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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엽 Oct 26. 2020

다시 또,연애

나이를 먹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일들을 계속해서 마주하는 것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새롭게 시작된 연애가 앞으로 달콤하고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잘 만나보고 싶었고 그럴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새롭게 연애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번 연애는 정말 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역시 연애란, 나 혼자만 노력한다고, 잘하겠다고 생각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갑작스레 연락이 뜸했던 일주일, 무슨 일일까? 집에 큰일이 난 것일까? 서운함과 걱정을 반복하며 그의 연락을 기다렸다. 저녁에서야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그저 자신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리며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전화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얘기를 전했다. 연락이 뜸했었던 일주일간 그는 이 만남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자신은 지금은 연애를 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얘기했다. 전화를 받고 무슨 이야긴지 처음엔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이 만남을 그만하자는 건가? 아니면 기다려 달라는 건가?


그 상황에 과연 알맞은 대답이 있었던 것일까?


나는 상처 받았고 그 사람이 너무 미웠다. 그렇지만 내 감정을 솔직히 얘기할 수 없었다.

만나는 기간 동안 나도 점점 호감이 생겨가고 있었지만 그것을 '사랑'이라 말할 순 없었다. 호감이었다. 씨앗을 심고 조금씩 자라길 바라는 과정. 그런데 갑작스레 받은 이별통보 앞에서 어떤 싹이 자라날지 기대했던 감정이 처음부터 다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무너져내리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수화기 너머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몇 분간 정적이 흘렀다. 그 순간에도, 이 상황에 무슨 얘기를 하는 게 맞는 답일까? 생각했다. 나는 현명해야 한다는 생각에 지배당한 것 같았다. 그 순간에도 내 감정에 솔직하기보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말하는 게 더 현명하고 옳은 것일까를 생각했다. 나 스스로가 멍청하고 바보같이 느껴졌다. 앞서 적었던 글에서 말했듯 연애는 현실이고 실제 상황이다. 아무리 글을 읽고 영상을 보고 공부한다 해도 실제 상황이 닥쳐왔을 때는 모든 이론과 답은 사라져 버린다. 그때 그 상황에 맞는 것은 그냥 내 감정이다. 기분이 나쁘고 불쾌했다면 내 감정이 맞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다. 그 순간에도 그 사람을 배려하는 척했고 상처 받은 내 마음을 뒷전으로 놓았다. 나는 상처 받았고 그 사람이 너무 미웠다. 그렇지만 내 감정을 솔직히 얘기할 수 없었다.


왜 나는 피해자만 되는 것일까?


이번 이별을 겪으며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계속 피해자만 되는 것일까? 내가 연애의 주도권을 잡지 못했기 때문일까? 분명 처음 시작에선 그 사람이 나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늘 연애가 끝날 때엔 그들이 나에게 미안해하고 나는 피해자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내가 감정에 수동적이어서 그런 것일까? 능동적인 사랑을 하면 피해자가 되지 않을까? 누군가의 감정에 휘둘리는 일은 이제 하고 싶지 않다. 나를 자책하고 싶진 않지만 솔직한 심정으론 내가 참 한심하고 연약하게 느껴진다.


또다시 묻는다.
현명한 연애는 무엇이며 우리는 왜 연애를 하는 것일까?


아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말 나는, 그 노력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행복해지기 위해 연애를 한다는 건 연애의 단면만 본 것이라 얘기하고 싶다. 연애는 선택이며 도전이다. 우린 상처 받을 각오를 하고 연애를 해야 한다. 연애는 실전이다. 실전에선 영상으로 글로 공부했던 이론이 통하지 않는다. 아무리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할 준비가 되었다 해도 이별통보 한마디면 우리의 노력은 빛을 발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연애를 공부해야 한다. 실전을 맞이하기 위해서.


연애를 하고 있고 연애를 하기 위해 도전하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다. 그들은 상처 받을 수 있음에도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는 그 도전이 숭고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한번 이별을 겪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노력이 너무나도 숭고하게 느껴졌다. 아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말 나는, 그 노력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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