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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일럿 Jun 21. 2024

정말 괜찮은 사람들을 위한 데이팅앱 안내서


데이팅앱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개인적으로 데이팅앱을 포함하여 링크드인, 멘토링/코칭 플랫폼같이 사람과 사람을 쉽게 연결해주며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들로부터 엄청난 도움을 받아왔다. 만남이 손쉬워진다는 단점에서 오는 부작용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런 플랫폼들이야 말로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라는 연금술사적인 소망을 실현해 주고, 스스로 돕는 자를 도와주는 좋은 현대 기술의 효용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있는 싱가폴은 외국인 중에서도 특히 싱글 한국 여성의 여초 현상이 심한 편이다. 대부분 여기 계신 한국 남성분들은 가족들과 함께 싱가폴로 이주하신 경우가 많은 반면, 여성분들은 커리어 초기에 오신 분들을 꽤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내 주변엔 외모도 출중하고, 심성도 착하디 착하고, 매력 만점에, 커리어도 열심히 쌓아온 데다, 심지어 가정적이기까지 한 정말 괜찮은 여성분들이 많다. (정말로!)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들 중 많은 분들은 나와는 다르게 이미 데이팅앱이 주는 피로감과 몇 번의 실망스러운 경험으로 '역시 데이팅앱은 할 게 못 되는 군' 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다. 이번에 등장하는 친구 치코리따(가명)도 그런 경우다.



주말 오전, 치코리따와 수다를 떨다, '데이팅 앱을 쓰는 것 자체로도 너무 피곤하고 지친다'라는 그녀에게 '그럼 내가 너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놓고 다 매칭시켜서 데이트만 잡아줄까?' 하는 나의 장난스러운 제안을 그녀가 흔쾌히 승낙하며, 거의 2년 만에 내 핸드폰에 데이팅앱을 깔게 됐다.



약 2일 정도 활발하게 데이팅앱을 사용했고 매칭 결과는 가히 성공적이었다. '데이팅 앱 하면서 FOMO 느끼지 마~'라고 귀엽게 투정을 부리던 파트너도, 내 매칭 결과들을 보고는 내가 소질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글을 쓰게 됐다. 너무나도 괜찮은 사람이지만, 데이팅앱 사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을 위해, 그런 분들을 데이팅 앱의 세계로 인도하는 건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는 것이기에, 사명감을 느끼고 나의 데이팅앱 사용 노하우를 공유해 본다.



참고로 데이팅씬에서 내가 생각하는 '괜찮은 사람'의 정의는, 인연이나 사람과의 관계가 수단이 아닌 목적인 것, 다시 말해 어떤 것(정서적/육체적 쾌락, 경제적 안정, 신분 상승 등)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알아가고 관계를 쌓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1. 앱 선택 (사용자수 많은 순)


틴더(Tinder)를 시작으로 무수히 다양한 종류의 데이팅 앱이 세상에 나왔다. 데이팅앱 시장은 이미 너무 포화상태 아니야?라는 일반적인 시각과는 다르게,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데이팅앱의 숫자들은 더 늘면 늘었지, 줄진 않고 있다. 이건 바로 세상 사람들 모두가 꿈꾸는 만남, 연애, 사랑의 형식이 다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늘 새로운 니치마켓을 찾는 기발한 앱 개발자들이 있고, 본인들 고객층을 잘 확보한 데이팅 앱들은 탄탄한 수요를 바탕으로 시장에서의 위치를 굳건히 지켜나간다. 그래서 앱 선택이 중요하다. 의사를 만나길 원하면 병원에 자주 가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원하는 만남의 형태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은 앱을 선택하는 것이 바로 확률을 높이는 첫 단계이다. 내가 있는 싱가폴을 기준으로 사용자가 많은 데이팅 앱과, 어떤 사람들이 그 앱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보겠다.



사용자수 기준 명실상부한 시장 점유율 1위 데이팅 앱, 틴더. 모두에게 잘 알려져 있듯이 틴더는 가벼운 일회용 만남, 감정이 섞이지 않은 캐주얼한 만남, 뜨거운 밤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한다. (한국은 조금 다른 색깔로 마케팅을 한다는데 잘 모르겠다. 한국은 다른가?) 반면, 가장 오래된 데이팅앱이고, 워낙에 풀이 크다 보니 주변에 틴더로 만나서 결혼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 프로 팁: 거의 95%는 가벼운 만남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쓰지만, 아주 드물게 데이팅앱 사용이 아주 처음인 사람들이 틴더를 쓰기도 한다. 다른 데이팅 앱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잘 몰라서, 그냥 많이 들어본 틴더를 다운받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프로필을 보면 알아볼 수 있다. 프로필에 공을 많이 들이고 (설명이 요란하다던지), 아주 신중하게 사진을 고른 게 느껴지는 사람들은 - 쉽게 말해 경험치가 느껴지는 사람들은 - 틴더에 주로 상주하는 사람들일 확률이 높다. 반면 데이팅앱 사용이 처음인 사람들은 사진 선택에서부터 뭔가 초짜의 느낌이 난다. 그런 프로필을 가진 사람들은 꽤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





