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UX
얼마 남지 않은 버스 시간, 그리고 바뀌지 않는 빨간 불 신호를 보며 발만 동동 구르다 버스를 놓친 경험...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미 떠나가는 버스를 붙잡을 순 없겠지만, 빨간불이 언제 바뀌는 지라도 알 수 있다면 몇분의 시간을 답답함에 발을 구르며 보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최소한 맘편히 '이번 버스는 못타겠군..' 하며 깔끔히 포기하고 다음 버스를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해줄 신호등 빨간불 잔여시간 표시기가 나타났다!
부산행 기차를 타고 가던 도중, 생각노트님의 인스타 게시글을 통해 부산역에도 해당 신호등이 설치되어있다는 내용을 알게 되었다.(같은 시기에 부산 여행을 하고 계셨던듯) 읽자마자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드릉드릉한 상태로 기차에서 내렸다.
도착하자마자 부산역 바로 앞 횡단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의정부시에 최초로 도입된 적색 잔여 시간 표시기. 현재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되는 중이고 부산 또한 그 중 하나이다. 말 그대로 빨간불에서 초록불로 바뀌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대기시간을 알려주는 것인데,
'무단횡단을 시도하기 전 보행 신호등에 적색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게 되면 스스로 판단하고 기다리겠다는 결정 심리가 작용'해 무단횡단을 획기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무단횡단 사고를 막을 밥법을 모색하던 수지구 교통과 직원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일각에서는 '무단횡단이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사용해보니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알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답답함이 많이 해소되었다.
왜 진작 이런생각을 못했지? 늘상 겪는 불편함이었는데도 그 불편함의 원인과 해결방식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지 못했던 것 같아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같이 간 친구에게 신이나서 저것 좀 보라고 설명해주니 "그럼 남은 시간이 얼마 안남았을 때, '곧 바뀌니까 건너야지!' 이러면서 무단횡단 하지 않을까?"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때는 10초도 안남았던 상황. 7초, 6초가 지나고 5초가 남을 때가 되니 더 이상 남은 숫자가 노출되지 않았다.
친구: "와, 대박!"
그자리에서 함께 박수를 치며 기다리던 버스를 탔다.
보행 교통사고 중 54%가 노인 보행 사망자이고, 이중 무려 37%가 무단횡단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통계자료가 있다. 노인 분들의 무단 횡단이 잦은 이유가 가만히 서있는 것 만으로도 허리/다리 등 무리가 많이 가 가만히 서있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원인을 파악하고, 한 경찰분은 노인 분들이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앉아 있을 수 있는 '장수의자'를 도입하셨다... 박수!)
개개인의 아이디어가 정말 많은 사람의 일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UXer가 아닐까? 5천만 사용자가 매일같이 겪는 일상 속 불편을 "훨씬 덜 불편하게" 만들어주는 이런 개선안이야 말로 획기적인 UX 개선이라고 생각한다.
한 편으로 나도 일상 속 익숙한 불편함을 당연하게 느끼지 말아야 겠다고, 불편함의 원인을 파고들고 해결방법에 대한 고민을 체화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 빨간불 잔여 시간 표시기가 얼른 전지역으로 확대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