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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위로 Oct 01. 2022

얼마만큼의 어른

운전면허증이 있지만 운전을 하지 못한다. 시험이 아주 쉬웠을 때였는데도 실기에서 두 번이나 헤맸다. 결국 세 번째 실기는 서울이 아닌 고향에 내려와 치른 덕분에 어렵사리 면허증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운전을 하지 못하는 나는 '진짜 어른'에서 늘 한 발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자전거나 ATV는 신나게 모는데 운전은 유난히 무섭다. 사고가 나는 게 두렵고, 특히 주차는 다 까먹어서 이제 꿈도 못 꾼다. 그래서 출퇴근을 자차로 자유롭게 해내는 이들을 보면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도 어른스러워 보인다. 독립이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사람들을 봐도 비슷한 기분이 든다. 스스로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한 채 부유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생에 단계가 있다면, 어설프게 성인이라는 타이틀은 달았지만 넥스트 스텝을 밟지 못하고 있는 상태랄까.


물론 나이를 먹는다고 모두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 스스로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느낌은 썩 유쾌하지 않다. 달팽이만큼만이라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제자리 걷기만 하고 있는 기분? 얼마만큼의 어른이 되어야 마땅할까. 꽤 괜찮은 어른이 되려면 어떤 시도와 시행착오가 필요할까. 오늘 있었던 류하윤과 최현우 커플의 〈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 북토크는 이에 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게 했다. 나보다 물리적 나이는 적은 두 사람이었지만 삶에 대한 태도나 가치관이 단단히 영글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리고 그들이 소개해준 사람들과 책들을 보며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이들의 삶의 비결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을지, 어떤 삶이 아름다운 삶인지, 내가 어떤 일을 정말 하고 싶은지 등을 끊임없이 질문하는 힘에 있다는 것을.


6월 이후 멈췄던 글을 다시 쓴다. 작심삼일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이 하루만큼은 잘 살아낸 어른이 된 느낌이다. 더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겠다.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삶을 일구어내고 싶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어른. 딱 그만큼의 어른만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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