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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록 May 15. 2023

43. 대학은 아무나 가나?

산 넘어 산

우여곡절 끝에 4월에 검정고시 시험을 치르고 6월에 합격발표가 났다. 검정고시 학원 선생님이 소스라치게 놀라시며 역대급 합격자라며 호들갑을 떠셨고 곧바로 대입 준비를 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얼떨결에 대학 입학 준비를 하게 되었다.

외국인 전형, 영어특기자 전형 등 내가 고려해 볼 수 있는 전형들이 있었다. 외국인 전형은 5년 이상 해외거주 시 지원할 수 있다길래 알아보았더니 부모와 함께 거주했을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해서 지원할 수 없었다. 역시 대입에서도 유학생 꼬리표는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내가 대학을 갈 수 있는 유일한 전형은 영어특기자 전형이었는데, 이 또한 토플, 토익, 텝스 점수 중 하나가 있어야 지원 가능했다. 도대체 그 시험들은 왜 그렇게 가격들이 비싼지 모르겠다. 한 번 쳐서 만점이 나오지 않으면 나에게는 눈물 나게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모집요강을 보면 모든 학교에서 토플을 받아주길래 가장 빠른 날짜로 토플을 접수하려고 검색하니 6월, 7월 일정은 지방까지 모두 마감이었다!

‘아니, 이렇게 비싼 시험을 이렇게나 많이 본다고?’

알고 보니 수시철에는 학생들이 매주 시험을 보고 있었고, 서울과 경기권에 접수가 마감되면 대전, 부산 등 멀리까지 가서도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약 두 달간 매주 봤던 시험 점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수시서류로 제출하려는 생각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서울에 접수가 불가능하니 중국이나 일본, 홍콩, 대만까지 원정시험을 보러 다니기도 했다.

애초에 접수조차 불가능하니 토플만 인정해 주는 학교는 내 리스트에서 제외되었다. 그렇다면 텝스와 토익을 봐야 했는데, 둘 다 준비를 해본 적이 없기는 마찬가지였고 둘 다 신청할 돈은 없었기에 가장 빠른 날짜에 시험을 볼 수 있는 토익을 선택했다.  

시험 준비를 할 시간적인 여유도, 책을 사서 공부할 금전적인 여유도 없었기에 알바와 알바 사이 틈틈이 교보문고에 가서 토익책을 찾아서 보곤 했다. 그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치른 토익 점수를 들고 드디어 서울의 여러 대학에 지원할 수 있었다.

“무슨 과 지원 할 거야?” 어느 날 엄마가 물었다.

“유아교육학과나 사회복지학과?”

“유아교육학과 나와서 뭐, 유치원 선생님 되게?”

“나는 애기들 좋아하기도 하고, 그리고 영어를 가르쳐 보니까 가르치는 게 적성에 맞는 것 같아.”

“그니까, 유학 갔다 와서 고작 가는 게 유아교육과냐고. 어휴 내가 미쳐!” 엄마의 지나치게 큰 한숨이 내 마음을 또다시 짓눌렀다.

“그럼 엄마는 내가 뭘 공부했으면 좋겠는데?” 역시 습관이 무섭다. 난 언제나처럼 엄마의 결정을 기다렸다.

“들어보니까 요새는 경영학과만 가면 취직은 따놓은 당상이라더라. 아니면 국제통상학과 있잖아, 무역 같은 거. 그런데는 영어도 많이 쓰니까 유리하겠구먼?”  

그렇게 또 한 번의 순종으로 경영학과, 국제학과, 국제통상학과 위주로 접수했고 흔히들 말하는 SKY는 아니었지만 인지도가 높은 모 대학에서 최종 합격통지를 받았다.

“근데 새록아 어떡하니?” 엄마가 말했다.

“왜, 엄마?”

입학금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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