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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 May 03. 2018

군함도 최장섭 할아버지 자서전  

과거에 눈길이 머무는 건 지인의 죽음 때문입니다. 7년간 뇌암을 앓던 가장 친한 친구가 사라지고 마음이 많이 흔들렸습니다. 이후 산후조리원 동기가 마음이 아파 떠나고, 회사 동료가 급사하자 온정신으로 살기 어렵더군요. 타인의 죽음을 연이어 겪으면서 '나는 왜 남겨졌을까' '나의 책무는 뭔가' 고심했습니다.


그런데도 군함도를 한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군함도 책을 쓰겠다'며 휴직계를 던졌지만 육아만 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이 뉴스를 접했습니다. '어르신을 속였다'는 자책감이 밀려왔습니다. 할아버지께 그랬거든요. "군함도 책을 쓰려고요. 어르신이 경험하신 걸 들려주세요. 그림으로 그려주세요."라고요.



최장섭 어르신은 1943년 일본 군함도로 강제 이송돼 3년 동안 강제 노역했습니다. 저는 지난해 6월 대전의 한 아파트를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어르신과 5,6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습니다. 1929년생인 어르신은 군함도에서 경험한 충격적인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셨습니다. 아쉽게도 기억력은 온전치 않았습니다.


어르신께 재차 여쭙자 그러시더군요. "내 자서전을 보면 다 알 수 있어". 인터뷰에 동석한 어르신의 아드님이 자서전을 꺼내 주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자서전을 '신묘년(2011년으로 추정됩니다) 양력 5월 4일' 현대자동차 수첩에 적으셨더군요. 자서전은 총 22쪽으로, 군함도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귀한 자료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알 수 없었습니다. 무식해서 읽을 수 있는 한자가 몇 자 없거든요. 격의 없이 지내는 눈 밝은 취재원에게 전화했습니다. 6월 9일 토요일, 그분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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