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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구루 Nov 12. 2023

내 인생의 좋은 일들은 다 이 일 덕에 생겼어

영화 <아메리칸 셰프>

[성장은 언제나 할 수 있어]

앞이 막막해. 앞이 막막한 건 이번이 처음이야. 늘 다음이 있었는데 이대로 끝나니까 아예 길을 잃은 기분이야.

 칼은 사실 절망했다. 믿었던 자신의 요리 실력은 SNS에서 까 내려지고, 자기 요리를 고집하다 실업자가 됐다. 요리 말고는 모든 게 어설픈 칼. 그는 ‘요리사가 요리만 잘하면 되지’의 태도로 살아왔다. 그래서 대화, 관계, SNS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늘 쉽지만, 어려운 선택을 했다. 자신을 부정하는 것들을 회피하지 않았다. 사람은 회피하면 성장하지 못한다. 내 음식을 욕한다면, 나의 전부를 욕하게 된다면, 사람들은 으레 그것을 숨기거나, 욕했던 것을 하지 않는다. 다시 욕을 먹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칼은 그러지 않았다. 전처의 전남편에게 가서 돈을 빌리더라도 그는 자기 자신을 잃지 않았다.  그런 그를 기다리는 것은 영화 같은 성공뿐이다.




[성숙한 퍼시]

 퍼시는 참 어른스러운 아이다. 정말로… 칼은 정말 이런 아들이 있다? 복 받은 거다. 상처를 받아도 상대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퍼시는 여러 번 칼에게 상처를 받았지만, 줄곧 기다렸다. 어떤 것이 기다릴 힘을 만들어 냈을까? 결국 사랑이다. 아빠인 칼을 사랑하고, 서툴지만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빠의 사랑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아빠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믿기 때문에 기다릴 수 있었다.

퍼시: 진짜 좋은 것 같아. 아빠랑 노는 거

칼: 우리 맨날 놀잖아

퍼시: 아니 뭐라도 하면서 노는 거

칼: 평소에도 하잖아

퍼시: 아니 뭘 보거나 하는 거 말고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서로한테 배우는 거

칼: 넌 엄마 집에 있고 아빤 매일 바쁘니까 나가서 노는 거 좋아할 줄 알았지

퍼시: 난 이게 재밌어, 뭐 알아가는 거 아빠랑 같이 살 때처럼

칼: 나도 그때가 그리워

퍼시: 그럼 집으로 돌아오면 되잖아

칼: 퍼시, 그건… 아빠가 너 때문에 나온 건 아니야 진짜로

퍼시: 그럼 왜?

칼: 뭐가 왜?

퍼시: 왜 밖에서 살아?

칼: 엄마랑 아빠는… 이미 사이가 많이 멀어졌어. 좋은 친구 사이지만 이렇게 따로 살고 부부가 아닌 게 더 나아. 이해하지?

퍼시: 아니

칼: 설명하기 좀 힘들어

퍼시: (한숨)

칼: 우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트위터 보내져?

퍼시: 응

칼: 그럼 가르쳐 줄래?

퍼시: 응 알았어


 이 장면에서 퍼시의 성숙함을 느꼈다. 아빠가 상처받지 않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는 퍼시. 어떻게 이렇게 어른스럽게 말할 수 있을까? 퍼시는 벌써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고 구분할 수 있는 아이다.

 이렇게 어른스러운 아이를 보면, 참 복잡하다. 아이는 아이다운게 맞다고들 하는데, 아이다운게 뭘까?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 아이일까? 아이가 어른스럽다는 말을 듣는 게 괜찮은 것일까?


[용감한 마틴]

 셰프 칼의 해고로 인해 부주방장이 된 마틴. 요식업은 치열하다. 서열도 확실하고 윗사람이 있는 한, 계속 한 자리에 머물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 부주방장이란 직책은 마틴에게 성공으로 가는 하나의 기회일 수 있었다. 하지만 마틴은 용기를 냈다. 그 용기의 근원은 무엇일까?

마틴도 칼과 같은 요리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이다. 자기 요리로 남들을 위로해 주고 싶은 진정한 요리사. 하지만 마틴은 그 레스토랑에서 자리를 지킨다 한들 그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는 것을 칼을 통해 알게 되었다. 기계공장 같은 레스토랑에 빠져나온 칼과 그를 바라보는 마틴. 그와 같은 길을 걷고 싶다. 행복을 위해! 용기의 근원은 여기서 나온 것 같다.


[오늘의 질문]

칼의 해고 이후, 주방장이 된 그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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