틴더의 초기 멤버였던 여성분이 틴더에서 나와, '여성 중심 데이팅앱'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만든 데이팅앱, 범블. 실제로 여자들이 많이 선호하는 데이팅 앱이라, 남자들도 많이 쓴다. (Ladies night - 여자들에게 칵테일을 무료로 주는 날에 오히려 남자들이 Bar에 많이 오듯이) 틴더와 차이점은, 매칭이 되고 나면 무조건 여자가 먼저 대화를 걸어야 채팅이 시작된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데이팅앱을 쓰는 남성들은 틴더/범블 그리고 다음에 나올 힌지 - 이렇게 세 가지를 쓰는 것 같다.





나의 원픽




인스타그램 느낌의 데이팅 앱, 힌지. 위 언급한 다른 앱들과 차이점은 단순히 상대방의 프로필을 Like 하는 걸로 연결되는 것에서 벗어나, 상대방이 올린 다양한 사진들 중 하나에 코멘트를 달 수도 있고, 프로필을 설정할 때도 사진과 함께 캡션(사진 설명)을 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게 무슨 큰 차이냐 싶을 수도 있는데, 기존 데이팅앱들이 사람을 Yes or No 흑백논리식으로 평가하던 것에서 벗어나 'No or 여러 가지 답변'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No는 여전히 분명한 no이지만) Yes를 표현하는 방식이 다양해져서 그런지 매칭된 이후에 채팅, 만남으로 연결되는 확률도 더 높아져, 몇 년 사이 인기를 많이 끌게 된 앱이다. 진지한 만남을 원하는 분들에게 내가 제일 추천하는 앱이기도 하다.






미국의 한국 교포 3자매가 만든 데이팅 앱 커피 미츠 베이글. 스타트업 아이디어에 투자해 주는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샤크탱크에도 나왔다. 여기서 자랑하는 건 본인들만의 특별한 알고리즘이다. 특이하게 이 앱에서는 무제한으로 사람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앱에서 고안한 알고리즘이 나에게 딱 맞을 것 같은 사람 3명(5명인가? 기억이 잘 안 난다)을 하루에 한 번 정해진 시간에 보여주고, 그 중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유료 기능을 쓰면 더 볼 수 있지만)  일반 데이팅 앱의 단점인, 끝없는 Swiping (사람을 계속 고르는)으로 오는 피로감을 없애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긴 하지만, 데이팅앱을 사용하는 이유가 많은 후보군들을 보는 것이 목적인 사람들에게는 크게 인기가 없다.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보통 앱 사용 초반에 사람들을 묶어두기 위해 괜찮은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편이다.





싱가폴 현지 분들이 많이 쓰는 데이팅 앱, OK 큐피드. 정말 진지한 만남이나 결혼을 전제로 하는 분들이 많이 쓴다. 일단 프로필을 업로드하는 과정이 조금 오래 걸린다. 앱에서 제시하는 많은 질문들에 일정 길이 이상으로 길게 답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서, 이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이런 게 귀찮거나, 캐주얼한 걸 원하는 사람들이 걸러진다. 또 많은 질문들이 있어서 필터링을 통해서 나와 맞는 사람들로 풀을 좁힐 수도 있다.



이 중 나는 Hinge로 데이팅 앱을 선택했다. Hinge + Bumble도 괜찮은 조합이다.




2. 프로필 사진 선택


4~6개 정도의 사진이 적당하다. Hinge에서는 사진 5개, 그리고 gif이나 영상 1개를 추천한다. 추천하는 사진 조합은 다음과 같다.


- 잘 나온 개인 전신 혹은 반신샷

- 연인과 함께 하고픈 취미를 하고 있는 사진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매칭 확률을 높이기 위해)

- 가족들과 있는 사진 (친구들로도 대체 가능 - 소시오패스가 아닌 걸 보여주기 위해)

- 운동하는 사진 (gif / 영상으로 하면 좋음)


최소한 위 4개의 사진들은 올리는 게 좋고, 아래는 알아두면 좋은 팁이다.


