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딸 그린이는 숙제와는 담을 쌓고 사는 아이였다(과거형인 까닭은 대학생인 지금은 밤을 새워 과제를 하기 때문). 초등학교 때 있었던 숙제에 관한 일화는 지난번에 쓴 적이 있다.
5학년 때쯤 아이가 숙제를 안 해가서 선생님한테 지적당한 뒤로 몇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숙제를 해가려고 애썼다. 왜 그렇게 숙제를 열심히 하느냐는 질문에 '엄마가 그런 편지를 받지 않게 하려고'라고 대답했다. 그런 편지를 받게 해서 엄마한테 미안하다나?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다음 해부터는 또 숙제를 안 해갔다. 중학생 때에도 숙제를 안 해가서 미술과목을 제외한 모든 수행평가가 0점이었다. 아마 숙제를 해가서 수행평가 점수라도 건졌더라면 성적이 그렇게까지 꼴찌는 아니었을 것이다. 전체 성적 중에서 수행평가 점수가 30%를 차지하는 데다가 수행평가는 평소 과제로 점수를 주니 말이다.
아이 중학교 때 숙제에 관해 나눈 대화다.
“넌 숙제 없니?”
“응”
“이상하다. 언니가 그 학교 다닐 땐 매일 숙제가 있었는데.... 사립이라 선생님이 바뀐 것도 아니고.”
“내가 알아서 해.”
“숙제가 있긴 있구나?”
“엄마"
"왜?"
"진실을 알고 싶어?"
"응?"
"알고 나면 기분이 좋지 않을 텐데?”
“크크크. 효녀 나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