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루 끝 햇살 Jul 16. 2020

숙제 오디세이(중등 편)

 작은 딸 그린이는 숙제와는 담을 쌓고 사는 아이였다(과거형인 까닭은 대학생인 지금은 밤을 새워 과제를 하기 때문). 초등학교 때 있었던 숙제에 관한 일화는 지난번에 쓴 적이 있다.



 5학년 때쯤 아이가 숙제를 안 해가서 선생님한테 지적당한 뒤로 몇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숙제를 해가려고 애썼다. 왜 그렇게 숙제를 열심히 하느냐는 질문에 '엄마가 그런 편지를 받지 않게 하려고'라고 대답했다. 그런 편지를 받게 해서 엄마한테 미안하다나?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다음 해부터는 또 숙제를 안 해갔다. 중학생 때에도 숙제를 안 해가서 미술과목을 제외한 모든 수행평가가 0점이었다. 아마 숙제를 해가서 수행평가 점수라도 건졌더라면 성적이 그렇게까지 꼴찌는 아니었을 것이다. 전체 성적 중에서 수행평가 점수가 30%를 차지하는 데다가 수행평가는 평소 과제로 점수를 주니 말이다.



 아이 중학교 때 숙제에 관해 나눈 대화다.


 “넌 숙제 없니?”

 “응”

 “이상하다. 언니가 그 학교 다닐 땐 매일 숙제가 있었는데.... 사립이라 선생님이 바뀐 것도 아니고.”

 “내가 알아서 해.”

 “숙제가 있긴 있구나?”
 “엄마"

 "왜?"

 "진실을 알고 싶어?"

 "응?"

 "알고 나면 기분이 좋지 않을 텐데?”

  “크크크. 효녀 나셨네.”     

매거진의 이전글 숙제 오디세이(초등 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