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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Jan 29. 2018

나에게 쓰는 편지

엄청난 편지의 홍수


사서함 10호를 개통한 이후 홍보도 변변찮게 했을 뿐인데 엄청난 편지들의 홍수가 몰려들고 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당연히 거짓말입니다.


정확하게 편지 열세 통, 그리고 엽서가 열 통 가까이 도착했습니다.


엽서는 특이하게도 거의 대부분은 한 분이 보내주셨는데 그것도 영어로 보내주시는 바람에 제가 침침한 눈으로 영어 필기체 해독하느라 고생을 꽤 했습니다. 그리고 편지들의 경우에는 진짜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편지도 있고, 이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써 보내주신 경우도 있었습니다.


손으로 쓴 편지라는 개념에 대한 향수에 젖어 호기심에 참여하신 분께서 보내주신 편지도 있고, 심지어 손으로 쓴 편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는 싶은데 진짜 손으로 써서 편지를 보내면 도저히 해독이 안될 것 같아서 온라인으로 편지의 내용을 보내면 우체국에서 “인쇄”를 해서 전보의 형식으로 전달해 주는 서비스를 이용해서 참여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이 경우가 손으로 쓴 편지만을 받는다는 나쓰편, 즉 “나에게 쓰는 편지”라는 프로젝트의 원칙에 맞는지, 받아도 되는 건지를 고민하게 만든 경우였습니다.


그 밖에 저와 아주 유사한 병, 그러나 저보다는 약간 가벼운 경우로 투병생활을 하시는 저보다 약간 윗 연배의 분께서 담담하게 보내주신 자신의 사례를 담은 편지도 들어왔습니다. 애초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딱 맞는 경우였죠.


정말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좋은 예후 있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또한 한 칸 더 범위를 넓힌, 말 그대로 “나에게 쓰는 편지”에 걸맞은 내용을 보내주신 경우도 있었습니다. 꽤 많은 분들이 이 경우에 해당되는 내용을 잘 정리해서 담담하게, 또 솔직하고 생생하게 적어서 보내주셨는데 그중 어떤 내용은 진짜 읽다가 가슴이 먹먹해져서 이런 슬픈 편지는 환자가 읽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편지도 있었습니다.


삶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왜 이렇게까지 슬프고 잔인한 모습으로 다가오는지 한참을 아무것도 못하고 앉아서 슬픔을 곱씹고 있어야만 했던 편지도 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죠. 나름대로 이제 어지간한 슬픔에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고 믿는 제 입장에서도 이렇게 또 새로운 슬픔이 있어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 짧은 편지 한 장으로 말입니다.


시작한 지 단 일주일 만에 이런 편지가 들어오면 앞으로 도대체 어떤 내용들이 들어올 것인지, 뭐 어쩌라는 것인지 정말 무서운 일이더군요.


그런 것 말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도 보내주셔도 됩니다. 삶이란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첫 주에 진행된 일이 이 정도입니다.


문제는, 아직 그 형식이 규정되지 않아서 혼선을 빚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더 형식을 규정하고자 합니다.


편지를 보내 주실 때, 반드시 함께 기록해 주셔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제가 꼭 여쭤봐야 할 것들이 있는데 연락처도 없고 여쭤볼 방법이 없어서 말이죠.


이 편지의 내용을 공개해도 좋다는 허락이 필요합니다. 물론 절대 공개해도 좋다는 허락을 할 수 없다면 그것도 좋습니다. 저 혼자 읽고 슬퍼하고 말겠습니다.


그러나 허락을 해 주신다면 제가 어떤 형태가 되었건 나쓰편 프로젝트의 독자 여러분들께 이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서 공유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허락할지 말지 아직 결정을 못했다면, 또는 어떤 형식으로 건 간에 저와 추가적인 대화가 필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연락처”를 공개해주셔도 됩니다.


즉, 공개 허락 아니면 연락처입니다. 둘 다 싫다면 안 주셔도 됩니다. 그러나 이 둘 중의 하나를 알려주시면 여러모로 좋을 것 같습니다. 어따 팔아먹거나 장사하는데 쓰지 않겠습니다. 개인 정보이긴 하지만 추가적인 공개는 안 하겠다는 뜻입니다.


주소도 되고 전화번호도 되고 메일 주소도 되고 텔레그램, 페북 메신저, 카톡 등의 메신저 프로그램의 아이디여도 됩니다. 트위터, 페북, 인스타그램 등의 계정도 괜찮습니다. 뭐든지 실마리 하나는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부터 전에 말씀드렸던 각종 사은품, 무슨 다이어리가 될 수도 있고, 그냥 노트가 될 수도 있고, 그런 사은품을 보내드리려고 하는데 그 때문에도 연락처는 필요하거든요.