- 애완동물이 있으면 애완동물과 함께 찍은 사진 (고양이 키우는데 고양이 알레르기 있는 사람 만나면 안되니)

- 너무나 꾸며지고 화려한 사진들로만 가득 채우는 것보다는, 조금 인간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사진도 하나 올리면 좋다.

- 셀카 금지. 우리 모두 다들 셀카를 찍지만, 웬만하면 남이 찍어준 사진으로 올리자.

- 포토샵 수정을 너무 많이 한 사진 금지. 여자들은 웬만하면 매칭이 쉽다. 그러니 사진을 너무 보정하지 말자. 실제로 만났는데 사진과 실물이 너무 다른 건, 우리 모두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 전 연인과 같이 찍은 사진이나, 연인처럼 보이는 분과 같이 다정하게 찍은 사진 금지.

- 차 키, 명품 등 과시하는 사진 금지. 돈 밖에 내세울 게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거나와, 돈만 좇는 사람들과 매칭될 가능성이 높다.




3. 프로필 메시지 선택


너무 과하게 쓰는 건 '이 사람 선수인가?' 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간단하게 앱을 사용하는지 목적과,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고 싶은 내용들로 2-3줄 이내로 쓰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필터 기능을 사용해서 사람들을 고를 텐데, 만약 필터에 들어가 있지 않은 옵션이 있다면 프로필에 쓰는 것도 시간 낭비를 막을 수 있다. 힌지의 경우 프로필 사진 아래에 적는 캡션으로 프로필 설명을 대체할 수 있어서 좋다. 나의 경우 Korean living in Singapore for ## years, here to delete this app. 이런 식으로 적었던 것 같다.




4. 필터링


데이팅앱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필터링은 내가 찾는 조건에 맞는 사람들만 보여주는 기능이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인종, 나이, 키, 종교, 흡연 유무, 자녀를 원하는지, 원하는 연인 관계 (장기, 단기, 인생 동반자) 등 다양한 필터를 적용할 수 있어서, 이런 것들을 알아가느라 시간낭비 하지 않아도 좋다.




5. 앱 사용은 템빨, 유료템


데이팅앱에서 매칭이 되려면 상대방과 나 둘 다 서로를 Like를 해야 매칭이 된다.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을 Like 했더라도, 그 사람이 나를 Like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이게 귀찮아서 나는 유료템인 '나를 이미 Like한 사람들만 보여주는 기능'을 구입해서 썼다. 보통 일/주/월/년 기간별로 나눠서 해당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는데, Hinge에서 가장 짧은 게 주 단위여서 1주일치를 구매했다. 2만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자, 이 정도까지 했으면 이제 기본 준비는 완료다. 이후에는 남성분들이 나를 Like 해줄 때까지 기다리거나, 내가 먼저 Like를 하면서 알고리즘이 내 취향을 배우도록 데이팅앱을 탐험해 보면 된다. 그러다 매칭이 되면 이제 바로 본게임, 채팅이다.




6. 만남으로 이어지는 채팅


데이팅앱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앱에서 매칭된 사람을 실제로 만나는 것이다. 대부분 내 주변의 괜찮은 여성/남성 분들은 데이팅앱만 주구장창 잡고 있으면서 채팅할 시간이 없다. 본인의 삶이 다들 바쁘기 때문이다. 만남 이전 충분히 문자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걸 선호하는 분들도 있지만, 나의 경우 문자를 오래 하는 게 피로하기 때문에 아래 순서로 대화를 이끌어가다 바로 만날 약속을 잡는다.



1. 먼저 말 걸기 (상대방이 나에게 말 걸어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 없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2. 바로 가치관과 나에게 중요한 성향에 대해서 물어보기. 나의 경우 introvert (내향형)인지, extrovert (외향형) 인지, 그리고 연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물어본다.


3. 위 2가지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대화를 좀 해보다, 케미가 있는 것 같으면 바로 커피를 마시자고 한다. 첫 만남부터 식사는 조금 위험하다. 만나보니 영 아닌 싶은 사람과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서로 힘들기 때문에 보통 주말 오전/오후나 아니면 짧게 할 수 있는 평일 점심으로 약속을 잡는다.



질문 목록들

               What's the core value you're looking for in a relationship?             

               Are you introvert or extrovert?              

               Would you like to have coffee with me this week?              


그리고 이후부터는 실전이다. 다들 좋은 결과 있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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