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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gho Nov 09. 2021

커피머신이 비싼 이유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국내 제조 업체도 정말 잘 만들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커피머신의 적정 가격은 얼마인가요?


이미 제 글을 몇 번 보신 분은 쉽지 않은 가격이라는 걸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홈카페/상업용을 구분 지어보자면, 우선 상업용 커피머신을 기준으로 삼겠습니다. 일부 상업용 장비를 홈카페로 쓰시는 분들도 있지만요.


상업용 반자동 커피머신의 경우 200만 원 ~ 300만 원대의 커피머신이 보급형,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이하가 중급형, 그리고 1,000만 원 이상의 장비를 고급형으로 보시면 좋습니다. 제가 다루는 장비도 저렴하게는 30만 원짜리 커피머신에서 3,500만 원 쯤하는 장비까지 있으니 10배 정도가 아니라 100배의 차이가 나는 장비를 아우르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그게 정말 왜 비싸며, 맛도 10배, 100배 좋냐고 물어보셔야겠지요. 저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라는 알쏭달쏭한 답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죠?



1. 균일성/안정성

비싼 장비로 갈수록 과부하, 스트레스에 있어 내구성이 뛰어납니다. 쉽게 얘기하자면 비싸면 몸집도 커집니다. 그러면 그 안에 있는 부품도 커집니다. 어?! 사실 보일러의 크기가 커지는 것이죠. 커피머신에 있어 보일러가 크다? 그럼 무조건 좋다? 그건 아니고요. 보일러가 크다는 것은 여러 잔의 음료를 제조해도 커피 추출수의 온도나 스팀보일러의 압력이 충분히 뒷받침되기에 연속 추출에 있어 균일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2. 커피맛의 연출 범위가 넓어진다

가령 라면을 끓인다고 하죠. 분명 라면 봉지에 적절한 조리예가 쓰여있습니다. 


몇 cc의 물을 끓여서 라면을 넣고 또 몇 분을 끓여낸 후 맛있게 먹는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라면 레시피를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물 400ml가 담기는 스테인리스 304 재질의 둥글고 바닥이 넓적한 냄비에 OOO필터를 거친 TDS 값 140, pH 값 7.8의 물을 300ml 준비하고, 전기 인덕션의 열을 이용하여 100도씨 이상으로 물을 가열하여 끓는 물을 만든 뒤, 30초간 수증기를 날려 보낸다. (가열로 인해 손실되는 물의 양은 30ml 이상이 되지 않도록 한다) 스프를 먼저 넣고 뚜껑을 닫아 1분을 더 가열한 다음, 면발을 쪼개지 않고 한 번에 모든 면적이 닿게끔 투하하여 뚜껑을 다시 닫고, 흔들거나 젓지 말고 3분 50초를 그대로 더 끓여낸 다음 불을 끄자마자 그대로 냄비째로 맛있게 먹는다.


피곤하시죠? 고급 장비로 갈수록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여러 변수가 생겨나고 통제가 가능해집니다. 그렇다면 내가 쓰고자 하는 원두의 개성과 특징 그리고 원하는 맛까지 더욱 잘 표현하거나 일부분 감출 수도 있게 되지요.


상업용 반자동 커피머신의 예시가 어느 정도는 전자동 커피머신에도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전자동 커피머신의 경우 더욱 미세하고 세밀한 구조, 설계로 인해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기는 하지만 전자동 커피머신을 놓고 보자면 일정 가격을 넘어서는 순간에는 커피 연출력이 상향 평균화되어 있습니다. 그 가격대를 저는 100만 원대, 500만 원대 그리고 1,000만 원대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홈카페에 대한 욕심이나 전자동 커피머신을 보실 때, 3가지 예산 범위 안에서 고르시면 가장 좋습니다. 물론 저에게 직접 댓글이나 연락을 하셔도 되고요. 30만 원짜리 머신을 가지고도 머신과 최적의 원두, 최적의 설정값을 찾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그 위로는 재료가 좋다면 무슨 짓을 해도 좋다!(그래도 조금 설정은 필요합니다)입니다.


그런데 정말 비싼 이유는 뭘까요. 대다수의 커피머신이나 장비들은 수입산입니다. 무역상품이라는 말입니다. 100만 원짜리 상품을 무역으로 가져온다면 어느샌가 200만 원, 300만 원이 되어버립니다. 박리다매로 저렴하게 가져온다고 한 들, 전체 유통에 있어 가격 절감을 할 수 있는 부분은 늘 한계로 마주할 수밖에 없지요. 그렇다면 이런 부분을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은 당연히 자국 내 생산품을 찾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직접 제조, 생산, 설계, 유통을 할 수 있는 기업들이 많이 나타나야 하고, 이런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을 위한 환경도 필요합니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커피머신을 안 만드냐?라고 하실 수도 있어 준비했습니다.


엘로치오(후로웰)

http://elrocioespressomachine.com/main

후로웰로 시작하여 '엘로치오' 브랜드로 커피머신을 만들고 있는데요. 바이브레이션 펌프와 솔레노이드 밸브 등 유체제어 시스템/설계로는 2003년부터 업력을 쌓은 국내 기업입니다. 홈카페가 부상하면서 가정용 1구 반자동 커피머신도 제법 판매량이 되고, 상업용 커피머신에 있어서도 국내 기술력과 세밀한 기능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시작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주)비다스테크(디자인커피, 모아이)

https://designcoffee.com/product/list.html?cate_no=67

언더카운터 머신인 모아이를 제작합니다. 어떤 바를 설계하느냐에 따라 모아이는 최적의 선택지로 손꼽힐만합니다. 대한민국 제조라는 자부심 + 언더카운터만의 넓은 공간 활용성이 만나 고객 소통을 지향하는 콘셉트에서 모아이를 가장 먼저 추천합니다.



동구전자(베누스타)

http://www.venusta.co.kr/kor/main/

동구전자하면 '티타임'으로 유명하고, 흔히 '밴딩 머신'이라고 하는 커피 자판기로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전자동 커피머신도 개발, 개량하여 판매하고 있고 무엇보다 전국 지점, 지사, 대리점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AS망이 좋다고 봅니다. 세밀한 만듦새나 완성도에 있어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해당 가격대에서는 최고의 선택 후보지로 뽑습니다.




이태리 커피머신 산업은 흔히 100년이 넘어갑니다. 그들이 쌓아 올린 기술력도 있을 것이고,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헤리티지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제조업이라는 영역이 쉬운 영역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설계부터 시작하여 최종 상품으로 만들어지고, 산업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우리나라 커피산업에서 자국 내 장비 산업이 성장하기를 소망합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이 산업에 꾸준히 새로운 인력이 투입되고, 우리 내부적으로도 성장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본업에 매진하고 공부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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