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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록 Jun 27. 2023

44. 포잡(Four Jobs)으로 들어간 대학

인생 살기 쉽지 않다

결국 입학을 포기했다. 재수 아닌 재수를 하게 됐다. 검정고시를 보고 남들보다 1년 빠른 나이에 대입을 준비했으니 재수를 해도 나이에 맞춰서 입학하게 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다.


‘뭐, 어쩔 수 없지.’


뭐든 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우리 집에 가장 없는 것이 돈이었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였지.


그래서 그때부터는 포잡(four jobs)인생을 살았다. 무조건 돈을 벌어야했다. 입학금이랑 한 학기 학비, 총 500만원 이상 되는 돈을 모아야했다. 그 후에는 장학금을 타면 되니까. 오전부터 오후까지, 오후부터 저녁까지, 저녁부터 심야까지, 주말알바까지. 틈틈히 주변의 추천으로 영어과외도 했고.


콜센터(텔레마케팅), 생과일주스점, 빵집, 카페, 옷가게, 약국, 전단지, 단순포장알바, 서빙 등 안해본 종목(?)이 없었던 것 같다. 집에서 씻고 잠만자고, 모든 끼니는 식대제공 알바에서 해결했다.


그러다가 또 다시 돌아온 수시철. 그동안 사느라 바빠서 재시험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작년에 봐둔 토익점수를 그대로 접수했다.


놀랍게도 작년에 같은 점수로 최종합격한 모 대학 국제학부는 서류부터 광탈이었다. 그새 재수생들이 이를 갈았는지, 대부분의 대학들도 면접까지도 못가봤다. 그러다가 유일하게 딱 한 군데, 면접 제안이 온 학교가 있었으니.


물론 핑계겠지만 일하느라고 대입준비는 전혀 하지 못했다. 그래서 면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도 몰랐고 매번 임기웅변이었다. 이번에 면접 보게 된 학교도 마찬가지였고.


면접 대기장에서 제시된 질문 중 하나를 골라 답변을 작성하고 면접장에 가서 대답을 하면 됐는데, 이날 따라 머리가 새하얗게 되버리고 답변을 거의 못했다.


보다못한 교수님 한 분이 말씀하시길,


“That’s it?” (그게 다야?)


“Yes, that's it….” (네, 그게 답니다….)


그렇게 대답하고 걸어나왔다… 망. 그것도 폭망. 그렇게 면접 직후 또 한번의 재수를 예감하고 대학 입학은 단념한채 열심히 돈을 모으던 중, 합격발표날 이상하게 홈페이지에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확인해봤더니, 합.격?


합격의 기쁨보다도 의아함이 컸더랬다.


‘어? 왜?? 왜 붙었지??’


그래도 이번에는 대학이란 곳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대학을 가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공부를 하고 싶어서도 아니었고, 대단한 꿈을 가진 것도 아니었고, 그저 또래 친구들을 만나고 싶었다.


나도 제발 평범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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