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 잔디밭, 맥주 한 모금
뭐가 어쨌건, 세상 모든 야구장 중에서도 나는 진구 구장에 앉아 있을 때가 제일 좋다. 1루 쪽 내야석 아니면 우익 외야석. 그곳에서 잡다한 소리를 듣고, 잡다한 냄새를 맡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 좋다. 불어오는 바람을 피부로 느끼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팀이 이기고 있건 지고 있건, 나는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무한히 사랑한다.
물론 지는 것보다야 이기는 쪽이 훨씬 좋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경기의 승패에 따라 시간의 가치나 무게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시간은 어디까지나 똑같은 시간이다. 일 분은 일 분이고, 한 시간은 한 시간이다. 우리는 누가 뭐라 하든 그것을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시간과 잘 타협해서, 최대한 멋진 기억을 뒤에 남기는 것 - 그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14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