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낫투데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호 Dec 22. 2017

낫투데이 2017 성탄절 근처

먹는 다는 것

병원에 입원하여 모바일로 작성한 탓에 편집 상태가 고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미리 사과드립니다.


뭔가를 먹는 다는 것, 먹음으로써 그것을 내 몸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평생에 걸쳐 가장 중요한 일임에 틀림이 없고, 그 일을 지속하지 않는다면 바로 죽게 됩니다.


따라서 그걸 지속시키기 위해 자연은 우리에게 먹을 때 가장 큰 쾌감을 느끼도록 설계를 헤 준 것 같기도 합니다. 평생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하루에도 몇 차례씩 해야 하는 일에서 쾌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비참해질까요?


그런 면에서 역설적으로 선조들은 우리가 식탐에 빠지는 것을 여러가지로 경고해 오기도 했습니다. 7대 원죄 같은 걸 꼽으면 항상 식탐에 탐닉하는 죄악이 포함되어 있기도 했죠.


어쨌거나 먹는 다는 것은 우리 삶의 아주 중요한 한 부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제 당분간 그 뭔가를 먹는다는 행위와 이별을 하게 될 듯 합니다.


물론 식음을 전폐하고 마하트마 간디 같이 비폭력 단식 투쟁에 나서겠다 뭐 이런 얘기는 아니고요.


제 병세에서 가장 심각한 부분은 단연 종양의 재발이었죠. 재발된 종양은 고통을 부르고 이 고통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큰 이슈였습니다. 그러던 사이 또 한 쪽에서는 개구장애로 인해 뭔가를 씹어 삼키기가 힘들어졌고 거기에 식도로 이어지는 목 인후 부위에도 뭔가 문제가 있어서 액체를 마시는 것도 점점 더 어려워졌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식사량이 줄었고 어떻게든 더 먹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아둥바둥 발버둥을 쳤지만 성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 결과 체중이 50키로 이하로 떨어지는 사태까지 왔습니다. 최고 체중이 90키로가 넘었었으니 거의 반토막이 난 셈이죠.


당연히 심각한 영양실조 증상이 동반되었습니다. 앉았다가 일어서면 눈앞에 별이 번쩍 거리고 쓰러지기까지 합니다. 힘이 하나도 없고 뭐 뼈에 가죽만 둘러 놓은 몰골이 되어 버렸습니다. 외모만으로 보자면 진짜 마하트마 물뚝이 되었다는...


더 이상 가다가는 큰일 나겠다 싶어서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고 결국 의사선생님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위루시술"이라는 것을 하기로 랬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배꼽 주변의 피부에서부터 위장까지 구멍을 꿇어 튜브를 설치하고 그 튜브를 통해 유동식을 위로 직접 공급하는 시스템입니다.


말로만 들으면 굉장히 무섭고 끔찍한 일인데 저 장치를 달고 십년 이상 일상생홀을 영위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걸 위해서 다시 병원에 입원을 했고, 이제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위루 시술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러고 나면.. 저는 입으로 뭔가를 먹을 일이 없어지게 되는 거죠.


여러가지 자잘한 문제들이 수두룩 할 겁니다. 통증도 많을 거고 사고가 생길지도 모르죠. 그러나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모든 것을 다 해가며 버티기로, 끝까지 항복하지 않기로 다짐을 했고 가족들에게 약속까지 했습니다.


먹는다는 행위를 포기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삶을 포기하는 것과 비교할 수는 없죠. 제 삶에는 뭔가를 먹는다는 행위 말고도 훨씬 더 소중한 무언가가 많이 있을 겁니다.


저는 그렇게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보내게 되었군요.


여러분들오 행복한 연말연시 잘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잘 되어야 할텐데~~~


( 말은 이렇게 씩씩하게 해도... 사실 엄청 힘들고 괴롭습니다. 무엇보다도 바로 코앞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 때문에 두렵습니다.


여러분들의 별거 아닌 한 마디가 큰 도움이 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낫투데이 2017112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