거기에 무슨 책 같은 것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꼭 “공개 허락” 혹은 아주 간소한 “연락처” 하나는 적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편지 내부에 말이죠. 뭐 안 주셔도 문제는 없는, 사무적인 부탁이었습니다.

들어온 선물들


아래는 무려 종이학이 들어간 유리병입니다. 이게 도대체 언제 때 유행인지, 제 기억으로는 20세기 유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려 지난 세기도 아닌 지난 밀레니엄 때의 유행입니다. 크흑..


이 외에도 약간의 선물들이 더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뭐가 들어왔는지는 설명드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김영란법 위반 문제도 있고. (하하하.. 아무 관계없습니다.)


그리고 제게 만년필을 하나 선물하고 싶다는 분도 계셨는데, 만년필도 천차만별이라서요. 일반적인 상식으로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명품 레벨이 아니면 얼마든지 주셔도 됩니다.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그렇다고 또 이런저런 선물을 너무 많이 보내시면 곤란합니다. 그냥 마음만 보내주시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그리고 환자에게 필요한 물건을 보내주신 경우도 있었습니다. 감사하게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런저런 선물들 모두 감사한 일이지만 막상 겪어 보면 역시 낫 투데이, 나쓰펜 등 각종 프로젝트에 올리는 글을 읽고 보내주시는 “자발적 구독료”가 제일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ㅎㅎㅎ

보내드릴 선물들 – 다이어리


예전에 간단하게 아이디어만 말씀드렸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이 모였습니다.
앞으로 편지 보내주실 때, 나 이거 보내주면 잘 쓸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드는 물품의 번호를 편지에 적어 보내주시면 (물론 주소 포함) 해당 주소로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물품이 몇 개 안되니 서두르셔야 합니다.


1번. 콕스 시스템 다이어리


이렇게 생긴 모델입니다. 나름 고퀄인 걸로 보이는데 제가 이 분야를 잘 몰라서 뭐라고 묘사하기 힘듭니다. 몇 개 안되니 빨리 보내셔야 합니다.


2번. 기업 다이어리


연말이면 쏟아져 나오는 기업 다이어리들입니다. 회색, 청색, 그리고 흑색입니다. 시스템 다이어리라기보다는 영업사원용 일지 같은 느낌이 강하지만 그래도 손으로 뭔가를 쓰기에는 도움이 될만한 퀄리티는 되는 것 같습니다. 희망하시는 대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회색과 청색은 바인더가 있어 내지를 갈아 끼울 수 있고, 흑색은 그냥 노트 형태입니다.


3번. 스프링 노트


A5 사이즈에 줄만 그어져 있는 스프링 노트, 대학노트입니다. 수첩으로 보기에는 조금 크고, A4 사이의 절반인 노트죠. 저는 이런 노트가 뭐 쓰기에 가장 편해서 두 권은 제가 먼저 챙겼습니다. 거기에 병상 일기를 기록하고 있죠. 먹은 약의 수량과 시간, 병원 가야 할 일정, 뭐 그런 것들입니다. 특별한 증상이 발생하면 적기도 하고요. 몇 권 있으니 신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물이 좀 더 있는데, 그건 다음 편에서 또 안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또 반대로 여러분들께 보내드리고 싶은 선물이 있으신 분, 그냥 연말에 돌리고 남은 다이어리가 있거나 하신 분들은 제게 보내주시면 되겠습니다. 사서함으로 그냥 보내시면 된다고 합니다. 작은 택배 정도는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여러분들과 함께 나눠 쓰면 좋겠더군요.


요즘 손으로 뭐 쓰는 데에 완전 꽂혀서 밤중에 깨어나 통증에 시달릴 때에도 책상에 노트 펴놓고 한자 펜글씨 연습 같은 거 하면서 버티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다 보니 노트도 많이 쓰고 하게 됩니다. 속지가 맘에 안 들어서 A4지 잘라서 펀치로 구멍 뚫어 속지로 쓰기도 합니다. 어지간한 시스템 다이어리 속지 보다 품질 좋은 A4지가 만년필로 쓸 때 느낌이 더 좋거든요.


같이 즐겨 보기로 하죠.


손으로 쓰고, 눈으로 읽는..


그러면서 자기 자신의 인생에 관한 내용을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자신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이 땅의 수많은 장삼이사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손편지 프로젝트, “나에게 쓰는 편지”.


한번 동참해 보시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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