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소나무님께 반가운 연락이 왔다. 싱가포르에서 알게 된 업계 분으로, 지난 몇 년 동안 만나서 길게 얘기 나눈 적은 3번 정도 될까? 횟수는 적지만 만날 때 나눴던 이야기, 상황, 소나무님에 대한 기억이 진하게 남아있다.
나와는 30년 정도 터울이 있어,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쉽게 만나 뵐 일이 없지 않았을까 싶다. 소나무님은 일찍부터 미국, 싱가포르, 스위스 등 해외에서 직장 생활을 하셨다. 코비드 즈음 미국으로 옮겼다가, 그곳 생활에 싫증을 느끼고 싱가포르로 다시 돌아오셨다고. '이제는 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해봤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싱가포르로 돌아왔는데, 여전히 경제적 보상을 위해서만 일을 하고 있어 아쉽다고 하셨다.
소나무님과의 지난 만남은 2년 전으로 내 이직 전이었다. 그때 소나무님은 '나는 한 회사에 진득하게 몸담은 편인데, 진취적으로 커리어를 개발해간 다른 동료들을 보면서 '내가 그때 받은 제안을 수락하고, 회사를 나갔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모험적으로 커리어를 개발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잠깐 하셨다. 그 만남 이후에, 그 말을 괜히 했나, 싶어서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으셨다고.
그 사이 나는 산업계에 있다가 기후 옹호 쪽으로 진로를 바꿨고, 지금은 인프라 확장을 막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산업계에 있을 땐, 인프라가 확장돼야 (배가 많이 지어져야) 우리 회사가 돈을 버는 구조라 인프라 확장을 도왔는데, 지금은 그 반대편의 일을 하고 있으니, 이런 것에 반감을 가지는 산업계 지인분들이 있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을 내비쳤다. 소나무님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고, 이를 위해 보탬이 되고 싶지만 그 방법론을 몰라서 못하고 있는 것 아닐까?라고 답해주셨다. 그 말에 조금 위안이 됐다. 시내 나와서 커피 마시고 싶을 땐 연락하라고, 그렇게 오랜만의 만남은 끝났다.
아직 소나무님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뵐 때마다 소나무님의 진중함과 타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 단단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부분을 닮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마 이 분을 아주 깊게는 알지 못해서 동경하는 모습들이 많은 걸 수도 있다. 누구든지 자세히 알게 되면 예상외의 모습들을 발견하고 실망하기도 하니까.
떠올리면 닮고픈 모습들이 생각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고, 기분 좋은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가끔씩 이렇게 만나 영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