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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Jul 26. 2017

군함도, 그곳은 지옥이었다

감히 재밌다고 말할 수 없는 영화 <군함도>는 영화 그 이상이다. 

*스포 없으니까 안심하고 읽으세요


개봉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었던 <군함도>. 일단 출연진부터 어마어마하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까지. 그리고 다수의 유명한 조연들까지. 무엇보다도 실제 우리나라에 있었던 가슴 아픈 역사를 바탕으로 제작했다는 사실이 그 관심의 이유였을 것이다. 사실 언론과 인터넷에서 엄청나게 기대를 모으고 있는 <군함도>를 보며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는 영화가 혹시라도 재미가 없거나 지루해서 오히려 욕만 엄청 먹으면 어떡하지. 그리고 개봉 날 당일 아침에 <군함도> 평점을 찾아봤더니 세상에나. 

<리얼>에 버금가는 평점의 연속


이렇게 <군함도>가 무너지나 싶었다. 그래도 평점을 잘 안 믿는 성격이기에 조조로 가서 <군함도>를 봤다. 직접 가서 보길 천만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군함도>는 별점 1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다수의 악플들은 <군함도>의 스크린 독점에 대한 비판이었지 정작 영화 자체에 대한 평은 거의 없었다. 스크린 독점도 문제가 있지만, 난 영화만 놓고 평가를 해보고 싶다. 그래서 내가 다소 주관적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리뷰를 하고자 한다. 

실제 하시마 섬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때 조선인들이 착출 당해 일했던 탄광이 있던 하시마 섬의 별명이다. 섬 모양이 군함처럼 생겨서 군함도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강옥(황정민)과 딸(김수안), 종로 깡패 칠성(소지섭), 온갖 고통을 받으며 살아온 말년(이정현)등 많은 조선 사람들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사기를 당해 군함도로 끌려오게 된다. 군함도에 갇힌 조선인들 중엔 독립운동의 주요 인사가 있었는데, 광복군의 일원인 무영(송중기)은 그를 구출하고자 군함도로 잠입한다.  전쟁이 끝나가고, 전쟁에서 패했을 시 전범 재판에 올라가는 게 두려웠던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범죄에 대한 증인들인 조선인들을 다 죽이려고 한다. 그걸 알아챈 무영은 다른 조선사람들과 군함도를 탈출하고자 한다. 

출처: Daum 영화

난 차마 이 영화를 재밌다고 할 수가 없다. 이 영화에서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 그냥 가슴 먹먹함이 느껴질 뿐. 그래서 난 이 영화를 '좋았다'라고 하고 싶다. 이 영화가 좋았던 것은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력, 생생한 현장 연출 때문이 아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같은 조선인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놈들의 앞에 서서 앞잡이 노릇을 했던 친일파들의 기회주의적이고 이기적이었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는 점이 이 <군함도>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수많은 조선사람들에게 일본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병든 부모님을 치료할 돈을 벌 수 있다고 속인 사람들은 일본인들이 아니다. 바로 같은 조선인들이었다. 조선인에게 속아서 군함도에 끌려왔더니, 빨리 일하라고 누군가가 욕과 채찍질을 해댄다. 이 역시 조선인이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같이 군함도에 끌려온 상황이지만, 누군가는 얍삽하게 일본인들에게 잘 보여서 살아나가는 반면, 누군가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무너져내리는 돌에 깔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출처: Daum 영화


살아남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남느냐도 중요하다

과연 같은 동포를 팔아서라도, 희생시키면서라도 살아나간다면, 과연 그게 살아있는 것일까. 영화 중에 이런 대사가 있다. '승리하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으면 승리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동포를 팔아서 살아남는 것이 과연 승리하는 것일까. 물론 자신의 생명이 자신에겐 가장 소중하다곤 하지만, 난 <군함도>를 보면서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렇게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며 살아남는 것은 난 도저히 승리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살아남느냐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군함도>. 같은 조선인을 팔고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을 보며 욕하면서도, 과연 나였으면 동포들이랑 함께 죽는 길을 택했을까 라는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해준 <군함도>는, 우리에겐 잊혀 가는 역사를 알려주는 동시에 그 상황에 우리 자신을 대입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출처: Daum 영화

하시마 섬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나, 한국인들이 강제로 끌려가 노역을 했다는 사실 또한 문화유산에 기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하시마 섬을 자신들의 근대화에 도움이 되었던 상징물로만 알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군함도>는 그러한 일본의 현재 태도에 대항하는 영화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사라질 뿐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영화를 넘어서, 우리 역사의 기록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평점에 겁먹지 말고, 직접 이 영화를 보길 권한다. 영화의 가치는 스스로 매기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휘둘려서 매기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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