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이블루 May 11. 2023

비의 여행

날씨의 아이가 생각났던 여행 일지.

이천 여행, 그날의 분위기를 짧은 글로 기록해 보며


푸릇푸릇하다는 표현으로는 뭔가 많이 부족한 하루였다. 가지고 있는 모든 표현력을 끌어내 표현해 본다면, 습기를 가득 머금고 생기가 가득하여 마르지 않게 촉촉하게 적셔있던 날씨였다. 비에 젖은 꽃가루에서 나는 단 내와 흙 내음으로 공기 향 자체가 상쾌하고 달큰했다. 카페의 실내 공기는 알맞게 선선해서 방금까지 비를 맞아 눅눅해진 몸을 상쾌히 말려주었다. 카페 내부는 풀이 가득했다. 녹음이 울창한 바깥 풍경이 유리창 밖으로 비쳐 온 공간이 모두 짙은 청록과 흐린 물안개와 구름의 분위기로 가득 찼다. 천장에는 흰 천막들이 드리워져 있었는데 실내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토록 풀을 좋아했었는지, 이토록 자연이 마음에 위안을 주는지 다시 깨달았다. 새삼 하나님께서 흙으로 인간을 지으신 것이 맞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비 오는 날의 젖은 공기와 풀 냄새, 흙냄새를 녹취하여 맨날 맡고 싶은 심경이었다.


바깥은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치 그동안 너무나 목이 말랐던 대지의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작정을 한 것 같았다. 너무 많이 주어 넘치지도 않고 너무 적게 주어 마르지도 않게 계속해서 충분히 대지를 적시고 또 적셨다.


https://www.youtube.com/watch?v=8h9JudyPC00&ab_channel=HealingRain-RelaxingSounds

매거진의 이전글 충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