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웅, 『영어는 붕어빵이다』, 넥서스(2005)
"언어학자들은 모든 언어가 은유적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 주변의 사물들은 처음부터 부르는 이름이 있었던 게 아니고 인간들이 상황에 맞게 이름을 붙인 것이기 때문에 모든 표현은 빗대어 표현하는, 즉 비유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빅뱅 이후 원시인이 처음으로 주위 사물에 이름 짓는 과정을 상상해 보라. 사물은 인간이 명칭을 붙여주기 전까지 부르는 이름이 없었다. 확실한 것은 인간이 이름을 붙여줘야 그때부터 이름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물의 이름은 인간의 감각에 가장 이해하기 쉽게 표현을 만들게 마련이다. 골치 아픈 언어이론을 굳이 들먹거리지 않아도 생활 속에 들어 있는 비유적인 표현은 너무 많고 대부분 우리의 감각으로 이해하기 쉽다. '내 가슴이 탄다.' '서울은 지금 한증막 더위' '너는 우물 안 개구리야.'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해치우자.' '정국 급랭' 등, 예를 들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5쪽)
"영어사전에 보면 중요한 단어들은 정의가 수십 개가 넘는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일일이 그 정의를 전부 외우려고 하는데, 그보다는 한두 가지 정의만 외우고 나머지는 대개 비유적인 표현으로 이해하는 것이 현명한 경우가 많다. 영어공부도 이제는 유동성을 갖고 탄력 있게 해야할 것이다. 예를 들어 embrace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정의가 나온다. '포옹하다, 기꺼이 받아들이다, (직업)을 잡다, 포함하다, (산들이) 둘러싸다, 깨닫다.' 이 중에 첫번째 의미만 직설적이고 나머지는 모두 비유적인 표현에 쓰인 것을 정의 속에 포함시킨 것이다. 즉 첫번째 의미만 안다면, 나머지는 비유적인 뜻으로 이해하면 굳이 외우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 red라는 단어를 보면 '빨간, 피에 물든, 불타는 듯한, 과격한, (손해) 적자의'등의 뜻이 있다. 여기에서도 첫번째 '빨간'이라는 뜻만 알면 나머지는 모두 비유적인 표현을 정의 속에 포함시켰음을 알 수 있다."(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