 설계된 도로망은 사실 비효율적인 구조이다. 차선 하나 정도를 자전거 전용도로로 전환해서 제공할 필요가 있다. 2018년에 베이징에 잠깐 갔을 때 도로 가장자리 차선이 자전거 전용도로로 지정되어 운영되는 것을 보았다. 베이징은 도로가 넓으니까 가능한 면도 있겠지만, 교통 측면에서 보면 자가용 대신에 자전거로 이동하는 비율을 높여, 주차 문제 등 교통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두 번째는 전기자전거 도입이다. 전기자전거는 일반 자전거가 가지지 못한 많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일단 우리나라처럼 평평하지 않고 언덕이 많은 지형을 쉽게 이동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 장거리 이동에 도움이 된다. 일반 자전거로 10km 이상 가는 것은 체력적으로 힘든데, 전기자전거는 쉽게 20~30km 이상 이동할 수 있어 좀 거리가 있는 출퇴근이나 업무용 이동수단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자전거는 일반 자전거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전기자전거에 전원을 넣지 않으면 일반 자전거로도 이용할 수 있다. 내 경우에는 보통 때는 일반 자전거처럼 페달을 굴려서 운동 효과를 내다가, 언덕을 오를 때나, 장거리를 갈 때 전원을 넣어 쉽게 이동한다. 공유자전거에 전기자전거를 도입하면 지금 보다 장거리 이동이나, 배달 등에 활용성이 높아진다.


세 번째는 통합관리 기관 지정이다. 지금은 지자체별이나 개별 기관별로 별도로 공유자전거를 운영하다 보니, 특정 지자체 구간을 벗어나면 이용과 반납에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도로공사나,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관광공사 등 기존 기관을 활용해도 되고, 아니면 자전거 관리기관을 별도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한 군데서 통합 관리해야 전국 어디서나 쉽게 빌리고 반납할 수 있다. 지금처럼 빌린 곳으로 돌아와 반납하게 하지 말고, 가까운 곳 아무 곳에서나 쉽게 반납할 수 있게 해야 이용률이 높아진다. 하나의 관리 주체가 전국적으로 관리하게 되면 수요량을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남는 지역의 자전거는 자전거가 부족한 지역으로 차량으로 계속 실어 날라 활용도를 높이기에도 용이해진다. 관리 주체가 확실해지면 전국적인 자전거 도로 정비, 자전거와 연계된 쉼터와 카페, 지역 관광자원과의 연계도 좋아질 수 있다.


네 번째는 통합 모빌리티로의 연계이다. 공유자전거를 단독 이동수단으로 설정하지 말고, 버스, 지하철, 택시, 자가용, 킥보드 등 다양한 교통수단과 연계하여 가장 편리한 이동체계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집에서 지하철역까지는 자전거로 이동하고, 지하철을 타고 메인 장거리 구간을 이동한 다음 역에서 목적지까지 공유킥보드로 이동할 수도 있다. 요금도 별도로 부과하지 말고, 통합 환승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움직이는 존재이다. 옛날에는 걸어 다녔고, 지금은 차를 타고 다다. 그 중간에는 자전거가 있는 것 같다. 자전거가 주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크다.


제주 올레길이나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도보자들을 위한 길들은 많다. 걷기 좋은 길을 만드는 것은 중요한 일이긴 하다. 그런데 자전거길을 만드는 것도 그 못지않게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 갇혀 우울한 사람들에게 가장 건강하고 행복한 처방전은 탁 트인 4대강 길을 자전거로 즐겁게 달리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로 4대강 종주가 들어갈 수도 있다. 공유자전거로 즐겁게 달려 보자.


* 4대강 종주를 하고 싶은 사람은 우리강 이용 도우미를 참고하시길 바란다.

https://www.riverguide.go.kr/kor/index.do


글 : 이계원(공유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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